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이오면 (2)

2023 아르코 선정작 희곡부문

by 변경숙



- 2장 -



다음 날 아침, 마당에서 빨간 추리닝을 입고 에어로빅 동작을 하며 요란하게 운동 중인 고모



작은며느리 고모님 빨간 추리닝이 아주 잘 어울리네요.


고모 (운동하면서) 내가 또 한 패션 하지


작은며느리 근데 오늘 안 올라가세요?


고모 왜? 내가 빨리 올라갔으면 좋겠니?


작은며느리 무슨 말씀이세요?


고모 (하던 운동을 멈추고) 너도 그러는 거 아니다.


작은며느리 예?


고모 너 말 나온 김에 빈이 죽고 보험금… 그 돈이 왜 다 니 꺼니?


작은며느리 고모님.


고모 너 막말로 빈이 걔~ 코찔찔이를 엎어 키운 게 나다.



큰며느리 들어온다.



큰며느리 도련님을 고모님이 엎어 키웠다고요? (빈정대며) 아하~~ 어머님 혼자

남의 집 일 봐주고 두 아드님 키우느라 등골 휠 적에 이혼했다면서 보따리

싸들고 내려와 1년 넘게 더부살이하신 얘기요?


고모 (어이없다는 듯) 뭐?


큰며느리 준이 아빠 살아생전에 밥 먹는 건 까먹어도 그 얘긴 꼭 빼먹지도 않아요.

엄마가 일 나가면서 간식으로 삶아놓은 달걀이며 감자며…

하여간 먹는 건 죄다 고모한테 빼낐따꼬, 밥도 얻어먹는 밥이 맛있다 카디……


고모 야! (불같이 화를 낸다)


큰며느리 아, 알아요~ 그 코찔찔이 애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다 큰 어른

이 그깟 달걀이며 감자가 먹고 싶어 그랬겠어요?

학교에서 염치를 빼고 가르쳐준 학교 쌤이 잘못한 거지요.


고모 니 말 다했나?


큰며느리 근데 왜 꼭 흥분하면 사투리가 본심처럼 툭툭 튀어나와요?


고모 야!


작은며느리 고모님 해도 너무하네요.


고모 이것들이 오늘 쌍으로… 그래 마자 해봐라.


작은며느리 왜 자꾸 저 볼때마다 보험금 가지고 불편하게 만드세요?


고모 불편~? 그래 그기 다 니 돈이라 이 말이가?


작은며느리 어쩜 그렇게 하나도 안 변하세요? 애 아빠 생전에도 돈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하시더니… 애 아빠가 고모님 보증 서 준 게 어디 한두 번이었어요?


고모 니 그기 와 여서 나오노?

작은며느리 해도 너무 하시잖아요. 그 보증이 잘못되가……


시어머니 들어오다 이야기를 듣는다.


시어머니 이기 다 몬 소리고? 누가 누구 보증을 서?


고모 (화들짝 놀란다) 엄마야! 언니! 그기 아이고~


시어머니 아니기는 뭐가 아니고. 작은아 니 똑바로 얘기해라 무슨 소리고? 빈이 가

가 보증을 섰다꼬?


작은며느리 그기 어머니… 애 아빠 생전에 고모님이……


고모 (앞을 가로막으며) 내가 언제 뭐라 캤다꼬… 생사람 잡네!


시어머니 고모… 이제 내 안 볼끼라요.


큰며느리 고모 앞을 막으며


큰며느리 어머니… 고정하시고… 그거는


시어머니 니도 아는 얘기가?


큰며느리 그기……



치킨집 사장이 낯선 여인을 데리고 등장한다.



치킨집 사장 이 여사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어머니 느그들… 좀 있다 얘기하자… 고모도요……


고모 음……(작은며느리에게 눈치를 준다)


큰며느리 어서 오이소.


치킨집 사장 여기 이분이 집 보러 왔다 카는데...


고모 (놀라며) 집을요?


복부인 안녕하세요! 여기가 봉산면 신리 465 맞죠?


치킨집 사장 에이~ 잘못알았다 카이끼네 참... 이 여사님 아니지요. 누가 집 주소를 잘못 올리놨나...


시어머니 잘 오셨습니다.


치킨집 사장 예?


시어머니 맞아요. 내논 거.


다 같이 (동시에)


큰며느리, 작은며느리 어머니!/ 고모 언니! / 치킨집 사장 이 여사님!


시어머니 일로 올라오이소.


고모 이기 다 몬 소리고… 집을 내놨다꼬?


시어머니 고모는 나중에 얘기 하입시데이. 작은아는 가가 차나 한잔 내온나.


작은며느리 예.


복부인 이 지역은 포도가 유명하죠?


치킨집 사장 자두도 있다 아입니까. 아 근데 집은 와?


복부인 위치도 좋고… 마당도… 넓고……


시어머니 복덕방에서 얘기는 들으셨을테고 저짝 문칸방입니다.


복부인 뭐 볼 것도 없어요. 바로 계약하죠


고모 사장님도… 방보러 왔다 해야지 놀랬잖아요.


시어머니 거 성격이 급하신가 보네


고모 아니면 급한 사정이 있던가


복부인 (가방을 뒤적이다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계약금 이거면 되죠?


큰며느리 문칸방에 도련님 물건하고 그 사람 물건은


시어머니 싹 다 치울 끼다


작은며느리 (들어오다 그 소리를 듣고) 물건을 치운다고요. 어디다 치울 건데요?


시어머니 신경 쓰지 마라. 내 알아 할 끼다


큰며느리 우째 치울 건지 알아야……


시어머니 그기 와 그래 궁금한데 싹 다 불싸지를끼믄 우짤 건데


고모 언니! / 작은며느리, 큰며느리 어머니!


시어머니 암 말들 마라!


복부인 머리 좀 식힐려 했더니 여기도 꽤나 복잡한가 봐요.


시어머니 그런 거 없수다. 계약하신다고.


복부인 뭐 받았다는 영수증 비슷한 거 하나 써주시면 됩니다.


고모 (다급하게) 잠깐!


시어머니 와이카노!


고모 (말까지 더듬으며) 저거 물건들… 치울 때도 없고… 그건… 그렇다 치고… 월세!.

월세는 도대체 얼마를 받길래.. 아니.. 내 말은.. 집에 사람 들이는기 무슨 동네

버려진 똥강아지 맹크로 그래 들이믄 되는기 아니니까 하는 말이잖아요.


복부인 똥강아지? 이보세요! 말을 너무 함부로 하시는 거 아네요?


치킨집 사장 아이고 여사님이 참으쇼. 고모님 말은 동네 강아지는 밥만 축내지만

우리 여사님은 월세까지 따박따박 내고 들어오는데… 뭐 한마디로 복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그 뜻이지요……


고모 (말을 자르고) 모르면 잠자코 계시던가 닭이라도 튀기러 가시던가?

복은 무슨… 뭐 이렇게 된 마당에… 단도직입적으로다… 나 저 문칸방에 들어갈라요!


큰며느리/작은며느리/시어머니 예?


복부인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시어머니 고모 설마.


작은며느리 저 문칸방에서 산다는 건…


큰며느리 아니죠?


고모 빙고! 딱 그 얘기네요~


시어머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치킨집 사장 똥강아지도 염치는 아는디……


고모 뭐요?


치킨집 사장 지는 참말로 닭이라도 튀기러 가야겠수다……



치킨집 사장 퇴장한다



큰며느리 지난번에 같이 오셨던 이사장님하고…


작은며느리 재혼하신다고…


고모 헤어졌어요!


복부인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시어머니 내 영수증 하나 써올 테니 잠시만 계세요.


고모 언니!~


복부인 그럼 이사는?


시어머니 준비되는 대로 들어오세요.




시어머니 돈을 챙기고 일어나 영수증을 쓰러 큰방으로 들어간다. 고모 따라 일어난다.




고모 언니 저랑 얘기 좀 해요! 월세는 내가 따박따박 낼게요~ 언니……



무대에 덩그러니 큰며느리 작은며느리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며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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