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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Aug 24. 2023

<단편소설> 엄마가 왜?(完)


 "엄마... 엄마..."

 

 숨을 쉬지 않고, 눈을 뜨지 못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태수는 눈물을 쏟으며 불러본다. 엄마를 실은 카트는 엠블런스 차에서 내려 응급실 직원들에 의해 다급하게 옮겨지고, 태수는 그 뒤를 쫒아 따라가지만 의료진에 의해 이내 저지 당했다. 태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엄마 옆에 널부러져있 던 수면제 통만 쥐고, 무능한 자신에 대해 책망했다. 늘 강했던 그녀였기에 태수의 충격은 그 어떤 것에도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컸다. 태수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곳에 앉아있는 동안 태수의 아내와 아버지가 다급하게 병원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울먹이는 태수를 진정시키며 자초지정을 물었다.


 "그게, 오늘도 일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엄마가 화장실에서 오래 나오지 안아서, 들어가보니까 이 통에 있는 약을 다 먹고 옆에 쓰......"


 태수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아내는 그런 태수를 진정시키라도 하듯이 손을 등에 가져다 두고 위아래로 쓸어주었다. 아버지는 태수의 이야기를 듣고, 작게 한 숨을 쉬고는 주저 앉아있는 태수를 일으켜 세운 뒤, 잠시 이야기 하자며 데리고 나갔다.


 "아가,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라, 태수랑 할 이야기가 있으니 금망 오마"

 "네, 아버님. 어머님 괜찮으실 거에요. 너무 걱정마세요. 이야기 잘 하고 오세요"


 태수의 아내는 응급실 접수쳐 쪽으로 걸어갔고, 태수는 아버지를 따라 나무로 차양이 쳐진 벤치에 앉았다. 태수는 그 때까지도 진정되지 않아, 눈물을 삼키며 아버지의 말을 기다렸다. 


 "태수야."

 "네, 아버지"

 "니 엄마가 순대 국밥집 장사한지도 벌써 40년이 넘었구나, 그 돈으로 너 학교 보내고, 월급주고, 결혼시키고 참 꿈만 갔던 시절이었어"


 태수는 엄마가 죽을 지도 모르는 이 와중에 옛날타령이나하는 아버지가 한심해 보였다.


 "아버지, 지금 엄마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태평하게 그런 이야기나 할 꺼에요?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잠깐만 앉아봐라. 지금부터 니 엄마가 왜 저런 선택을 했는지 알려줄테니"

 

 태수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요즘 우리 순대국 집에 사실 많이 힘들었다. 한 1년 됐을 거야"

 

 아버지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니 엄마가 너 만큼은 꼭 먹여 살려야 한다고, 장사도 안되는 와중에 매달 5백만 원씩 꼬바꼬박 니 통장으로 넣어줬더구나, 너는 좀 이상하지 않았니? 장사도 잘 안 돼는데 월급이 계속나오는게?"

 

 태수는 말 없이 아버지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최근에 알았다. 니 엄마가 사채까지 써가며 너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태수는 너무 놀라 아버지를 쳐다봤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 지난 번에 월급받은 돈으로 오락실 가가지고 다 날려먹고, 주말마다 출근도 안 하고, 새아가 내팽겨치고 말밥이나 주러다니고, 며칠 전에는 엄마가 너 애기때 사진 보면서 울더라"

 

 태수는 앉아 있음에도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아래에 다시 주저 앉았다. 그리고 계속 흐느꼈고, 자신을 자책했다. 모든 것이 자신이 원인이라는 것을 받아드리기 어려웠다. 그리고는 하늘에 기도했다. '제발, 제발 어머니를 다시 살려주세요'. 아버지는 흐느끼는 태수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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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진 씨 보호자 되시나요?"

 "네, 제가 이미진 씨 보호자입니다"


태수의 아내는 간호사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보호자를 찾던, 간호사는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이 태수의 아내에게 물었다. 


 "아. 그 어머님 지금 비타민 수액 놔달라고 하셔서 그거 맞고 게시고,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으시던데, 엠뷸런스 대원이 그러던데 이미진 씨 아드님께서 영양제통을 대원들에게 보여주면서 우셨다고... 그래서 대원들이 좀 진정하고,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해도 안 들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게 조금 사정이 있어서요. 사실 이러면 안 되는 줄 아는데, 누구 하나 사람 만들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응급실이 붐비지 않았네요"

 

 간호사는 대충 무슨 상황이지 안다는 눈빛을 보내고는 조용히 웃었다. 태수의 아내도 비타민 주사를 맞고 있는 시어머니에게로 자리를 옮겼다.


 "어머님, 수액은 안 아프세요?"

 "응, 새아가 왔니? 니가 고생이 많다. 못난 내가 못난 아들을 둬서"

 "아니에요. 이렇게라도 그이가 정신을 차린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이것 저것 다 해주고 그래서 그렇다. 그래도 이번에 이 정도 까지 했으니 조금은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태수의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이번 만큼은 자신의 남편의 정신을 단단히 고쳐놓으리라는 자신감있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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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 


"어서오세요. OO국밥 입니다. 자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태수는 아침 7시부터 나와 엄마를 돕고있다. 3일 이기는 하지만 담배도 피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달라진 태수에 가족들은 모두 적응하기는 힘들었지만, 그의 변화에 모두들 싫지는 않은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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