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난 뒤 지인으로부터 '나의 여행일지'라는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는데, 책의 저자가 김종수 작가였다. 그가 5년 동안 인도, 유럽, 미국, 호주 등 각지를 돌아다니며, 그곳에서 알게 된 사실이나 사건들을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었다. 원래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경험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재밌었다. 이제껏 그가 써오던 소설과 다른 분위기에 책이라, 나를 만났을 때, '어머니를 만나고자 하는 간절함이 많이 옅어졌다'는 말은 사실로 보였다.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번에 그를 만난 곳은 내 친구 케이가 주최하는 자선행사 자리였다. 그와 케이가 친분이 있는 줄 몰랐기에 행사장에 있는 그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먼저 가서 인사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명일 씨군요?"
그도 반갑게 인사했다. 카페에서 만난 지 오래 지나지 않았지만, 그가 이번에 집필한 '나의 여행일지'를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내가 그 책을 읽었다고 하자 놀라는 눈치였다. 대화는 늘 그렇듯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그가 답하는 식이었다.
"그럼, 인도에서 2년을 지내신 건가요?"
"네, 그렇죠"
"음식은 입에 잘 맞으셨어요? 아무래도 한국이랑 식문화가 달라 인도 여행한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한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아서요"
"처음에만 그래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두 달 정도 그들과 같이 생활하니까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더라고요"
슬슬 대화거리가 없어져 갈 때 쯤, 그가 진지한 투로 내게 물었다.
"명일 씨, 카페에서 제게 했던 질문 기억하시나요?"
그의 물음에 번뜩 그에게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네, 기억합니다. 혹시 답을 구하셨나요?"
그가 차분히 말했다.
"명일 씨 말을 듣고 제가 어머니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직 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명일 씨한테 한번 묻고 싶어요. 명일 씨가 만약, 저와 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어머니를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실 건가요?"
그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최대한 생각해 보려 했으나, 끝내 답을 찾지 못하고, 솔직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도저히 무슨 말을 먼저 꺼낼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장난스레 웃었다.
"어렵죠? 당사자인 저도 너무 어려운 문제였어요. 그러니 이 문제의 답은 조금 더 생각하고 알려드릴게요"
"네, 작가님이 꼭 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핸드폰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지난번처럼 그를 떠나보내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러나 그는 외국에 오래 있는 동안 핸드폰이 정지되었는데, 지금까지 개통을 못 해서,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아쉬운 대로 그의 메일주소를 수첩에 적고 있는데 불현듯 그가 물었다.
"명일 씨? 혹시 이번 주에 시간 있어요?"
"이번 주요?"
수첩을 앞으로 넘기며 스케줄을 확인했다. 아쉽게도 주말에는 지방에서 열리는 지인의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제가 선약이 있어서, 이번 주말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혹시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신가요?"
그는 아쉬운 투로 말했다.
"이번 주말에 해남에 위치한 '천사의 집'에서 봉사활동 행사가 있거든요. 그곳은 오갈 곳 없는 분들이나 마음이 아프신 분들이 머무는 곳인데 수녀님들이 운영하세요. 저랑 오늘 자선행사를 주선한 케이 작가와 그리고 몇몇 친한 작가들 10명 정도가 모여 1년에 한 번씩 가는데, 명일 씨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물론 저도 5년 만에 가는 거지만 말이에요"
"정말 가고 싶은데, 너무 아쉽습니다"
"어쩔 수 없죠. 다음에 비슷한 행사가 있으면 연락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작가님"
인사를 마친 그는 친한 작가들 무리로 향했고, 나는 자선행사의 주최자인 케이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