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현 Sep 11. 2024

남편에게 편지 써도 될까요?


10년을 고민했다.

잘 한 결혼일까?

지금이라도 물려야 하나?

10년 지나고 알았다.

아~ 똥 밟았구나~!


그래서

이제는 똥 피해 가는 법을 안다.

똥 밟았을 때 대처법도 안다.


그리고 또 안다.

똥은 남편이 아니라

내 인생길에 놓여진 똥이었다는 것을..

그 똥을 만날 때마다

내 손을 잡아주거나 기댈 어깨를 내어준 건

어쩌면 남편이었던 것을..

나의 익지 않은 오만방자한 기세가

나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던 것임을..




사랑하는 남의 편에게~

 

결혼을 하고..

내 인생이 끝난 것 마냥 울어져 치던 신혼 초..

그때가 생각나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죠.

평생의 소원이었던 ‘다정한 노부부’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한참을 울었어요.

수도꼭지 틀듯.. 꽤 긴 기간을..

그때 뱃속에 아이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난 아마도..

익지 않은 채 말라 버린 과일처럼

먹지도 못하고, 보기도 안 좋은

그런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만약 당신이 처음부터 나의 다정함을 받아주고

나와 문화코드도 잘 맞아서 티키타카 잘 되는

그런 남편이었다면.. 나의 불만이 없었을까?

더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지금 내가 느끼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대신할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나에게 다정한 말을 해주며

공감해 주고 나에게 맞춰줄 줄 아는 남편이었다면..

지금 나의 단단함이 자랄 수 있었을까?

아마..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여자로

어쩌면 평생을 그렇게 살았을지도..


내게 아픔을 줘서 깨달음을 줘서

고맙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잘나서 잘난 것이 아님을

옆에 오빠가 있어서 내가 빛나고 있었음을

느낄수 있게 해줘서..

그 고마움을, 그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요.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속도로 성실했던 당신.

내 옆에 든든하게 있어줘서 고마워요.

오빠는 내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이제야 느껴요.

무언가를 그렇게 갈구하던 내가..

가족은 무언가 애써서 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냥 있는 것 자체가~ ‘존재’ 그 자체가

힘이고 사랑이란 걸

결혼 12년 차에 깨달아요.


오빠!

우리 이제는 정말

인생의 평지풍파를 겪은

다정한 노부부로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어쩌면.. 내 꿈~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나의 든든한 남편님께서

그렇게 해주시리라는 확신이 들어요~^^

사랑해요~ 내 짝!

이제 내 편 할꺼죠?^^


P.S.

철없던 여자를 인간 만든 건 우리 중딩!

역시 당신!

수고했어요~

이제 우리 그만.. 베프(친구)할까요? ㅋㅋ


인생 깨우침의 어느 순간.

작가 하겠다고 깝~치는 마누라 올림.




남편에게 이렇게 편지 쓸까 하는데..
이과생님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식의 내용은.. 어려울까요?
(똭~ 오픈해서..
이제 정말 다정하게 살자!
이렇게 고쳐 쓸까요?ㅋㅋ)
의견들 좀 주세요~!^^


그간 [이과 남편과 문과 아내의 실화극]을 쓰며

알았습니다.

아~~~

남편이 크게 잘못한 사실이 없구나.

내 인생의 몫이었구나.

내가 남편을 많이 사랑하는구나.

이게 인생이구나.


그런데 웃긴 건요..

그 과정 중에 있을 때는

절대 안 보이던 것들이

늦은 나이에 12년 결혼생활 해보니

이제야 알아지는 것들이 있네요~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알던 저였답니다. ^^


누군가 얘기하더라고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힘든 결혼 생활도 견디세요~ 버티세요~

열매를 먹을 때, 더 달게 느껴지실 거예요~

단 열매를 맛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각자에게 주어진 것을 헤쳐가는 과정이

‘내가 배워야 하는 과정이구나~

나의 몫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물론 의리를 저버린 인간은 상종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예외를 제외한 말씀 드렸습니다. 아시죠? )


저와 비슷한 마음고생 하신 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웃으며 스트레스 날리시길 바라는

마음고백을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함께보면 좋은 글 :

https://brunch.co.kr/@052005602ea6480/8


저는 2주만 쉬고~

[아이에게 무시받지 않으려면]이라는

브런치북으로 컴백하겠습니다.

그간 글 읽어주시고 댓글과 공감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 드립니다~

정말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빛날현 올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