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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Apr 06. 2023

<단편소설>카페, 비너스(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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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카페 비너스에서는 늘 같은 노래가 나온다. 흘러내리는 노래는 어느 유명하지 않은 가수의 1집 중 가장 알려지지 않은 노래다. 하얀 중절모에 하얀 정장과 백구두를 신은 노신사가 비너스로 향한다. 비너스의 오너 태수는 그를 기쁘게 맞이한다.      

"안녕하세요."     

노신사도 태수의 인사에 화답한다.     

"네, 안녕하세요. 커피 한잔 부탁합니다."     

주문을 마친 그 손님은 테이블에 앉아 눈을 감고 흘러내리는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든다.       

"여기 흐르는 노래가 너무 좋네요"     

노신사의 기분 좋은 떨림으로 태수에게 이야기한다. 태수는 커피를 챙겨 손님 테이블에 가져다주며 이야기한다.     

"그렇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언제 노래인가? 처음 들어보는데"

"꽤 오래전 노래입니다. 20년도 더 됐을 거에요. 저희 아버님 친구 분이 부르셨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거의 매일 들으셨죠. 저도 따라듣다 보니 좋아지게 됐구요. 그 분은 아버님이랑 가장 친한 친구인데 결국 가수로는 성공하지 못하셨다고 하셨어요. 이렇게 노래가 좋은데도 성공하지 못했다니. 저는 믿을 수가 없었죠. 비운의 천재인 것 같아요"

“그런가 보네.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니”     

태수는 노신사에게 비스킷을 가져다주며, 노신사의 팔에 난 상처를 물었다.     

“팔에 큰 흉터가 있으시네요. 어쩌다가 생기셨나요?”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었지. 베트콩이 후퇴한 곳에 우리는 지원을 나갔었는데, 그놈들이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퇴각을 했던게야, 꼼짝없이 당했어. 나와 나의 분대원들이”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노신사의 얼굴에 태수는 자신의 아버지가 비쳐 보인다.      

“아, 저희 아버님도 베트남전에 참전하셨거든요. 몇해전 그 휴유증으로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실 때 까지 전쟁에 대한 끔찍한 기억들을 괴로워 하셨어요”

“아, 자네 아버님도 참전 용사 셨구만, 자네 군대는 다녀왔나?”

“네, 어르신 저는 해병대 나왔습니다.”     

태수는 뿌듯하다는 듯이, 커피숍 한 켠에 걸린 그의 팔각모를 손으로 가르키며 자랑스러워한다. 한편, 노신사는 팔각모를 보며 옛 추억에 빠져든다.      

“저 팔각모를 보니까, 옛 전우와의 추억이 생각나네”

“베트남 전 참전 당시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네, 그 친구와는 생사고락을 함께했지”

“그 친구분은 연락이 되시나요?”

“아니, 끊긴지 오래야, 나 죽기 전에 한 번만 봤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생사라도 알았으면 좋겠어. 내 목숨을 많이 구해줬었거든”      

태수와 노신사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는 중에 노신사가 카페에 막 들어왔을 때 나오던 노래가 다시 재생되었다. 태수와 노신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노래를 음미했다. 그러다, 태수가 긴 침묵을 깨고 이야기했다.      

“어르신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노래의 주인공도 그렇고요”     

태수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노신사는 흐느끼기 시작하며, 태수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나는 자네를 속였네, 이 노래는 내가 20년 전 군에서 전역하고 바로 부른 노래라네, 생사를 함께한 그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앨범을 냈었지”     

노신사는 목이 메였는지 잠시 목을 축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 친구는 어리버리한 나를 몇 번이고 구해줬어. 그런데, 우리 부대의 철수 전 마지막 작전에서 내가 다가간 시설물에 베트공이 몰래 설치한 부비트랩 터지면서 나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었지,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는 절제 절명의 순간이었어. 그 시설물에 다가가는 임무를 내가 아니라 원래 그 친구에게 내려온 명령이었다네, 하지만 전쟁터에서 그런게 어 딨나? 아무나 수행하면 되지, 나도 그 친구도 별 생각 없이 임무를 수행하다가 내게 그런 사고를 당한거야. 그리고 내 마지막 기억은 폭발음과 함께 내게 뛰어오는 그 친구였네”     

“그럼 어르신이, 저희 아버님 친구 분이시겠네요?”

“그럴게야, 사실 이 카페에 들어온 이유가, 모두한테 잊혀 졌을 이 곡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지. 혹시나 내가 찾는 친구가 있지는 않을까 해서말이야. 혹시 아버님 존함이 어떻게 되시나?”

“네, 이 영 호 되십니다”     

노신사는 태수가 말한 이름 석자를 듣더니 더 서글프게 울기 시작했다.      

“내가 찾던 영호를 드디어 만나는 구나”

“어르신, 제가 저희 아버님을 이쪽으로 좀 오게하겠습니다”

“아니네, 됐네,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충분하네, 다만 내 말을 좀 전해주겠나?”

“네, 어르신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영호 친구야, 자네가 힘들어하는 그 때의 그 날은 자네 잘못이 아니니 너무 괘념치 말게”     

태수는 노신사의 말을 받아 적었다.      

“고맙네, 젊은 친구 나는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네”     

태수는 그렇게 나가는 노신사를 바라보며, 그가 부탁한 말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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