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비밀(8)

by 길거리 소설가


※단편소설은 매주 화요일 / 목요일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심심한 출근길 / 퇴근길에 소소한 재미를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1화 보러가기


#8


"어...떻하지?"

"뭘 어떻게? 눈 감고... 가면되..지, 그런 기회...가 흔치않잖아?"


사내A의 고민을 가만히 듣고있는, 사내C가 이야기했다. 사내D역시 사내C의 말에 끄덕였다.


"그래도 친구 사이인데,, 같이 여행을 가는게 맞을까?"

"정 뭐하면 우리가 같이 가줄까?"

"그...그..래 우리가 같이 가줄게,"

"너네가?"


사내A가 친구들을 불러 고민하는 이유는 편의점 그녀로부터 여행을 가자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에 사내A는 대답도 못한 채 우물쭈물 거리자 편의점 그녀는 가는 걸로 알겠다며, 돈도 자신이 낼 것이고, 예약도 자신이 할테니 몸 만 오라며 일정을 나중에 알려준다고 이야기했다. 사내A는 이제껏 누군가와 여행을 간적이 없다. 여자랑 단둘이 제대로 된 데이트도 해보지 못한 쑥맥이었는데, 갑자기 좋아하는 여자와 단둘이 여행이라니 벌써부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사내A는 도저히 자신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친구 사내C와 사내D를 불러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 너는 지금 여행과 좋아하는 사람이랑 간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민하는 거잖아, 뭐라도 실수하면 어떨까 하면서. 차라리 우리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아도 근처에 있으면 니가 심적으로 위안이 되지않을까?"

"그...래 그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하자"


사내A는 사내D의 말대로 그들이 몰래 동행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며칠이 흐르고, 편의점 그녀와 서울역에서 만나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녀는 설레었는지 밖을 구경하며, 자신이 기차를 처음 타본다며 신나했다. 사내A는 촌스러워 보이지 않기 위해 자중했지만 그 역시 설레었다. 지루한 기차에서의 시간이 지나고, 편의점 그녀가 예약한 펜션의 사장이 그들을 역까지 마중나와 있었다. 지리산 중턱이 위치한 펜션이었는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비수기라 한적했다.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은 물이 맑아 바닥 깊이가 보일 정도였다. 사내A와 편의점 그녀는 계곡을 따라 잠시 길을 걸었다. 산중턱의 찬 공기가 산 아래와는 사뭇 달랐다. 얼마 못가 추위에 오들오들 떨던 편의점 그녀가 숙소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숙소에서 맥주를 마시며, 사내A와 편의점 그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웃기도하고, 화내기도 하며 그들은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편의점 그녀가 별을 보고 싶다며 나가기를 청했다.


둘은 다시 계곡을 바라볼 수 있는 도로를 따라 걸으며, 밤하늘을 바라봤다. 사내A는 매초가 소중했다. 별을 바라보며, 편의점 그녀가 이야기했다.


"나는 원래 시를 쓰고 싶었어"

"시?,..? 뭔..가 어울려.."

"그렇지? 이제 내 나이도 있고, 더 늦기 전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려고"

"대학..교를 다시 다니..겠다는 이야..기야?"

"맞아. 대학을 다시 가려고, 사실 그럴려고 편의점에서 일한거야. 그 편의점 일도 다음주면 끝나"

"아... 어디로 가는데? 합격은 했어?"

"당연히, 합격했지 내가 누군데 호호호"


편의점 그녀는 자신이 대견스러운지 자신있게 대학의 합격사실을 사내A에게 이야기했다.


"축.하해! 어디 대학에 합격했어?"


편의점 그녀는 말이 없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편의점 그녀가 어렵게 입을 뗐다.


"소중한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는 건 너무 슬픈일이겠지?"

"그렇지..슬프겠지"

"나는 니가 참 소중해, 내가 힘들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내게 다가와 줬거든"

"고.마워.. 나도 널 특별하게 생각했어"

"근데, 이제는 너와 잠시 이별해야 할 것 같아.."


사내A는 편의점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사실 나 외국으로가,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기로했어. 부모님도 거기계시고, 한국에서 오기로라도 살아보려했는데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번에 영국가면 한국은 다시 언제올지 몰라. 그리고 대학합격은 저번주에 통지받았어. 너한테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많이했는데. 쉽게 말이 안떨어지더라."

"저기... 꼭 가야하는거야? 사실 나는 ...."


편의점 그녀는 사내A의 말을 가로챘다.


"니가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알 것 같아. 하지만 나에게 지금은 소중한 시간이고, 더 지체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나는 너를 친구이상으로는 생각해본 적 없어"


사내A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이내 온 몸에서 분노가 차올랐다. 자신이 매번 고민하고 밤잠을 설치던 일들이 편의점 그녀의 단어 몇마디에 정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안다고?"

"그래... 우리 조금 더 성숙해지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하자 우리는 어려서.."


사내A가 편의점 그녀의 팔을 세게 잡았다.


"그러지말고 나랑 같이 ... 미래를... 생각하자.. 내가 잘할 수 있어.. 널 위해서라면"


편의점 그녀는 사내A가 평소에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잠시 놀랐다. 하지만 이내 침착하게 사내A의 손을 뿌리쳤다.


"니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누구보다 날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이기적인 거 아냐?"


사내A는 다시 편의점 그녀의 어깨를 양팔로 잡으며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편의점 그녀는 사내A의 팔을 뿌리치기위해 몸을 돌려는데, 스텝이 꼬이며, 실수로 돌을 밟고 미끄러져 도로의 난간 위로 넘어지며 계곡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분명한 사고였다.


뒤에서 사내A와 편의점 그녀를 미행하던 사내C와 사내D가 놀라서 사내A에게 달려왔다.


"니가 밀어서 떨어진거야?"


사내D가 다급하게 물었다.


"아니야.. 나는 ... 난... 이건 사고야..."


사내A가 주저앉으며 이야기했다.


"어떻게.. 분명 니가 의심받을거야."


이번에는 사내C가 겁을 주었다.


"이건 사고인데..."


혼란스러운 사내A를 사내D가 다독이고 있었다.


"얼른 신고하자 일단"


사내D가 핸드폰을 꺼내자, 사내C가 말렸다.


"미쳤어? 지금 신고하면 바로 깜..빵..이라고"


사내C는 사내D를 나무랐다.


사내C와 사내D가 싸우는 와중에 사내A는 계속 사고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다행이 그 곳은 CCTV도 없고, 주변에 목격자도 없는 곳이었다. 편의점 그녀의 죽음은 그 셋만이 알고 있었다.


9화 보러가기

이전 07화<단편소설> 비밀(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