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는 사랑이 뭐야?
질문이 탄생하는 것은 곧 사람이 태어나는 것과 같다 했다. 질문이 새롭게 태어난 순간, 그것이 이끌고 올 에너지와 연쇄작용은 곧 한 인간이 태어난 후 일어나는 각종 나비효과, 사주팔자의 씨실과 날실이 엮어지는 순간만큼의 파급력을 가진다. 질문을 하는 이도 인간이고, 질문에 답하는 이도 인간일 확률이 가장 높지만 그 질문의 에너지에 가장 많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역시 인간이다. 인간이 엮이는 것은 역시, 그저 인간만은 아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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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뭐냐는 질문에 너는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은 안 하고 싶고, 좋아하는 건 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대답했어. 어쩌면 매우 상식적인 이 대답에 말문이 막힌 것은 나의 사랑과 그 방향이 반대였기 때문이었을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놀라움이 덮쳐와서 나는 어안이 벙벙했어.
너에게 사랑이 그런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가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하거나 좋아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던 적이 없어. 그래서 깨닫건대, 나에게 사랑은 내가 좋은 거였나 봐.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 어떤 말이나 행동, 혹은 외모나 눈길 같은 것들 말이야. 나에게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 것들이지. 그래서 상대가 나의 어떤 것도 자극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나는 사랑이 끝났음을 느꼈어. 오직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랑.
너의 사랑은 그러니까, 상대에게 더 시선이 가있는 거잖아. 상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괴로워하거나 슬퍼하지 않게 하는 것. 상대가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은 것. 그리고 그것이 곧 내 기쁨이 되는 것.
상대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 될 수 없는 것 자체를 자책하고 싶진 않아. 다만 나는.. 같이 행복하고 싶어. 상대의 기쁨만으로 나의 기쁨은 채워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 그렇지만,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 이제는 조금 더 상대에게 눈을 돌려볼까 해. 사랑, 어쩌면 이성 간의 것뿐만이 아닌 모든 인간관계의 마음씀의 바탕에 대해서. 먼저 그런 사람들을 더 눈여겨볼게. 상대방의 기쁨을 자신의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나는 충실히 기뻐하면서 대신 그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 나의 사랑 역시, 나만 좋은 것이 아니라 같이 좋을 수 있는 것 이도록. 그냥 마음씀이 아니라 '배려'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상대'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관계가 되도록 말이야.
나는, 이렇게 오늘도 너로 인해 탄생한 질문에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