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살면서 불편했던 것 중의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괜찮은 떡의 부재였다. 큰 도시의 한국 마트에 가면 떡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원재료의 문제인지, 재료의 배합 문제인지, 떡을 뽑는 기계의 문제인지 아무튼
떡볶이로 끓여 내다 보면, 딱딱하거나 혹은 어정쩡하게 퍼져서 그 특유의 매콤 달콤한 쫀득한 맛은 사라지고,
걸쭉한 고추장 수프에 끈적한 밀가루 덩어리가 떠 다니는 형국이 되어 버리게 되고, 결국에는 이 맛이 아닌데 하면서도 그나마 차이가 덜한 어묵이나 라면 중심으로 허전함을 달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에 오니, 어디에 가서 어떤 형태의 떡볶이를 먹던, 그 떡의 생생함과 매끈한 탱탱함에 놀라게 된다. 심지어 굵은 가래떡을 툭툭 잘라서 만든 떡볶이도 그 굵기가 무색하게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붕어빵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럽지역의 한류 열풍으로 독일이나 영국 등 대도시에서 붕어빵을 모티브로 한 여러 디저트들이 생겨나긴 했는데, 멋진 접시에 살포시 소스가 뿌려진 채 놓인 그것은 붕어빵의 형태를 따라한 유럽식 베이커리일 뿐. 가격도 두 마리에 15유로가 넘다니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었다. 지하철을 내려서 지상으로 올라와 차가운 공기를 스읍 들이마 쉬면 1번 출구 앞에 작은 붕어빵 노점에서 고소하고 달콤하게 풍기는 붕어빵 향기가 코끝을 메운다. 열이면 열 늘 고민하게 된다. 사갈까 말까. 겉바속촉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붕어빵의 원류인 팥이 든 녀석을 한봉다리 사들고 집으로 향하면서 한 마리 들고 호호 불어가며 먹다 보면, 여기가 한국의 겨울이구나 싶다.
해외 생활을 하게 되면, 사소한 것이 그립다. 탱글한 떡볶이가 그립고, 고소한 붕어빵이 먹고 싶고, 야트막한 동네 뒷산이 그립고, 가족들이 함께 담근 김장 김치가 그립고, 예약 없이 찾아가서 30초 만에 진료받고 약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이 그립고,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그립고, 동료들과 같이 회사 식당에서 밥 먹고 눈치 보며 구석에서 킬킬 거리는 수다가 그립고,
버퍼링 없는 빠른 인터넷이 그립고, 어머니가 무쳐주신 새콤한 파래 무침이 그립고, 갑자기 번개 쳐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그립다. 참 사소한 것들인데, 작은 그리움들은 나도 모르게 쌓인다.
작은 그리움들은 한 번에 해소되지 않는다. 살아가며, 생활해 나가며 문득문득 만나게 되고 채워지는 수밖에 없다. 다 채워지고 나면 이제는 유럽의 사소한 것들이 그리워지겠지만, 아직까지는 하나씩 발견하고 채워 나가는
그리움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