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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으로 남겠냐고

by Decenter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마음속의 혼란은 잠잠해질 리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순간의 틈이 있어 또 숨을 쉰다.


나에게 숨을 쉰다는 의미는 무얼까? 생각해 보면 나는 '좋은' 순간에는 늘 '숨을 쉰다'는 기분이 들었다. 탁 트인 풍경, 혹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볼 때, 함께하고 있는 이와의 순간이 편안하게 느껴질 때, 혼자 글을 쓸 때 - 특히나 혼자 쓰는 글을 타이핑하는 손가락이 신이 나서 리드미컬하게 움직일 때 - 예술작품을 보는 감동으로 마음이 웅장해질 때 등등. 좋은 순간에 '숨을 쉰다'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숨을 쉬지 못하는 건 무언가 꽉 막혀있다는 것 아닌가. 나에게 꽉 막힘은 그러니까 무언가 가득 들어차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극적인 그러니 숨을 쉴 때는 나의 감각이 살아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나는 감정에도 충실하지만,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 감정에 휘둘려서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감각이 살아있는 사람. 그 감각들로 인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 그렇다고 감각에 너무 휘둘려서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는 않는 사람.


이성이 있어야 한다. 감각도 중요하지만 분명 있어야 할 것. 어리석지 않기 위해 있어야 할 것이 바로 이성이다. 동물 아니고 사람.


어떤 대상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나는 멋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반짝반짝하고, 감각이 살아있으며, 귀여움과 수줍음 따위의 다양한 감각을 잃지 않은 사람. 하지만 일을 할 때 멋있고, 맺고 끊음이 있는 사람이고 싶다. 질질 매달려서 감정적으로 아픈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 섣부르게 화를 내거나 아무 말이나 하지 않고, 눈치 없이 요구하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나 나는 나한테 바라는 것이 많구나. 그렇다면 역시, 나는 이 모든 이상적인 나의 모습을 가지지 못한 순간에도 나를 가장 다정하게 바라봐 주는 사람이 되어줄테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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