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비밀(9)

by 길거리 소설가


※단편소설은 매주 화요일 / 목요일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심심한 출근길 / 퇴근길에 소소한 재미를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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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다음날, 사내A는 짐을 챙겨 도망치듯 빠져나와 고속터미널로 향해 가장 먼 곳의 차편을 끊어 버스에 몸을 싫었다. 나머지 사내들도 묵묵히 그를 따랐다.


“여성 실종, 사건이 현재 미궁으로 빠진 가운데,, 유력 용의자....”


사내A는 전국적으로 떠들썩하게 만든 자신의 이야기가 보기 싫어 여관 TV를 껐다. 편의점 그녀가 죽고, 사내A가 도망친 지 4일이 흘렀다. 수사망은 점점 사내A로 조여들고 옆방에서 머물고 있는 사내C와 사내D는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똑, 똑, 똑”


누군가 사내A의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학생, 나 여관주인인데, 중간 결제 좀 해줘”

“결제요? 네, 잠시만요.”


사내A가 돈을 꺼내 문을 여는 순간 건강한 장정 셋이 들이닥쳤고, 사내A는 저항 없이 잡혔다. 사내A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의도적으로 죽인 것이 아닌 사고였으며,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지루한 조사과정이 지나고, 사내A의 과거 병력 등이 고려되어 사내A는 감옥이 아닌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자신의 첫사랑을 사랑이란 이유로 집착하여 결말을 비극으로 만든 사내A의 정신은 이미 반쯤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편의점 그녀의 가족들도 사내A의 진정성에 일정부분 죄를 용서해주었다. 하루종일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모습에 가족들도 이별의 아픔을 느낀 모양이었다.


사내A가 병원에 가고, 가끔 사내C와 사내D가 면회를 왔지만, 사내A는 마음을 닫은 채 그들을 거부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계속 가두었다. 병원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지루함이 사내A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원하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편의점 그녀를 기리며 울부짖을 수도, 소리칠 수도 없는 몇몇 순간들은 사내A를 괴롭혔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소리지르고 눈물을 보이면 어김없이 간호사들이 찾아와 진정제를 투여했다. 그런 일상들이 여러달 지나갔을 쯤, 사내B가 사내A에게 다가와 물었다.


“너는 무슨 사고를 쳐서 이곳에 왔니?”


사내B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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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정신과치료를 마친 사내A는 새로 사귄 친구 사내B와 나란히 퇴원하였고, 사내C와 사내D와 함께 넷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상과 소통할 준비를 하였다. 치열하게 살아가던 사내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꼭 넷이 만나 술을 마시자는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비가 많이 내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집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던 사내A는 우연히 창 넘어 빗소리를 들어, 옷을 입고 나갔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중에 골목 어귀의 조용한 술집을 발견하여 들어갔다. 주인에게는 4명이 마실 거라고 이야기하고는 직원에게 4명의 셋팅을 부탁했다. 그들은 사내A에게 테이블 세팅과 안주를 만들어주고는 이내 TV영화에 빠졌다. 사내A가 밖으로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친구들이 한명씩 도착했었다. 가장 늦게 온 사내B는 아직 친하지 않은 사내C와 사내D 앞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술잔을 한잔씩 기울일 때마다, 의자를 끄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 소리는 빗소리와 섞어 꽤나 불쾌한 소리로 들렸다. 홀직원이 의자소릴 듣고는 얼굴을 찌푸린채 담배를 물고 핸드폰에 누군가 전화를 걸며 밖으로 나갔다. 잠시 홀직원이 나가고 비가 약간 머지자, 희미하게 전화소리가 술집에 들렸다.


“야, 우리 술집에 애꾸세끼 와 있어, 그 또라이,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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