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타인의 기억(6/9)

by 길거리 소설가

케이가 악의로 나를 초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내게 봉사활동을 제안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자기가 이제껏 다녔던 봉사활동과 자선행사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꼭 내게도 얘기해주겠다고 세 번이나 말했다. 그의 말을 듣던 중 문득 궁금해서 물었다.


"근데 너는 왜 봉사활동에 열을 올리는 거야? 사실 네가 봉사 활동한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나"


내가 말하며 웃었다. 그도 내 유머가 괘 마음에 들었는지 나보다 더 크게 웃었다.


"그거야 당연히 사진 찍으려고 하는 거지, 내가 뭐 테레사 수녀라도 될 줄 알았어?"

"사진?"

"그래, 옛날에나 글 잘 쓰는 작가가 인정받았지, 요즘은 아니라고, 세상은 변했어. 단지 글만 잘 쓴다고 인정해 주는 시대는 이미 백 년 전에 끝났단 말이야. 요즘 작가들도 자기 PR의 시대라고, 봉사활동 열심히 하고, 각계각층의 인맥 쌓고 그렇게 TV 한번 출연하면 명성은 금방 따라온다는 말이지, 혹시 알아 그렇게 유명해지면 정치라도 할 수 있을지?"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가 계속 자신이 어떤 삶을 살 것이며, 자신의 최종목적지가 무엇인지 말했지만, 나에게는 관심 없는 주제라 한 귀로 흘렸다. 그와의 지루한 대화가 계속되고, 슬슬 마셨던 샴페인의 취기가 올라와 나는 곧장 집에 갔다. 자선행사 후, 한동안 바쁜 나날을 보냈다. 준비하는 소설과 함께 신문사와 잡지사 등에 실릴 글까지 준비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누군가가 내게 우스갯소리로 '쓰러진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 당시에 글 쓰는 기계처럼 살았다. 그날도 몇 개의 일정을 마치고 녹초가 된 채로 집에 왔는데, 케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선행사 후, 꼬박 석 달 만이었다.


-명일아, 잘 지내지? 나 지금 너희 집 근처인데 저녁 먹을래?


전화 너머에 있는 케이의 말을 듣자 갑자기 허기가 졌다. 그리고 딱히 그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곧 나가겠다고 답했다. 소파 위에 걸쳐 둔 겉옷을 챙겨 그가 보내준 주소로 향했다. 꽤 고급스러운 일식집이었는데, 그의 이름을 대자 지배인이 방으로 안내했다. 그는 먼저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에게 물었다.


"케이, 여기 비싸 보이는데?"

"맞아, 여기 엄청 비싸, 사실 오늘 여기서 미팅이 있었는데 취소됐어! 그런데 그쪽에서 미안했는지 자신들이 값을 치를 테니 식사는 꼭 하고 가라고 신신당부하길래 거절하기도 미안하고, 마침 너도 근처에 살고 있어서 부른 거야"


그제야 나는 이해하고 안도했다. 아무리 작가로서 수입이 생겼더라도, 고급 일식집에서 한 끼를 지불할 정도의 사치는 부담되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훌륭한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내 제안으로 근처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무리 공짜 밥이라지만, 얻어먹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내가 사겠다고 우기다시피 해서 들어갔다. 주문한 맥주가 도착하자 케이가 단숨에 절반을 마시더니 조용히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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