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거리 소설가 Jul 25. 2024

(단편소설) 오해(完)

태수가 전화를 받았을 때, 영수는 이미 흥분하여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태수가 선배인 그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는 사이에 태수의 동료작가가 다급하게 그의 옆으로 오더니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조용히 가리키며, 인터넷 소설의 댓글 창을 연신 손으로 올려 보여주었다. 태수는 동료의 스마트폰을 유심히 보며, 무엇인가 잘 못 됐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태수의 동료도 전화너머의 상대가 누구인지 짐작하는 모양인지, 전화를 끊으라는 시늉을 했다. 태수는 어쩔 수 없이 영수에게 ‘상황을 확인 하겠다’고 말 한뒤 강제로 전화를 끊었다.      


 태수는 동료가 건 낸 인터넷소설의 댓글들을 찬찬히 읽다가 머리를 부여잡고는 허공을 보고는 머리를 뒤로 축 늘어트린 다음,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인지 되짚었다. 그리고는 이내, 어째서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태수와 영수는 대학시절 같은 글쓰기 동아리에서 선⸱후배로 만났다. 과는 달랐지만, 둘 다 책과 영화를 즐기고, 사색하기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서로가 친해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영수는 동아리 회장으로서, 태수는 신입부원으로 서로를 보완하며 크게 친해졌다. 또, 둘의 취향이 비슷하였는데, 글 쓰는 습관이나 문장 및 문체까지도 닮아 그 들이 각자가 쓴 소설에 그들 이름이 없다면 누가 썼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렇게 그들은 글도 잘 쓰고, 아이디어도 좋아서 동아리 내에서는 꽤나 실력자로 통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모두 성공하게 하지는 않았다. 영수는 유수의 신문사의 신춘문예 당선을 위해 총 7번의 도전을 했으나 모두 떨어진 반면, 태수는 첫 도전에서 당당히 합격하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태수는 이미 졸업을 했음에도 취직을 하지 않고, 신춘문예 당선을 위해 글만 썼으나 결국 고배를 마셨었고, 영수는 학교를 다니는 중임에도 합격을 하여, 그들의 미래는 크게 달라지고 있었다. 


 영수는 태수의 합격을 보고는 자신은 소설가의 길이 아님을 직감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전공을 살려 취업하였고, 태수는 바로 소설집필을 시작하여 신인 소설가답지 않게 사회부조리를 과감히 고발하는 내용의 중편소설로 평단과 독자들에게 호평을 듣고 아직도 글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시작된 5년 전, 영수는 일머리가 좋아 능력을 인정받고 조기승진을 거듭하여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안정을 찾은 후부터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5년 동안 회사일과 병행하여 작품을 완성시키기에 이르렀다.  

   

 영수는 자신이 완성시킨 소설을 들고, 태수를 찾아 평가를 부탁했다. 태수는 영수가 책을 건 낸 그날, 잠도 자지 않고 그 책을 읽었다. 그 만큼 몰입하기 쉬웠다. 태수는 영수에게 바로 자신이 아는 출판사 사장을 소개시켜줬고, 출판사 사장도 다행히 영수의 책을 마음에 들어 했으나, 문제는 영수가 이름 없는 무명작가라는 점이었다. 출판사 사장은 ‘책의 내용은 좋지만, 국내 소설판은 이름 없는 작가의 소설은 그대로 사장되기 일쑤기 때문에 출판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영수에게 말했다. 사장이 출반에 난색을 표하는 그 자리에서 태수는 불현 듯 영수에게 인터넷 소설을 권유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소설가로 데뷔해서 출판하여 인기를 끌었던 다수의 사례가 존재했기 때문에 태수는 영수를 설득했다. 출판사 사장도, 태수를 거들며 ‘그 편이 좋겠다’라고 설득했다. 영수는 의심 반, 기대 반으로 태수의 말을 따랐고, 영수가 올린 그 소설은 인터넷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게 된다. 그 때까지만 해도 영수가 소설가로서 성공 할 수 있다고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모든 일은 이상한데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영수의 소설을 즐겨 읽던 독자 한명이 소설의 글의 습관과 문장을 이유로 ‘태수가 다른 이름으로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라는 의혹 섞인 댓글을 달면서 부터였다. 그 댓글은 이제 것 어렴풋이 비슷하다고만 생각했던 독자들에게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고, 삽시간에 영수의 소설은 태수의 가명으로 쓰여 진 소설로 둔갑해있었다.      

 처음에는 태수나 영수도 별 일 아닌 듯이 생각했고, 서로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 영수가 처음에 소개시켜준 출판사 사장이 영수를 몰래 불러 ‘소설을 출판하자, 다만, 네 이름이 아닌 태수의 가명으로 출판하자’고 말하면서 일이 시작이 되었다. 출판사 사장은 영수에게 ‘신입작가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게런티를 보장할 테니, 태수의 이름으로 책을 내자’고 했고, 그 과정에서 ‘태수와는 이미 상의를 마쳤다’라고 까지 거짓말로 영수를 회유했다. 더 나아가 사장은 영수가 자신의 이름으로 아예 출판할 수 없도록, ‘그 소설은 태수의 가명입니다’라고 거짓 제보까지 하여 인터넷에는 이미 한바탕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영수는 하루아침에 자신의 5년의 고생이 태수의 공으로 넘어가버렸다. 태수는 의자에 앉아 영수가 자기에게 욕을 하며 이야기했던 말들을 천천히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영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형,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듣고 왔는지 모르겠는데, 다 아니야. 내가 형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는데, 그런 식으로 하겠어?”     


 하지만, 전화 너머에서는 영수의 욕지거리만 들릴 뿐, 태수가 해명하고, 오해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태수는 소득 없이 전화를 끊으며, 씁쓸히 스마트폰만을 내려 봤다. 그러자 이내 출판사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태수는 조용히 전화를 거절하며, 다시 의자를 뒤로 최대한 젖혀 황망하게 창문 건너의 파란 하늘만 바라봤다.     

작가의 이전글 (에세이)『호밀밭의 파수꾼』으로보는 거짓 반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