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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Jul 04. 2024

(단편소설) 정의(完)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태수는 그를 심사하는 이들 앞에서 당당했다. 이를 못 마땅하게 본 징계위원 중 한 명이 그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서류를 꼼꼼히 살폈다.      

 “이태수 선생, 본인 반 아이 세 명을 체육실에 있는 야구배트로 폭행 하신 게 사실 인가요?”


 징계위원의 다소 묵직한 어조가 그 곳의 분위기를 삽시간에 소강시켰다. 그럼에도 태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그러자 다른 징계위원이 다시 태수에게 물었다.     


 “아니, 선생님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이를 때리나요? 이러니까 교사가 욕을 먹는 겁니다. 지금 당신 때문에 우리 학교 난리난거 보이죠? 아침마다 기자들 피해서 들어오느라고 죽을 맛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반성은커녕 당당하게 목을 쳐들고 삐 대고 있는게 맞나요? 어떤 말이라도 해보세요”

 “저는 학교 선생으로서 공부 외적으로도 아이들의 품행에 대해서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는 단순히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성장시켜서 사회에 내보내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반 학생의 잘 못을 묵도할 수 만은 없었습니다”     


 태수가 말을 마치자, 8명의 징계위원 대다수는 탄식을 했다. 태수가 징계를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일주일 전에 발생 했다. 야근을 마친 그가 학교 근처에서 교복을 입은 주제, 담배를 물고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조롱하는 아이들을 본 것이다. 아이들은 더 나아가 담배꽁초를 할머니에게 던지며 그 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놀고 있었다. 불쌍한 할머니는 아이들의 조롱에 아무 대처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선채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태수는 그 관경을 두고 볼 수 만은 없었다. 원래도 의협심이 넘치는 성격이라, 자신의 학교 학생의 불건전한 유희를 눈 감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야”


 태수의 불호령에 아이 일동은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이들은 태수를 쳐다보기만 할 뿐 도망가거나 하지 않았다. 태수는 천천히 아이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자신의 반 학생들이 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에 태수는 더욱 화가 났다.


 “야, 김영수, 이철수, 강진수 이 세끼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이들은 그제 서야 태수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이 자신들을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 중 한 명이 태수에게 비아냥 거리 듯 말했다.     


 “아, 선생님 그냥 좀 쳤어요. 할머니한테 사과하면 되죠? 할머니 미안함다”     


 아이는 혀 짧은 소리로 할머니를 다시 조롱했고, 무리는 다시 웃었다. 태수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태수가 자리를 떠나자 아이들은 더 크게 웃으며, 담배를 한 대 물고는 욕을 연발했다.     


 “아 XX 꼰대 세끼, 쫄아서 아무 말도 못하네 XX세끼”     


 무리 중 한 명은 학교로 향하는 태수가 들리도록 더 크게 떠들어 댔다. 아이들은 더 크게 웃었다. 태수는 묵묵히 체육실로 향했다. 다행히 체육실은 교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금방 갈 수 있었다. 태수는 체육실에서 가장 굵은 나무 야구 배트를 들고서는 아이들이 담배를 피며 조롱하던 곳으로 갔다. 아이들 중 한 명이 태수를 발견하고는 다시 비아냥 거렸다.     


 “야, 저기 봐 담탱이 빠따 들고왔다”

 “지가 빠따 들고 오면 어쩔건데 XX세끼”    

 

 태수는 야구배트의 위 쪽이 하늘을 향하게 고쳐 잡고, 아이들 무리 중 한 명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아이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고, 순식간에 자신의 친구가 제압당하는 것에 나머지 아이들은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했다. 태수는 그 옆에 있는 아이의 다리를 배트로 내려치고는 주먹으로 아이의 얼굴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얼굴은 금방 피떡이 되고, 아이의 입에서는 붉은 색 피와 하얀색 이가 우수수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맞지 않은 아이는 무서운 나머지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수는 그 아이가 도망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태수는 도망치는 아이의 뒤통수에 야구배트를 던져 넘어트리고는 그 대로 뛰어가서 발로 그 아이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음 맞은 아이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나자 태수는 곧 장 그 아이에게로 가서 주먹으로 가슴팍과 배를 때린 뒤, 넘어지는 그 친구를 일으켜 세워 잡아 매쳤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인근 편의점 사장이 경찰을 부르고, 5분 만에 상황은 종료됐다. 그리고 다음날 현직 교사가 아이를 폭행한 사실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태수는 그 때부터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고초를 겪었다.      


 --     


 결국 태수는 무기한 정직 처분을 받았다. 다시 말해 교사에서 잘리게 되었다. 태수는 결과에 승복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평소에 아이들에게 진심이었기에 그의 퇴출에 눈물을 훔치는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뻣뻣한 성격에 그가 잘린 것이 속이라도 시원한 듯이 눈치 보며 히죽거리는 아이도 몇 있었다. 그 날 태수에게 맞은 아이들도 붕대를 감고, 깁스를 한 채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태수의 퇴출에 환호하듯이 히죽거리는 아이들 중 하나였다. 태수는 그 아이들을 한명 한명 눈으로 지켜보곤 이야기했다.      


 “나는 여기까지다. 내가 네 놈들을 교화하기 위해 때렸을 때, 다시는 선생질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너를 선도하기 위해서 매를 들었다고 해서 너희들이 교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꼭 기억해라, 지금 나는 물러나지만 너희들은 살면서 제2의 이태수, 제3의 이태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내가 못 다한 너희들의 잘 못을 다음 사람이 교화해 줄 것이라고 믿고, 나는 물러가겠다. 그리고 늘 겸손해라, 예의 있어라, 그리고 학생 본분에 맞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표현해라”     


 태수는 아이들을 두루 쳐다보며, 짧게 인사 한 뒤, 교실 앞문을 통해 나갔다. 그의 표정은 그리 슬퍼보이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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