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서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30대 무리가 까르르. 그리고 다른 층을 가면 70대 무리가 까르르. 여기는 암 요양병원이다.
저마다의 사연은 기가 막히다.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처음 암을 발견했다는 친구는 6년 만에 재발이 되어 왔다. 누군가는 암 덩이가 너무 커서 항암부터 먼저 시작했는데, 3번 만에 크기가 많이 줄어 드디어 수술을 했다 한다. 여기저기가 아프신 할머니들은 보통 암 병력이 최소 3~5년, 10년씩도 되신 분도 있다.
암에 걸려 혼자서 일상생활을 모두 해내기 버거울 때 찾는 병원, 암 요양병원이다. 혼자서 밥 세끼 해 먹는 것이 버겁고, 혹은 아픈 몸으로도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책임이 버거워 도망치듯 오기도 한다. 항암 중에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도 오고, 입원하지 않으면 지원되지 않는 각종 치료비가 부담되어서도 온다.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중증 환자들이다.
병실이 같거나 식당에서 우연히 옆에 앉게 될 때 처음 묻는 인사는 으레 이러하다. 아이고, 무슨 암이에요? 젊을수록 아이고 앞에 붙는 안타까움의 수식어가 더욱 길어지고 나이가 많으신 분들끼리는 몇 년 차인 지가 보통 따라붙는다. 그리고 서로는 알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암의 종류가 많다니.
어딘가 에서는 굉장히 무례할 수 있는 저 인사가 오히려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이유다. 암에 걸리는데 이유가 어디 있나. 사실 '운이 나빠서'가 전부일진대 암환자는 누구 하나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 랜덤 한 불행이 나에게만 닥친 것은 아니구나,라는 것이 때로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같은 불행을 공유하는 사람끼리는 금방, 가까워지기도 한다. 가장 깊은 상처 중 하나를 공유한 사이가 그러지 못할 이유가 뭔가? 아무 얘기도, 어떤 얘기도 모두 가능하다. 그렇게 어떤 날은 까르르 웃음꽃이, 어떤 날은 한바탕 울음바다가 휩쓸고 간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 아니겠습니까. 드라마 '조명가게'에서 사후세계를 방황하는 자들에게 주지훈이 건넨 말이다. 그렇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다. 어제 같이 웃던 사람을 내일 못 보게 된대도, 몇 달 걸러 한 번씩 시한부를 선고받는다 해도 웃을 건 웃고, 울건 울고, 그렇게 또 하루하루를 어울려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