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은 매주 화요일 / 목요일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심심한 출근길 / 퇴근길에 소소한 재미를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6
홀 직원이 방금 사내A가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사내들은 술을 꽤 마신 상태였다. 점점, 흥에 취해 목소리 톤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사내B는 고개를 들어 비가 많이 오는 바깥을 바라본다. 사내D는 바깥을 바라보는 사내B를 보고는 담배를 입에 물고,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비오는 거리가 보이는 작은 방에, 너와 나 단둘이 앉아 어제 못 다한 이야기를 피우면, 네 눈에 ........”
사내D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는 사내C가 사내D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내가.. 이야...기.. 하지말.. 랬지”
사내D는 사내들이 기억하기 싫은 상처들을 술기운에 꺼내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사내A가 말리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술을 한잔 입에 머금을 뿐이다. 그리고 사내A는 잊고 싶은, 잊어야하는 기억 속으로 자신을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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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겨울
사내A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할 일없이 배회하였다. 미래에 대한 걱정.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등 여느 청년들이 당시에 느꼈을 만한 사념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어간 집 근처 편의점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파란대문 집 사시죠?”
“네.. 어떻게”
“제가 그 옆집 살아요. 빨간대문!”
편의점 여자는 사내A에게 이야기하며 수줍어했다. 사내A는 가슴팍에 뭉클함이 올라왔다. 살면서 처음 겪는 감정에 볼이 빨개진 채로 편의점을 나와 바로 집으로갔다. 침대에 누워 계속 자신에게 속삭인 편의점 여자를 떠올렸다. 한번 더, 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몇 날을 편의점 그녀 생각에 밤잠을 설치던 사내A는 편의점으로가 용기를 내어 핸드폰번호를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사내C와 사내D를 불렀다.
“너.. 정말 잘..할 수 있겠..어? 벌써 얼.굴이.. 빨.간데?”
사내C가 사내A를 놀리듯 이죽거리며 말했다. 사내D는 사내A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청심환 한 알을 주면서 용기를 북돋았다. 사내A는 사내D가 건내 준 청심환을 먹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있을 매대는 쳐다보지도 못 한 채 머리를 쳐박고, 아무과자나 집어들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과자를 내려놓았다.
“봉지 드릴까요?”
걸걸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아.. 저 .. 그게”
사내A는 그녀가 없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봉지 필요없으세요?”
“아.. 아니요 주..주세요”
편의점 아저씨는 답답한 손님에 짜증이라도 난 듯이 한숨을 크게 쉬며, 봉지에 과자를 담아주고 있었다.
“아저씨! 이제 교대해 드릴게요”
그 때 매대 더 안 쪽 작은 방에서 청량하고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A가 찾던 그녀의 목소리였다.
편의점 아저씨는 교대라는 이야기에 신이나 매대 옆에 담배를 들고 나갔다. 그리고 삭막했던 매대는 다시 파란 볕이 들고 있었다. 사내A는 아저씨가 준 봉투를 손에 들고는 나가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매대 앞에 서있었다. 편의점 그녀가 나가지 않는 사내A를 보며 물었다.
“또, 오셨네요. 뭐 더 사실 거 있으세요? 담배 드릴까요?”
사내A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물음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라고 대답했다.
“오, 담배도 피우세요? 근처에서 한 번도 못 봤는데 호호, 어떤 걸로 드릴까요?”
“그게.. 저.. 오늘부터 피우려고요. 혹시.. 추천 해주 실 수 있나요?”
“담배 추천이요? 호호호”
편의점 그녀가 크게 웃었다.
“누가, 편의점 알바한테 담배를 추천해달라고해요? 하하 옆집아저씨 재밌는 분이셨네, 그래도, 추천해달라고 했으니까 제가 피는 담배 한번 같이 펴보실래요?”
“네. 좋아요”
편의점 그녀는 자신이 피우는 담배를 사내A에게 건냈다. 사내A는 누그러진 분위기만큼 용기가 생겨 편의점 그녀에게 돈 대신 핸드폰을 주었다.
“핸드폰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같이 담배피우게요”
편의점 그녀는 살짝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이내 웃으며 자신의 번호를 사내A에게 건냈다.
“혼자 담배피우기 심심했는데, 제가 연락하면 나와서 같이 펴줘야해요? 호호”
“알..겠어요”
사내A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 순간 편의점 아저씨가 들어왔다. 사내A는 다시 부끄러움에 뒤도 안돌아 보고 편의점을 나왔다. 사내C와 사내D는 사내A의 성공여부가 궁금해서 사내A가 나오자마자 그를 끌고, 어수룩할 골목으로 끌고 갔다. 사내C와 사내D가 물어보기도 전에 발그레 상기되어있는 사내A를 보자 둘은 묻지도 않고 축하한다는 말을 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