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창 핫 하다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회사에 출근하고 있는 덕분에 최근 유행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건물 옆에 덩그러니 빈 컨테이너들이 놓인, 평상시에 팝업 스토어를 주로 여는 공간에 얼마 전부터 대대적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한 광고가 붙길 시작했다. 짐짓 독일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 한편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막상 시작한 행사장에 가보니 기대와는 다른 난전이 펼쳐져 있다. 장신구를 몇몇 파는 상점과 스테이크, 붕어빵, 케밥, 어묵 등 군것질 거리를 파는 푸드트럭, 그 사이에 놓인 크리스마스 반짝이 철사로 엮어 놓은 트리 하나가 전부다.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과 연말 분위기를 즐기러 핫플레이스에 나온 사람들로 복작거리겠지만, 상상했던 크리스마스 마켓과는 거리가 멀다.
12월이 되면 독일의 많은 상점과 공터가 크리스마스 마켓을 표방하며 탈바꿈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볼만한 곳은 역시 시청광장에 열리는 마켓이다. 지역 소도시 중심으로 발전 유지된 그곳의 특성에 따라 조금 오래된 어느 도시에나 있는 시청과 교회를 좌우에 거느린 광장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자리를 잡고, 예쁜 장신구와 달디 단 먹거리를 파는 통나무 간이 상점들이 길게 늘어선다. 평소에 볼 수 없던 블링블링한 액세서리들이 화려한 조명아래 반짝이고, 지글지글 구워진 와플에 누텔라 초콜릿 시럽이 듬뿍이다. 빠질 수 없는 것이 따끈하게 데워서 마시는 글뤼바인이다. 레드와인에 설탕, 오렌지, 계피를 넣고 끓여내어 따뜻한 차처럼 마시며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볼 온기를 더해주는 특별한 음료이다. 겨울에 보기 힘든 모처럼의 왁자지껄 붐비는 인파 속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사실 크리스마스 마켓이 그토록 반짝이며 눈부신 이유는 그것과 대조되는 독일의 겨울 분위기 때문일 거다. 눈이 오는 것도 아닌데 어스름한 한낮에 으슬으슬한 추위가 온 동네를 감싸고, 가뜩이나 인적이 드문 길에는 그나마 산책하던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도 사라진 12월. 겨울 어둠이 내리며 그 차가운 공기가 점점 무겁게 밤을 누르는 그때, 집집마다 하나 둘 불빛이 켜진다. 그리고 그 별 빛이 모이고 모여 마을 광장에 거대한 나무가 되고, 그 불이 하늘로 올라가 겨울밤을 견디어낼 온기로 마음속에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차갑고 어두운 각자의 우울함을 박차고 나와 맞이한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어두워야 밝음이 반갑고, 추워야 따뜻함이 소중하고, 외로워야 사람들이 그립다. 부족해야 선물이 소중하고, 곁에 없어야 빈자리를 알게 된다.
막상 독일에서 지낼 때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그냥 넘기곤 했는데, 멀고 먼 한국에 와서 다시 생각나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이란 옆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는 존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