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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보다 찰나의 행복

갑상선 암을 진단받은 날

by Decenter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믿거나 말거나, 사주팔자든 신점이든 몇 없는 경험에서 생각보다 건강과 수명에 대한 적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마음이 천길 물속을 헤집듯 어지럽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일상을 보내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 텐데, 아니 않아야 할 텐데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나의 일상에 대한 기대가 언제나 높았다. 반짝이는 물결이 떠오르는 평안하고 사유가 가득한 삶. 그것을 누리는 건 그렇지만, 한 번이듯 백 번이듯 결국 같다. 완전한 순간을 가진다면 이미 그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한 것이니.


좀 더 감사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병에 걸린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이 아닌가. 더 소중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되어 감사하다고. 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들이라고. 그래. 이왕이면 안 걸리고 알았으면 더 좋았으련만, 무지하고 어리석은 인간의 범주에서 나는 단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슬픔보다 감사함을. 절망보다 찰나의 행복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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