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미세먼지 같은 8가지 마음, 욕심/ 식탐/ 성욕/ 우울/ 분노/ 시기심/ 교만/ 불안을 살펴봤다. 교황이 말한 무서운 죄라기보다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익숙한 일상의 마음들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작고 보잘것없는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롯데월드 타워를 숨길 수 있는 것처럼(1장 참고), 익숙한 8가지 마음들은 얼마든지 우리 일상을 뿌옇고 탁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익숙한 마음들을 잘 돌보고 대처해야 한다. 각 마음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 마음을 돌보고 대처할 때 도움이 되는 태도들을 소개했다. 크게 어렵지 않은 일들이니, 속는 셈 치고 따라 해 보길 권한다. 밑져야 본전이고, 혹시 도움이 된다면 횡재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장에서는 8가지 마음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공통적인 태도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불편하다고 억지로 마음을 가두지 말자.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모든 사람 안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본부가 있고, 그 본부에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가 살고 있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 본부에는 기쁨이가 대장이었고, 기쁨이는 슬픔이가 라일리를 슬프게 만드는 것이 걱정이 되어서 슬픔이를 뒤로 끌고 간다. 그리고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에 이렇게 말한다.
“이건 슬픔의 원이야 넌 모든 슬픔이 이 안에서 못 나오게 하면 돼”
기쁨이는 슬픔이를 원 안에 가두면 마냥 기쁘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결과는 반대였다. 슬픔이를 가두고부터 온갖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슬픔이 갇히고 기쁨만 남으면 솔직히 좋은 것 아닌가? 아니다. 왜냐하면 슬픔에는 우울과 무기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로와 공감, 정화와 치유의 힘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나중에 슬픔이와 기쁨이가 화해하고 함께 감정 본부를 이끌면서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생각해보면 나도 영화 속 기쁨이가 한 실수를 하고 있다. 다만 내가 원 안에 가둔 것이 슬픔이가 아니라 불안함일 뿐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불안함을 원 안에 가두려고 할수록, 내 삶 속에서 불안에 대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모순적인 상황이다. 여러분이 원을 그리고 그 안에 가두려고 하는 마음은 무엇인가? 분노? 성욕? 교만? 아마도 원 안에 가두려는 그 마음이 가장 큰 여러분의 고민일 것이다.
따라서 8가지 마음을 억지로 막아서는 안 된다. 화내지 말자고 자기 자신을 막는다고 해서, 갑자기 마음속 화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자신의 화를 인정해야 그것을 살펴보고 잘 다룰 수 있다. 그래도 화가 다 풀리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화를 인정하면 적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화내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다른 마음들도 마찬가지이다. 억지로 막지 말고, 오히려 인정하고 잘 다뤄야 한다.
마음의 뒷면을 보자
마음을 가두지 말고 잘 다루라는 말이 뻔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늘 정답은 뻔하다. 그리고 마음을 다루는 일이 어떻게 수학공식처럼 확실하게 느껴질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보다 구체적인 태도를 말하자면, 마음의 뒷면을 살펴보려고 노력해보자. 각 마음에 대한 장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처럼 8가지 마음은 드러난 증상이다. 그 마음을 일으키는 원인이 따로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마음 그 자체와 씨름할 필요 없다. 그리고 씨름한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늦은 밤 떡볶이와 김말이를 시켜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아무리 그 마음과 씨름한다고 해도 도저히 이길 수 없지 않은가? 이럴 때에는 차라리 한 발 물러서자. 욕심, 식탐, 성욕, 우울, 분노, 시기심, 교만, 불안과 씨름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마음의 뒷면에 있는 원인을 발견하면, 얼마든지 그 마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감기가 나면 열은 저절로 내려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마음과 씨름하지 말고, 한 발 물러서서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려고 해 보자.
그리고 마음의 뒷면을 살펴보면 마음이 가진 긍정적인 힘과 잠재력도 발견할 수 있다. 욕심의 뒷면에서 성장을 향한 원동력을, 식탐의 뒷면에서 삶의 에너지를, 성욕의 뒷면에서 사랑을, 우울의 뒷면에서 위로를, 분노의 뒷면에서 정의를, 시기심의 뒷면에서 자존감을, 교만의 뒷면에 겸손함을, 불안의 뒷면에는 용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보물찾기 하는 심정으로 마음의 뒷면을 살펴보자.
도움을 청하자.
물론 마음의 원인을 알아도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마음의 긍정적인 힘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작은 불은 스스로 끌 수 있지만, 불이 조금만 커져도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불이 나면? 119에 신고한다. 마찬가지다.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의 화재가 나면, 주변 사람들과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마음이 아프니 도와달라고 청하는 일은 이상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불이 나면 119에 신고하는 것처럼, 당연하고 올바른 행동일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도움 청하기를 망설인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한심하게 볼 것 같고, 마음에 압도당한다고 말하면 스스로가 보잘것없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우리 존재의 존엄성은 그리 쉽게 흠집이 나고 부서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화가 난다고 해서 우리의 존엄성이 약해지지 않는다. 교만하다고 해서 우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분노가 있다고 해서 헐크라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형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마음을 가져도 그대로 충분히 존중받을만한 사람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상태가 변하는 것이다. 좋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되는 것인데, 그 상태는 또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올라올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마음의 병으로 괴롭다면, 용기를 내어서 전문가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자.
8가지 마음은 미세먼지처럼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동시에 무지개처럼 우리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기도 한다. 미세먼지로 쓸 것인지, 무지개 색으로 쓸 것인지는 마음의 주인인 우리에게 달려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뜬금없이 무지개가 뜬다고 상상해보자. 전혀 어울리지 않겠지만, 정말 멋지지 않을까? 미세먼지 같은 우리 마음에 무지개가 뜨길 소망한다. 이 글이 마음의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감기약은 아닐지라도, 아플 때 먹는 든든한 한 끼 식사 정도는 되어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적어도 한 명에게는 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