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는 나와 등단 시기가 비슷한 작가였다. 숫기가 없던 나와는 다르게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친구였다. 사람들도 그의 유머를 좋아했다. 하지만 어떻게 등단했는지 의문일 정도로 글은 잘 쓰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의 주위에는 늘 사람이 붐볐다. 집은 꽤 잘 산다고 들었기에 그가 규모 있는 자선행사를 여러 번 개최한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의 부모님은 크게 사업을 하셨는데 대학을 졸업하고도 빈둥대는 그가 걱정이었지만, 등단한 뒤에는 비싼 차를 한 대 사줬다고 했다. 내가 어째서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면, 그가 모두 말했기 때문이다. 비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친구였다. 어쨌든 나도 그의 유머가 퍽 유쾌했기에 다른 사람처럼 그를 좋아했다. 내가 케이에게 다가가자, 그가 샴페인이 든 잔을 건네며 나를 반겼다. 그러고 나서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너, 김종수 작가님이랑 친해?"
"친하다고 해야 하나? 사실 몇 번 못 뵀어. 다 합쳐봐야 세 번 정도? 그래도 한 번 만날 때면 한 시간씩은 대화했던 것 같아. 좋은 사람이야 사려도 깊고"
대답이 그의 구미를 당겼는지, 성큼 다가오며 말했다.
"언제부터 알았어?"
"등단하고 처음 가본 OO 협회 모임에서 알게 됐어! 햇수로는 한 6년 정도 됐을걸?"
그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능글맞은 눈빛은 이제 거부감이 들 정도였다.
"오호, 그래? 사실 김종수 작가님이 저렇게 길게 대화하는 걸 거의 못 봤는데 너랑 한참을 얘기하길래 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인 줄 알았지, 나는 작가님이랑 5분 이상 대화해 본 적이 없어 그래서 네가 얘기하는 것 보고 놀라 물어본 거야"
이번에는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 투로 그에게 물었다.
"그래? 희한하네 대답도 잘 해주시고, 글에 대해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던데"
"너 정말 몰랐구나? 김종수 작가님은 자신과 친한 세 명 외에는 대화부터 일상적인 교류도 잘 하지 않으셔, 아, 이제 너까지 네 명이겠다. 하하"
그는 부럽다는 듯이 얘기했지만, 진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명일아, 김종수 작가님 연락처는 알고 있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메일 주소를 받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물어는 봤는데, 핸드폰 개통을 안 하셔서 연락처가 없으시데, 좀 아쉽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지, 뭐"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소 차분해진 어조로 말했다.
"작가들 사이에서도 김종수 작가님 연락처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원래 연락처를 잘 안 알려 주신다고 하더라고, 신비한 분이셔"
"그러면 케이, 여기에 작가님을 어떻게 초대한 거야? 연락처도 모르면서"
"김종수 작가님과 친한 분한테 부탁했지, 같이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따로 답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샴페인이 담긴 잔을 내게 건넸다. 그 잔을 건네받으며 물었다.
"이번 주에 해남에서 봉사활동 한다며?"
그가 놀라서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내가 말한 적 있던가?"
"아니, 김종수 작가님이 말해주셨어. 나도 가면 어떻겠냐고, 하지만 이번 주는 선약이 있어서 힘들다고 했지!"
"나는 네가 그런데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니까 따로 말 안 한 거야. 너무 섭섭해하지 말라고 친구"
그가 내게 당황하며 변명했지만, 그의 변명도 재밌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