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고민했다.
잘 한 결혼일까?
지금이라도 물려야 하나?
10년 지나고 알았다.
아~ 똥 밟았구나~!
그래서
이제는 똥 피해 가는 법을 안다.
똥 밟았을 때 대처법도 안다.
그리고 또 안다.
똥은 남편이 아니라
내 인생길에 놓여진 똥이었다는 것을..
그 똥을 만날 때마다
내 손을 잡아주거나 기댈 어깨를 내어준 건
어쩌면 남편이었던 것을..
나의 익지 않은 오만방자한 기세가
나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던 것임을..
사랑하는 남의 편에게~
결혼을 하고..
내 인생이 끝난 것 마냥 울어져 치던 신혼 초..
그때가 생각나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죠.
평생의 소원이었던 ‘다정한 노부부’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한참을 울었어요.
수도꼭지 틀듯.. 꽤 긴 기간을..
그때 뱃속에 아이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난 아마도..
익지 않은 채 말라 버린 과일처럼
먹지도 못하고, 보기도 안 좋은
그런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만약 당신이 처음부터 나의 다정함을 받아주고
나와 문화코드도 잘 맞아서 티키타카 잘 되는
그런 남편이었다면.. 나의 불만이 없었을까?
더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지금 내가 느끼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대신할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나에게 다정한 말을 해주며
공감해 주고 나에게 맞춰줄 줄 아는 남편이었다면..
지금 나의 단단함이 자랄 수 있었을까?
아마..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여자로
어쩌면 평생을 그렇게 살았을지도..
내게 아픔을 줘서 깨달음을 줘서
고맙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잘나서 잘난 것이 아님을
옆에 오빠가 있어서 내가 빛나고 있었음을
느낄수 있게 해줘서..
그 고마움을, 그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요.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속도로 성실했던 당신.
내 옆에 든든하게 있어줘서 고마워요.
오빠는 내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이제야 느껴요.
무언가를 그렇게 갈구하던 내가..
가족은 무언가 애써서 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냥 있는 것 자체가~ ‘존재’ 그 자체가
힘이고 사랑이란 걸
결혼 12년 차에 깨달아요.
오빠!
우리 이제는 정말
인생의 평지풍파를 겪은
다정한 노부부로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어쩌면.. 내 꿈~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나의 든든한 남편님께서
그렇게 해주시리라는 확신이 들어요~^^
사랑해요~ 내 짝!
이제 내 편 할꺼죠?^^
P.S.
철없던 여자를 인간 만든 건 우리 중딩!
역시 당신!
수고했어요~
이제 우리 그만.. 베프(친구)할까요? ㅋㅋ
인생 깨우침의 어느 순간.
작가 하겠다고 깝~치는 마누라 올림.
남편에게 이렇게 편지 쓸까 하는데..
이과생님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식의 내용은.. 어려울까요?
(똭~ 오픈해서..
이제 정말 다정하게 살자!
이렇게 고쳐 쓸까요?ㅋㅋ)
의견들 좀 주세요~!^^
그간 [이과 남편과 문과 아내의 실화극]을 쓰며
알았습니다.
아~~~
남편이 크게 잘못한 사실이 없구나.
내 인생의 몫이었구나.
내가 남편을 많이 사랑하는구나.
이게 인생이구나.
그런데 웃긴 건요..
그 과정 중에 있을 때는
절대 안 보이던 것들이
늦은 나이에 12년 결혼생활 해보니
이제야 알아지는 것들이 있네요~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알던 저였답니다. ^^
누군가 얘기하더라고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힘든 결혼 생활도 견디세요~ 버티세요~
열매를 먹을 때, 더 달게 느껴지실 거예요~
단 열매를 맛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각자에게 주어진 것을 헤쳐가는 과정이
‘내가 배워야 하는 과정이구나~
나의 몫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물론 의리를 저버린 인간은 상종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예외를 제외한 말씀 드렸습니다. 아시죠? )
저와 비슷한 마음고생 하신 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웃으며 스트레스 날리시길 바라는
마음고백을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함께보면 좋은 글 :
https://brunch.co.kr/@052005602ea6480/8
저는 2주만 쉬고~
[아이에게 무시받지 않으려면]이라는
브런치북으로 컴백하겠습니다.
그간 글 읽어주시고 댓글과 공감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 드립니다~
정말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빛날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