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주제
1)
요란한 벨소리를 울리고 있는 로스의 핸드폰. 로스는 핸드폰 때문에 잠에서 깨고 핸드폰을 조심이 열어본다.
"10시까지 라티오님의 집으로 올 것"
라티오의 부하 세타로르에게 온 연락이었다. 로스는 또 자신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들면서 옷을 갈아입으러 웃장으로 간다. 로스는 아침부터 이렇게 자신을 부른다는 것은 심상치 않는 일을 자신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만날 때 가는 복장보다 더 고급진 옷을 골랐다. 검은색 코트.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랍에 있는 마카로프에 실탄을 장착하고 조심히 자신의 목에 있는 십자가에 입맞춤을 하면서 집을 나와 택시를 부른다.
"로스트리 거리 입구에서 내려주세요"
라고 택시 기사에게 부탁을 하고 그는 라티오가 왜 자신을 불렀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로스가 이렇게 라티오라는 사람에게 복종하는 이유는 그가 이곳에서 사는 이유, 그리고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사람 덕분이기 때문이다. 로스는 발칸반도에서 태어나서 내전 때문에 급하게 자신의 사촌, 피데르가 사는 이곳으로 이사 왔고 그가 있는 "루포"의 부하가 되었다. 다만, 로스는 내전당시 군인이었다는 점으로 인해서 자동차 정비를 맡는 피데르와 달리 암살이나 검은돈을 만지는 일을 담당했다. 그의 주 임무는 누군가를 암살하는 임무였고 그럴 때마다 피데르는 꿈도 못 꿀 정도의 돈을 받았다. 그러면서 이 도시에서 생활할 수 있었고, 이 도시에 적응할 수 있었다. 마치 아버지 같은 존재가 바로 라티오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일반적인 암살임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일반적으로 그런 명령은 세타로르가 하달하는 방식이었고, 루포의 두목 라티오에게 직접적으로 들었던 명령은 마피아에 입단했을 때 이후로 두 번째였다.
"도착했습니다 5불입니다"
쿨하게 돈을 내고 로스트리거리 입구에서 라티오가 사는 집까지 걸어갔다. 로스트리 거리는 라티오의 부하들만 서성거리는 거리이다. 쌀쌀한 바람이 불면 낙엽들이 떨어지는 사이에서 로스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보이는 라티오의 부하들... 3~4명씩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잡고 있는 M1911권총. 평소와 비슷한 복장이지만 그는 평소와는 다른 위압감을 느끼며 걸었다.
라티오 문 앞까지 도착한 그는 문을 3번 두드린다.
"오셨습니까 로스씨, 급하게 불러서 죄송합니다. 라티오님께서 급하게 당신을 찾아서.."
로스는 괜찮다는 투로 세타로르에게 말하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다.
자신이 지상에 내려온 악마라는 것을 계속 상기하면서...
2)
처음에 임무가 하달됐을 때, 청부살인을 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임무를 수행했다. 자신이 원래 있던 발칸반도에서 늘 하던 게 자신의 국가에 위험이 되는 자들을 죽이는 일이었기에 그것과 똑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그때 일과는 180도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 당시에는 '사명감'이라는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죄책감을 씻겨냈다면, 지금은 자신이 그저 '돈으로 인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라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는 죄책감을 씻어내지 못했다. 그에게 가장 큰 죄책감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은 라티오의 전처 로샤를 죽일 때였다. 너무 극비리 진행 되는 일이라 그때 처음으로 라티오에게 직접 명령을 받았고 일반적으로는 암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령했던 것과는 달리, 그 암살은 그냥 로스의 재량에 맡겼다.
그랬던 가장 큰 이유는 로스는 로샤랑 나름 가까운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가 이 마피아라는 세계에 처음 적응을 도와준 자가 로샤였고 한 번은 그에게 어떻게 구했을지 모르는 유고슬라비아의 전통음료를 준 적도 몇 번 있어서 로스는 그녀를 어머니처럼 생각했다 그런 그녀를 죽이라는 임무를 받았을 때 그는 적지 않는 충격을 받았지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동료차를 타고 로샤가 사는 곳으로 가서 반갑게 맞이하는 로샤의 심장에 권총 3발을 발사하고 그대로 도망쳤다.
동료의 차를 타고 임무를 완수했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그의 손에 묻어있는 그 로샤의 피를 보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죽인 사람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자신은 대체 왜 사람을 죽여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달리는 차에서 속으로 후회와 절망을 하며 갔다.
그리고 그에게 떨어진 30000달러. 그 돈을 받고 집으로 가면서 줄곧 생각했다.
"이 돈은 나에게 주는 돈이 아니라 악마에게 주는 것이구나"
그리고 그 이후로 그는 자신이 "악마"라고 생각했다. 희생자들의 죄를 자신이 대신 가져간다는 생각으로, 자신은 지옥에 가서 그들의 죄를 다 자신이 당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버텼다. 그리고 그에게 오는 돈들은 그것에 대한 작업비라고 생각하면서 버텼다
그렇게 그는 악마가 되었다.
3)
"나의 아들이여!"
라티오는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차를 하나 내주면서 그에게 사진을 건네주었다.
"이번에 네가 처리할 사람이야."
사진을 받은 그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피데르, 바로 그를 여기까지 데려오게 만든 자신의 사촌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왜.. 그를 죽여야 합니까?"
피데르도 그의 부하이기에 어느 정도 명령이 가능하기도 하고, 동시에 만약 해치울 거면 지 손으로도 충분히 해치 울 수 있는 것인데 굳이 자신에게 일을 맡인다는 것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가졌다.
"로스!"
라티오는 주먹을 책상에 치면서 소리쳤다.
"다시 한번 더 말한다.... 이번에 죽일 사람은 이 사람이다."
70이 넘은 나이인데도 보이는 그의 위압감. 마치 눈으로 로스를 죽일 수도 있다는 압박감. 40년간 마피아를 움직인 그의 포스는 어느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존재였다. 로스는 더 이상 말은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일을 수행하기로한다.
4)
청부살인이라는 일 때문에 피데르와는 멀리 떨어져서 살아서 그는 다시 택시를 부르고 피레르를 죽일 항구로 간다. 피데르한테 할 말이 있다고 문자를 보내고 눈을 감으면서 그는 생각했다.
'내가 왜 그를 죽여야 하지? 나는 어찌 인정이라는 것도 없는 것인가? 우애라는 것도? 가족이라는 것도? 대체 나는 무슨 사람인 것인가 이렇게 사람의 생명을 막 건드리는 자여도 된다는 말인가'
이때 그의 눈을 번쩍 뜨게 한 것이 있으니 바로 자신이 '악마'라는 것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내가 다른 사람을 죽일 때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없었다. 이건 단지 내가 임무를 달성 못하게 하려는 머릿속의 갈등이다. 그래! 나는 "악마"다 나는 악마이기에 가능하다. 나는 모든 사람의 죄를 사하기 위해, 그들의 죄를 뒤집어쓰는 "악마"이기에 그를 죽여도 된다. 죽여야 한다. 그것이 나의 존재 이유다."
라고 생각할 때쯤 차는 피데르를 죽일 항구로 도착했다.
5)
과거에는 수많은 물류가 움직였던 항구였지만 옆동네에 큰 항구가 새로 생기면서 완전히 망한 항구, 다만 마피아들이 자주 활동하는 곳이라서 피레르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오고 있었다.
처음 이 도시를 밟았던 항구, 그리고 처음 피레르를 만난 공간.. 그리고 피레르가 죽을 공간... 그러나 로스는 생각을 멈췄다. 자신이 악마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마인드를 세팅했다.
무너진 크레인들과 조용한 항구 건물들, 들리는 소리는 오직 갈매기와 위에 있는 다리에서 들리는 차소리뿐이었다. 로스는 한 손으로는 자신의 권총을 만지면서, 남은 한 손으로는 십자가를 만지면서 기도를 하고 있다.
"주님 부디 그를 용서하고 그의 죄를 사해주시옵서서.. 제가 그의 죄를 뒤집어쓰겠으니 부디 용서해 주시옵서서...."
라고 기도할 때쯤 멀리서 택시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피데르가 탄 차였다.
"내 형제 로스!..."
6)
피데르는 로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두운 그의 표정 그리고 뭔가 심오한 생각을 하는 그의 눈빛 그리고 무언가 잡고 있는 손가락.. 무언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그는 느꼈다.
"왜 그래 로스! 무슨 일 있어? 또... 그 일을 한 거야?"
피레르는 그가 하는 일에 대해서 힘들어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것 때문에 불렀다고 생각했다. 격려하기 위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손을 어깨 위에 올렸다.
로스는 천천히 총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기다렸다. 들리는 것은 오직 그의 뛰는 심장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피데르의 말.
"그래 그 일 힘들다고 했잖아... 비서한테 이야기해봐 그럼 잘 들어...."
사정거리까지 왔다는 생각에 바로 그는 계획을 실행한다.
(탕)
로스는 주머니에서 총을 뽑아 바로 페레드의 복부에 한 발을 발사한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으로 페레드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그러지만 힘이 없어 엎드려서 기어간다.
"로스!.. 대체 왜? 어째서? 대체 왜?..."
(탕!)
(탕!)
로스는 페데르의 머리에 조준하고 그대로 발사한다. 그대로 고개를 숙이며 아무 말도 없어진 피데르. 그리고 그의 머리에서 나오는 액체들.. 로스는 그의 시체를 바닷속에 빠트린다.
그리고 세타로르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임무 완수"
그러자 그의 뒤에서 라이트가 켜지는 차. 그러면서 그에게로 다가온다.
"좋았어! 역시 자네야"
7)
모든 것을 보고 있던 라티오, 그리고 그것을 꺠닫고 놀라는 로스. 로스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한다.
"테스트해보고 싶었다네, 얼마나 그대가 우리에게 충성을 하는지, 그런데! 너는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일을 처리하는군!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을 원했어. 완벽하구나. 자! 여기 수고비라네"
그리고 그의 손에 올려지는 50000달러....
라티오는 돈을 주고 나서 차를 타고 떠난다
로스는 자신에 손에 올려진 5만 달러는 한참 동안 쳐다본다.
그리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돈을 꽉집는다.
"악마... 나는 진정한 악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