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은 멋진 스웨그가 아니라 못난 허영심이다.

일곱 번째 마음 : 교만 / 허영심

by 세미한 소리

스웨그(Swag)는 셰익스피어가 ‘한여름 밤의 꿈’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건들거리다, 잘난 척하다’라는 다소 부정적 의미로 쓰였지만, 현재는 자유로움, 자신감, 자기 과시, 자신 만의 멋 등으로 의미가 긍정적으로 변했다. 래퍼들은 자신들이 돈 많고, 성공했고, 이성에게 인기 많고, 랩도 잘한다고 대놓고 말한다. 예전 같으면 잘난척해서 재수 없다고 욕먹었겠지만, 이제는 스웨그 넘쳐서 멋지다고 한다. 래퍼뿐만 아니다. 평범한 우리도 sns와 카톡, 다양한 공간에 자신과 자신의 무언가를 자랑하며 스웨그를 뽐낸다.


그러나 교만은 스웨그가 아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의미가 확장되고, 멋진 래퍼가 랩 가사로 사용해도 교만은 멋지지 않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든다. 교만은 재수 없게 잘난 척하는 행동보다 훨씬 위험하다.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인류 하와와 아담은 자신이 신처럼 되려는 교만으로 선악과를 먹었다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그들의 자녀 가인은 교만하여 동생이 자신보다 낫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동생을 죽여서 도망자의 삶을 살았다. 그들의 후손은 교만의 상징인 바벨탑을 쌓았지만, 결국엔 무너졌고 뿔뿔이 흩어져 고된 삶을 시작해야만 했다. 이처럼 교만은 자신과 주변을 망가뜨린다.


그럼 교만은 왜 생기는 걸까? 교만은 시기심과 연결되어 있다.(지난번에 올린 시기심에 관한 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흔히 비교가 시기심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시기심은 비교가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우월감과 열등감이 만들어낸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건강하지 못한 우월감과 열등감이 교만을 만들어 내고, 교만이 비교와 여러 가지 상황에서 충족되지 못할 때 시기심이 생긴다. 우월감이 교만의 재료라는 점은 쉽게 납득할 수 있지만, 열등감이 교만의 재료라는 것은 어색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교만이 자신이 잘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자신이 잘나고 싶다는 욕망에서 출발하는 것을 알면, 열등감 역시 교만의 재료라는 점을 수긍하게 된다. 따라서 교만은 실제로 우월한 사람이 하는 스웨그 넘치는 행동이 아니라, 열등감을 숨기고 싶은 사람이 혹은 왜곡된 우월감을 충족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하는 못난 행동이다. 교만의 다른 이름이 허영심이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자신의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 필요 이상의 겉치레나 외관상의 화려함에 들뜬 마음인 허영심이 곧 교만이다.


아마도 스스로 교만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교만은 변신의 귀재이기 때문이다. 사치스럽지 않고, 잘난 척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교만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선 연사에게 “아테네에서 온 젊은이여, 당신의 해진 옷 구멍마다 허영심이 보이는구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해진 구멍 안에 숨겨진 교만은 없는지 잘 살펴야겠다. 겸손을 가장한 교만은 없는지 경계해야겠다. 한편 교만은 중요한 일로부터 도망치도록 만들기도 한다. 남들에게 지는 일이 너무 싫어서,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일이 너무 두려워서, 차라리 포기하고 도망쳐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지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얼마나 못난 모습인가? 마지막으로 교만은 돈과 물질에 집착하게 만든다. 물론 돈을 모으고, 살림살이를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 비난받을 일이 결코 아니다. 다만 이미 가진 것으로 행복과 만족을 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돈과 물질을 가지려고만 한다면, 그 안에 숨겨진 교만과 허영을 찾아내야 한다.


교만을 막기 위해서는 겸손이 필요하다. 겸손은 자기를 억지로 낮추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일부러 못한다고 말하는 스웨그 없는 예전 시대의 행동이 아니다. 사막 수도자였던 아바 모티우스는 ‘자신을 남과 동일하게 여기는 것을 겸손’이라고 말씀하셨다. 나와 남이 동일하다는 점을 알면, 남보다 조금 못해도 열등감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포기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남보다 조금 잘해도 우쭐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멋짐을 인정하게 된다. 무엇보다 돈이나 성공 따위로 자신의 찌질함을 감추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겸손이 무엇을 가졌다고 외치는 것보다 더 스웨그 넘친다. 그러니 조금 더 겸손해져야겠다.






하나. 내 안에 있는 잘못된 우월감과 열등감이 교만을 만든다.


둘. 교만은 자신과 남을 불행하게 만든다. 스스로는 만족을 못 느끼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상처를 준다.


셋. 겸손은 자신을 남과 동일하게 여기는 것이고, 열등감과 우월감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넷. 겸손한 만큼 실패, 비교, 소유에서 자유로워지고, 그만큼 스웨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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