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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경숙 Oct 17. 2023

꽃피는 봄이오면 (1)

2023 아르코 선장작 희곡부문  

주요 인물 

시어머니    남편을 먼저 보내고 큰아들 작은아들을 교통사고로 한날한시에 보낸 기구한 운명의 시어머니. 큰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다. 겉으론 강한 듯하지만 속정이 깊다.


큰며느리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먼저 세상을 뜨고 혼자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책임감이 강하고 현모양처로 남편과의 추억이 애틋하다. 

 

작은며느리   생활력이 강하고 심성이 곱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혼자 살고 있고 있지만 시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큰형님이 늘 눈에 밟힌다.

 

고모       철없고 제멋대로.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보지만……

 제대로 된 사랑을 만나지 못했다.


주변 인물

치킨집 사장

순이네

복부인

낯선이 남 여 빈이

 

배경

2003년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 봉계마을 - 

유교에서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기본 도리이자 덕목을 오상 또는 오륜이라 하는데 곧 인의예지신이다.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에는 이를 본받고 지키기 위해 마을 이름으로 삼아 500년 전통을 이어온 인의리, 예지리, 신리가 속해있는 봉계마을이다.

 

무대

파란 기와를 얹은 시골집이 주 무대로 꾸며져 있다.

마루가 있고 수돗가가 있는 시골집이다.



1장  제사


양손에 짐보따리를 들고 작은 며느리가 열린 대문으로 들어온다.


작은며느리  형님~ 저 왔어요.


시어머니가 방에서 나와 마루에 앉는다. 손에는 밤이 든 그릇과 과도가 있다.


작은며느리  어머니 죄송해요. 마이 늦었지요?


시어머니    괘안타 얼른 온나.  일 마치고 오느라 힘들었째


큰며느리 앞치마를 두르고 제기가 든 바구니와 행주를 가지고 부엌에서 나와 마루에 올려놓는다.


작은며느리  형님 죄송해요


시어머니    죄송할끼 따로 있제 니는 뭐 놀다 왔나


큰며느리    놀다 왔으면 그기 사람이가 


시어머니    뭐라꼬?


큰며느리    동서 핀들어주는 기라예


시어머니    가가 저거나 좀 받아라.   


큰며느리 가서 작은며느리 손에 든 짐을 받는다.


큰며느리    이기 다 뭐꼬?


작은며느리  오다가 마트 들러가 갈비 좀 샀어요. 어머님이 지난번에 갈비 드시고 

            싶다꼬


큰며느리    제사 음식이 이래 많은데 갈비는……


시어머니    그거 냉동실에 너놔라. 입이 깔깔 해가 생각나든데 잘됐네.


큰며느리    냉동실에 자리도 없든데……


시어머니    메루치 꺼내가 밖에 나또라. 똥 까가 수제비 해묵자


큰며느리    제사 음식도 많을 낀데


시어머니    누가 오늘 한다카나


작은며느리  아휴~ 맛있는 냄새. 형님 주세요. 제가 너놀께요.


시어머니    (말을 자르고) 니는 손이나 씻고 앉아라


작은며느리  이거부터 넣고 손 씻고 나올께요.


얼른 짐을 받아들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시어머니 밤을 깎고

큰며느리 마루에서 제기를 꺼내 닦는다.


시어머니    늦게 와가 안 그래도 무안할 낀데 자꾸 카지 마라 


큰며느리    아주버니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하도 한결같아서


시어머니    (역정을 낸다) 니는 그 얘기가 와 나오노


큰며느리    ……


시어머니    뭐라 캐도 자는 아직 어리다 아이가


큰며느리    한날한시에 같이 갔는데 아픈 기 나이 따지고 살피믄서 오는 거 아니잖아요.


시어머니    그기 아들 둘 앞세운 시애미한테 할 소리가…… 그것도 그것들 장사 치른 날에……


작은며느리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나온다.


작은며느리  고만 하이소. 맨날 늦게 오는 제가 잘못한 건데 형님한테 카지 마이소.


시어머니    …… 그래 알았으마 됐다.


치킨집 사장이 통닭 한 마리를 들고 대문을 열고 들어온다. 


치킨집 사장   통닭이 왔어요! 갓 튀긴 노릇노릇한 통닭이 왔어요~


시어머니     어여와요


큰며느리     어서오이소


작은며느리   요새 조류독감 때매 난린데 


치킨집 사장   아 200도 펄펄 끓는 기름 솥에 들어가가 바이러스까지 바싹 튀가 뿟으

까네 걱정하지 마이소


시어머니     준이하고 빈이하고 어릴 때부터 울다가도 찾는게 통닭이다.

 이상한 병이 돌때도 다른 집 통닭은 안 먹어도.. 아, 이사장네 통닭은 없어서 못 먹은 적은 있어도 그런 거 때매 가린 적은 없었다.


치킨집 사장   가~들 초등학교 때였제 야구부 아들 단 체주문 때매 통닭이 씨가 말랐는데 통닭 튀가달라꼬 떼쓰는 바람에 내 옆 동네 주문해가꼬 안줬나. 

 

시어머니     근데 가들이 기가막히게 알더라. 그날따라 맛이 덜하다꼬 남기더라


치킨집 사장   다음 날 다시 튀가 줫다 아이가.


시어머니     울 아~들이 어지간히 사장님 괴롭혔지요.


치킨집 사장   아이라요. 준이하고 빈이가 우리 꼬꼬치킨 산 역사고 증인인데 


큰며느리     사장님 시장 하시지요. 쪼매만 기다리이소. 제사하고 같이 식사하고 

가시야지요.


시어머니     작은아 뭐 하노. 얼른 치킨 받고 상 차리가 제사 지내야제.


작은며느리   (치킨을 받는다.) 일로 주이소.


집 전화기 울린다. 


큰며느리     제가 받으께요.


큰며느리     여보세요. 아 고모님…… 예…… 잠깐만요…… 

어머니, 고모님이 뭐 필요한거 없나 물으시는데요?


시어머니     어, 올 때 막걸리 한 병 더 사오라 해라


큰며느리     예 


시어머니     어데까지 왔노


큰며느리     어디까지 오셨어요? 아…… 예 그럼 운전 조심해가 천천히……


시어머니     막걸리!


큰며느리     아! 고모님 오실 때 막걸리 한 병…… 예…… 천천히 오이소.


시어머니     젊은아가 와 그래 정신이 없노


큰며느리     요즘 자꾸 깜빡깜빡하네요.


옆집 순이네 막걸리가 든 비닐봉지를 품에 안고 대문으로 들어온다.


순이네       뭣이 이래 고소한 냄새가 나싸?


치킨집 사장   개코네, 개코.


순이네      음식 냄새가 담장 넘어 울 집 안방까지 들오는걸 가택침입죄로 신고할 수도 없고…… 주인 없는 강아지면 델꼬 키우기라도 하지. 이건 뭐 남의 군침이나 돌게하고 찬이 없어 라면 삶아 김치 얹어 먹다 나도 모르게 이짝으로 발걸음이 오는걸 우짜겠노. 


시어머니     잘 왔소. 누가 뭐라 카나? 거 손에 든 거 막걸리 아이가?


순이네       (마루에 냅다 올라앉으며) 울 형님 어찌 아셨수? 


시어머니     좀 있따 제삿밥이나 자시고 가


순이네       이놈 이 동네서 젤 맛난 막걸리여 알지?


큰며느리     알죠  


치킨집 사장   양조장 사장이 그 집 아들인게 영~ 걸린다 이 말이지


순이네       뭐가 걸려요?


치킨집 사장   맛 평가에서 공평성을 잃어버렸다는 말이지.


작은 며느리   막걸리 맛이야 온 동네가 다 아는 건데, 사장님 짖꿎으시기는……


치킨집 사장   농담이야. 농담.


순이네      자꾸 그러는 거 아녀. 이달부터 저짝 동네 막걸리까지 같이 들이기로 했다면서요?


치킨집 사장   손님들의 다양한 입맛을 위한 차원에서…… 거 솔직히 치킨 하면 맥주지. 

치맥! 누가 치킨에 막걸리를 찾냐고…… 내 순이네 때매 막걸리도 들이는 

건데…… 아 그라고 실은 그짝 막걸리 사장한테 돈을 쬐까 빌렸다가 못갚아서 대신 막걸리로 퉁치기로……


순이네       또 노름 했나보네


시어머니     아직도 못끊었소? 


치킨집 사장   무… 무슨 말씀이래~ 노름이라니.


순이네       아님 말고……


치킨집 사장   거 암것도 모르면서 남의 얘기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여.


시어머니     남의 제사집 와서 지금 뭐 하는 거요~ 그럴 거면 어여들 가요.


요란하게 차려입은 고모 막걸리 한 병 들고 등장한다.


고모         대문은 활짝 열어놓고 뭐가 이래 큰소리래. 온 동네가 다 시끄럽네.


큰며느리     어서 오이소.


작은며느리   먼 길 오시느라 힘드셨지요.


시어머니     어서 오세요.


고모         오늘따라 뭐가 그리 막힌대니.. 아유 언니 준비하시느라 힘드셨죠? 


시어머니     ……


고모         음.. 작은애야, 가서 갈아입을 바지 하나만 가지고 와봐.


작은며느리   바지요?


고모         동네 들어오는데 어떤 여자애가 주전자에 막걸리 한 통 받아오다.. 하필이 면 내 코앞에서 넘어질 게 뭐니? 


큰며느리     애는 괜찮대요?


고모        지금 애가 문제야? 이 옷이 얼만 줄이나 알아? 막걸리 내가 진동하는 게…… 지독한 알콜에 옷감이라도 안상했나 몰라.


순이네       혹시 가~ 단발머리에~ 콩알 만한 점이 코 옆에 없었어요?


고모         점은 자세히 못 봐서… 예 단발머리는 맞네요……


치킨집 사장   순이 아이가~ 순이 심부름 보냈는교?


순이네       아이고 참말로 아가 넘어지모 일으키주는 기 어른이 할 도리지, 지 옷에 뭇은 막걸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는 무슨 경우고~


고모         (갑자기 사투리를 쓴다)뭐? 지 옷에? 언제 봤다고 막말을 해쌌노! 이기 얼마짜리 옷인데…… 막걸리 쏟아가 옷을 못 입게 망치쓰마 변상을 해야지~ 어디서 더 큰소리고?


순이네        뭐라꼬? 변상~ 카모 그 옷에 묻은 막걸리 변상은 누가 할 낀데?  울 

아들 피같이 만든 막걸리는 얼마짜린 줄 아나? 니 잘난 옷에 묻은 막걸리값이나 내놔라.


시어머니      (호통을 친다) 고마해라! 오늘 같은 날 뭐 하는 짓거리고 다! 


순이네        형님, 지송하게 됐네요… 저… 먼저 가요……


치킨집 사장    이 여사, 고정하시고… 제사 잘 모시고…. 저도 가요……


시어머니      서 있지 말고 다들 들어가자.


시어머니 밥그릇을 들고 앞서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큰며느리 재기가 든 바구니를 들고 들어간다.


고모         아유~ 꼬장꼬장하기는


작은며느리     고모님~ 



다들 들어가고 무대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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