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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Aug 01. 2024

(단편소설)술 마시는 날(完)


 “하늘을 날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니?”    

 

 태수는 케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냥 하늘을 날면 무슨 생각일까 싶어서”


 태수는 케이의 물음을 뒤로하고, 담배를 한 대 건냈다.      


 “일단, 담배 한 대 피워!”     


 케이는 태수에게 담배를 건내 받아, 폐 속에 깊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이내 뿌연 연기가 케이의 입을 통해 나왔다. 태수도 케이를 따라 연기를 쭉 내뿜었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학생 둘이 태수와 케이를 알아보곤 그들에게 다가와 타박했다.      


 “야, 왜 공원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래!”     


 양갈래로 머리를 한 미진이 태수를 쏘아 붙이며 말했다.

      

 “옆에 있었냐? 몰랐다”     


 태수는 능글거리며 미진에게 웃으며 말했다. 미진은 그런 태수가 싫지는 않은 지, 그 옆에 앉았다. 미진과 함께 있던 노란 원피스를 입은 영미는 태수와 케이를 모르기 때문에 미진 옆에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케이는 미진의 뒤에 어색하게 서있는 여자가 신경이 쓰였는지, 친근하게 물었다.    

  

 “그 쪽은 누구에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미진이 친구 영미라고해요”     


 그 제서야 미진이 자신이 친구를 소개 시켜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당황해하며 소개했다.  

   

 “얘는 영미야, 우리 학교 철학과에 다녀, 그리고 이 쪽은 나랑 같은 과 동기, 신문방송학과 태수와 케이야, 영미는 나랑 가장 친한 친구고, 태수와 케이도 동기 중에 가장 친한 애들이야, 서로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미진은 태수과 케이 그리고 영미를 번갈아 손짓하며 서로를 인사시켰다. 태수와 케이는 쥐고있던 담배를 끄고, 정식으로 인사했다. 그리고 케이는 영미가 철학과에 다닌 다는 것을 듣고는 흥미가 생겼는지, 그녀에게 질문하고 싶어 입을 실룩거렸다. 하지만, 아직은 이 것 저것 물어볼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질문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미진의 소개로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풀리고, 영미도 미진의 옆자리에 앉았다. 태수가 영미에게 장난섞인 농담을 하자, 영미는 태수의 말이 재밌는 듯 꺄르륵 거렸다. 그 때, 태수의 후배 민철이 소주가 가득 든, 비닐봉지를 들고, 동아리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태수는 민철이 들고 있는 봉다리가 술임을 직감하고 그를 불러세웠다.     

 “야, 정민철”


 민철은 태수를 보자 빠르게 뛰어 그의 앞으로 갔다. 

     

 “네, 선배님 부르셨어요?”

 “너 지금 들고 가는 거 뭐야?”

 “네, 술입니다. 인욱 선배가 오늘 동아리방에서 회식 할 거라고 술 좀 사다 놓으라 해서요”  

 “인욱이가?”

 “네”     


 태수가 민철에게 소주 몇 병을 얻을지 말지 고민할 때, 케이는 민철에게 봉다리를 낚아채 이미 소주 네 병을 뺐다.     


 “선배님, 이거 안됩니다. 저 혼납니다”


 케이는 민철의 말을 무시하곤 휴대전화를 꺼내 인욱에게 걸었다/


 -여보세요? 케이? 어쩐 일이야?

 “인욱아, 민철이가 술을 잔뜩 들고 가던데, 나 소주 네 병만 꺼내 먹음 안되냐? 돈은 민철이한테 줄게”

 -하하하하하     

 전화 넘어로 인욱이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민철은 긴장했다.      

 “야, 내려가기 귀찮아서 그래, 보니까 과자도 몇 개 있던데 그 것도 좀 주라”

 -알았어. 민철이 좀 바꿔봐      

 케이는 민철이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넘겼다. 민철은 잔뜩 긴장한 채, 전화를 받았다.     

 -어, 민철아

 “네, 선배님”

 -술 산거, 네 병이랑 과자 몇 개 넘겨줘라, 그리고 수고스럽겠지만 다시 사다줘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전화 다시 바꿔드리겠습니다”

 -괜찮다. 애들한테 맛있게 먹으라고 전해줘  

    

 인욱은 전화를 끊었다. 민철은 케이에게 소주 네 병과 과자 두 봉지를 두고는 인욱의 말을 전한 뒤, 다시 술을 사러 갔다. 태수는 과자를 테이블 중앙에 두고, 소주 병을 땄다. 그런데 이내 자신들이 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 망했네, 컵이 없어”


 그 때, 영미가 나섰다.    

  

 “아, 저 컵 있어요”


 영미는 자신이 매고 온 큰 가방을 열고는 손을 넣어 몇 번 이리저리 휘 젔더니, 소주잔 모양의 작은 종이컵을 꺼내, 볼이 발그레해진 채로 살포시 자리에 놓았다. 태수와 케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그 광경을 보고 있고, 미진은 못 말린다는 듯이 옆에서 웃고만 있었다. 그러자 태수의 장난기가 발동해서, 영미에게 물었다. 

     

 “아니, 영미씨는 늘 술잔을 들고 다니시나 봐요? 술을 얼마나 잘 드시길래 그러시는 거에요”     


 그러자 영미는 볼일 발갛게 달아오른 채로 영수의 장난에 댓구했다.      


 “하하하, 아니에요. 지난번에 MT갔을 때 쓰고 남은 일회용품을 챙겨두었는데 집에서 가방을 정리할 때 까먹고 이 종이컵만 빼두는 걸 깜빡한 거에요. 아마 오늘 쓰려고 깜빡 했었나봐요”

 “말을 참 이쁘게 하시네요”     


 케이가 영미를 칭찬했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 본 미진이 어딘가 불편했는지 불쑥 둘의 대화에 껴들어 이야기했다.      


 “우리 나이도 다 똑같은데 다 말 놓자”     


 그러자 옆에 있던 태수는 미진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좋지, 그렇지 않아도 불편했는데, 다 말 놓자”


 영미는 짧게 대답하며 동의를 표했고, 케이도 태수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수는 말하는 와중에도 과자를 뜯고, 종이컵에 술을 부어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자신의 잔을 자연스럽게 들어 건배를 유도했다.

      

 “자자, 잔 들고 건배하자!”     


 무리는 일제히 잔을 들고 건배 후, 모두 소주를 마셨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세 잔이 넘어가고, 두 병의 술이 비워질 때 쯤, 미진과 태수는 각자 옆에 앉아 취기에 장난을 치고, 케이와 영미 역시 맞은편에 앉아 서로 술을 마셨다.      


 “너는 왜, 철학과를 갔어?”

 “응? 갑자기? 하하하”     


 케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영미는 웃었다.      


 “그냥 성적 맞춰서 온 거지, 그러는 너는 왜 신문방송학과로 간 거야?”

 “난 세상에 부조리를 ‘펜’으로 맞서기 위해서 나는 진짜 ‘기자’가 될 생각이야”

 “진짜 기자라.... 뭔가 어렵다”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잠시 침묵을 이어갔다. 침묵을 깬 것은 케이였다. 케이는 연거푸 술을 두 잔을 마시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은 배운 것은 없지만,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남부끄럽지 않게 사셨어. 하루는 노숙자들에게 따듯한 밥 한 끼를 주기위해 근처 노숙자를 초대해서 대접했는데, 그 중 한 노숙자가 여기서 먹은 밥 때문에 아프다고, 언론에 제보를 해버린거야. 그런데 그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기사를 내는 바람에.....”     


 케이는 비통하다는 듯이 다시 술잔을 기우렸다. 영미는 그런 케이를 보며 물었다.     


 “기사가 어떤 식으로 나왔는데?” 

 “‘유통기한 지난 음식으로 생색내기?’ 모범 음식점의 두 얼굴‘”     

 케이는 이번에는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미는 비워있는 케이의 잔에 술을 따르며 그를 위로했다.      

 “결국, 가게는 바로 망했지. 참 웃기지 않아? 우리는 바로 반박기사를 냈고, 악의적인 기사를 낸 기자에게 고소도 했어. 하지만, 대중들은 우리의 반박기사를 무시했지, 그리고 그 기사를 낸 기자는 무죄를 받았어. 이유는 법원에서 ‘기자는 악의가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였지”


 영미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말이 돼?”

 “내가 볼 때에는 그 쪽에 좋은 변호사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 소송에서 지고 나서, 우리 쪽 변호사가 말해주더라고, 저 쪽 변호사에 판사 출신이 두 명이나 있다고 했어,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은 무슨 말인지 이해했지”

 “너 정말 힘들었겠다. 지금 부모님은 잘 계셔?”


 영미의 말에 케이는 영미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이내 술잔을 입에 대며, 말했다.     


 “지금은 하늘에 계셔”


 영미는 케이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케이는 영미가 신경 쓰였는지, 괜히 웃으며 너무 오래전 일이라 상관없다고 이야기했다. 태수는 그 둘이 무슨 대화도 하는지 모른 채, 술이 다 떨어졌다며 약간의 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일어나더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는 옆으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이내 오뚜기처럼 일어나 춤을 추는 척을 했다. 미진은 바보 같은 태수의 모습에 까르르 거리며 웃었고, 케이와 영미도 그의 행동을 보고 피식거리다가 우연이 둘의 눈이 마주쳤을 때,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그 둘이 웃는 것이 자신 때문이라 생각하는 태수는 더 열심히 춤을 췄다. 미진은 태수의 손을 잡아끌어 다시 앉히고는 말했다.   

  

 “우리 이러지 말고 2차가자”     


 태수는 상기되어 ‘콜’ ‘콜’을 반복했고, 케이와 영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2차라는 말에 신난 태수는 다시 일어나 자주 가는 술집으로 뛰어갔고, 케이와 영미 그리고 미진은 남은 자리를 정리하곤 멀찍이 있는 태수를 바라보며 걸었다. 그 들이 캠퍼스를 빠져나가자, 붉은 노을이 서쪽 하늘에서 깔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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