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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Apr 13. 2023

<단편소설>즐거운 나의 엄마(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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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미진아 나 이만 퇴원하면 안 되니?"

"아, 엄마 무슨 또 퇴원 타령이야"

"아니, 어제 의사가 항생제를 경구타입으로 바꾸면 퇴원 해도 될 것 처럼 이야기했어. 여기 온지도 꽤 지났는데, 답답해서 그래"

"지금 퇴원해도, 동네 병원가서 1~2일에 한번 씩 검사 맡아야 하는데, 그러다가 엄마 잘 못 되면 어쩔라고 그래?"     


엄마는 딸의 논리에 반박하지 못한채, 말 없이 창가를 바라봤다.     


한달 전, 엄마는 무리하게 장을 봐온 탓에 평소에 욱씬거리던 다리가 결국 못쓸지경까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겨우 집에 도착했으나 그대로 누워 앓았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미진은 자신이 왔음에도 기척도 없는 엄마에 이상함을 느꼈다.      


"엄마, 나 왔어. 자?"     


미진은 다시 인사하고는 어머님 방문을 열자,  무릎이 퉁퉁부은 엄마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놀란 미진은 바로 119에 연락했다. 어머님이 엠블란스에 실려가는 내내 미진은 울며불며 손을 잡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행히, 모든 검사를 마친 엄마는 무릎염증이 조금 심한 상태이기는 하나, 간단한 수술을 통해서 충분히 호전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고, 그 날 바로 수술했다.      

그러나,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의 말이 무색하게 어머님의 염증수치는 30정도(정상수치 1~6)에서 고정이되어있었고 이 상태로 3주(정상퇴원 수술 후 약 3~4일)가 넘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런 엄마에게 의사는 먹은 항암제로 바꾸고 퇴원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미진은 노발 대발 했다. 본인들이 별것 아닌 수술 인 것 처럼 이야기해놓고서는 입원이 길어지니 퇴원시키려는 수작으로 밖에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어머님은 포기 하지 않고 딸을 설득 시키려했다.     

"엄마, 그 퇴원이란 말좀 그만해 제발, 여기서 확실히 치료 다 하고 나가야 나중에 고생을 안해"     

옆 침대 사람이 찌푸릴 정도로 미진은 앙칼진 목소리로 엄마에게 대꾸했다. 그런 미진의 완고한 태도에 어머님은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     


미진이 엄마와의 설전이 있고 며칠이 지났을 때, 미진의 휴대폰으로 이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이모!"

-응, 미진아 잘 지냈지? 엄마는 좀 어때?

"다행히 염증 수치가 많이 떨여졌어! 이번주 까지만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아이구, 늙어서 고생하네, 엄마 병간호 잘 해주고, 그리고 내일 니 엄마 생일이잖아. 그래서 미역국 좀 해서 집에 가져다 놨어. 오늘 중으로 집에 들려 내가 가져다 놓은 미역국 가지고 엄마 꼭 드려!     

미진은 이모와 통화로 인해 갑자기 돌로 머리를 맞은 것 마냥 멍했다. '엄마 생일' 어머님은 음력으로 생일 세셨다. 미진도 그걸 알기에 늘 염두해두고 있었으나, 갑자기 어머님이 아픈 바람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미진은 왜 엄마가 필사적으로 병실을 나가고 싶어했는지에 대해서 이해를 했다. 본인 생일 만큼은 우중충한 병실이 아닌 집에서 보내고 싶었던 것다. 그런 엄마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여기있자고 우겼으니 얼마나 서러웠을까 싶었다.      

미진은 밖에 나가 작은 케잌을 준비했다. 비록 병실에서 맞는 생일이지만 그 분위기 만큼은 집에서 하는 만큼 밝게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무릎수술은 가리는 음식이 없기 때문에 평소에 엄마가 좋아하는 보쌈과 족발을 사들고는 의기양양하게 병실로 돌아왔다.      

그리곤 엄마가 누워있는 베드의 가림막을 열고 꼭 껴안아 주었다.      

"엄마, 미안해 나는 엄마 생일 인 줄도 모르고, 우기기만 했어 날 너무 나쁜 딸이라 욕하지만말어, 다 엄마를 위해서 그런 거니까 그래도 오늘은 맛있는 거 먹고 다 풀자!"     

엄마는 미진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잉? 오늘 내 생일 아닌디?"

"그래 엄마, 내일 엄마 음력생일 이잖아"

"잉? 뭔 소리야, 내 생일은 다음 달 이구만.. 너는 딸이 돼가지고 엄마 생일도 모르냐?"

"어? 내일 아니야?"

미진을 놀란듯이 핸드폰에 있는 음력달력을 확인했다. 그러자 정말 엄마의 생일은 내일이 아니라 한달 뒤였다. 미진은 당황하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 영숙이 이모가 전화해서 엄마 생일 이라고, 우리 집에 미역국 갔다 놨으니까 가져가서 먹으라고 그랬는데"     


엄마는 기가차다는 듯이 웃으며 말한다.      

"아니, 고년은 맨난 내 생일이랑 영자 생일이랑 헷갈리고 그런다냐? 옛날부터 유명했어 아주그냥, 형제 자매가 몇명이나 된다고 고걸 맨날 헷갈려"     


미진은 황당해 하며 엄마를 바라봤다.     

"영자이모 생일이 내일이야?"

"그래, 내일 음력 4월 3일은 영자 생일이고, 그 다음달 음력 5월 12일이 내 생일 잖어"     

이번에 미진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한 눈빛을 하며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그럼 왜 나가려고 하는거야? 정말 답답해서 그런거야?"

"고게 사실, 내가 좋아하는 트로트가수 '웅'이가 이번주 주말에 TV라이브 콘서트를 한다고 하는데, 그걸 못 볼 거 같으니까 그랬지. 그니까 나 그냥 퇴원하면 안될까?"     


허탈한 미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절대 안돼! 여기서 염증수치 10으로 떨어질 때까지 꼼짝도 못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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