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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작정고전소설읽기 Sep 25. 2024

7번째 주제

1)

"우목아!"

강원도 산골에 있는 중학교의 점심시간, 점심시간이 다 될 갈 때쯤 우목이의 10년 지기 친구 설윤이가  옆반으로 가서 우목 이를 부른다. 친구랑 장난을 치던 우목이는 설윤이가 부르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앉고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서 설윤이를 본다.

"......!..."

우목이는 설윤이의 눈을 보자마자 놀란다. 설윤이의 눈이 별처럼 빛이 나고 반짝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느껴보는 환상. 그 환상은 우목이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고 얼굴을 붉게 만든다. 우목이는 대체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를 하지 못해 그대로 얼음이 된다.

"뭐야 키킼 너 왜 날 보고 대답을 안 해? 우리 밥 먹자고!"

"아냐... 나 친구들이랑 먹어야도 돼"

설윤은 다가와서 우목이의 팔을 치면서 같이 밥 먹자고 말하지만, 우목이는 아까 전 충격으로 인해 설윤이에게 친구랑 밥을 먹는다고 거짓말을 치고 그대로 학교 운동장으로 나왔다.

가을이어서 조금 쌀쌀한 날씨가 우목이의 몸을 스치고 귀가에는 같은 반 3학년 학생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화목하게 놀 때 우목이는 혼자서 벤치에 앉아 아까 전에 느낀 감정을 다시 생각한다.

'방금 대체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설윤이를 보면서 심장을 떨었지? 애초에, 그 반짝거리던 눈빛은 뭐지? 내가 이상한 건가?'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당황한 우목. 한참 동안 벤치에 앉아서 생각하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수업 종소리가 울리면서 그대로 반으로 계속 생각하지만 좀처럼 답을 내리지 못하고 집으로 간다.

집을 가서 그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 생각도 해봤다

'내가 설윤이를 좋아하나?...'


2)

예상했다시피, 우목이와 설윤이는 어릴 때부터 같이 놀고 다닌 사이였다. 애초에 그들이 사는 곳이 강원도 깊은 산골이어서 주민들이 서로서로 가까웠고 그중에서도 유독 가까운 사이가 그들의 부모님이었다. 우목이 어머니는 항상 설윤이 어머니랑 같이 다녔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목이는 설윤이랑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설윤이 와 우목이 둘의 성격차이도 그들이 친해지는데 한몫했다. 어렸을 때부터 동성보다는 이성남자애들이랑 자주 어울린 설윤은 왜소하지만 활동적이었고 용감한 성격이었다. 반면에 우목이는 체형은 크지만 굉장히 마음은 여리고 감성적인 아이였다. 그런 그를 설윤은 귀여운 남동생 느낌으로 대했다. 그렇게 이들은 유치원 초등학교 내내 같이 붙어 다녔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다른 친구들은 그들이 서로를 좋아한다고 놀려댔지만 그들은 그런 놀림에 굴하지 않고 계속 친하게 지냈다. 서로 어릴 때부터 봤기에 친구 그 이상으로는 안보인 것이다.

그런 관계에서 갑자기 그가 설윤이를 보고 반한다니. 그것은 있을 수도, 아니 있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만약 잘되더라고 헤어지면 관계가 풍비박산 나고, 설령 잘못되면 서먹해지는 사이가 될 텐데 그렇게 자신의 오랜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우목이는 최대한 부정했다. 자신이 그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그냥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하고 넘기려고 했다. 다만, 혹여나 하는 마음에 일단은 설윤이랑 거리를 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3)

그날 이후로 우목이는 완전히 달라졌다. 설윤이가 놀자고, 같이 집을 가자고 해도 온갖 핑곗거리를 만들면서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설윤은 변한 그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속으로는 어느 정도 서운한 마음도 있긴 했다. 사실, 설윤이가 용감한 성격, 활동적인 성격이 된 이유는 남자애들이랑 같이 논 이유도 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었다.

과거에 설윤이에게는 3살 어린 남동생이 있었다. 남동생은 용감하고 강인한 성격으로 온 마을을 친구들이랑 병정놀이 하면서 놀았다. 그러다가 남동생이 10살이 됐던 시점에 겨울 계곡에서 놀다가 그대로 물에 빠져 익사하고 말았다. 설윤이의 가족들은 이일로 마을 떠나려고 할 정도로 충격이 컸고 설윤이의 어머님은 병까지 걸렸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설윤이는 자신까지 힘들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성격을 죽은 남동생처럼 바꾸기 시작했다. 남자아이들이랑 놀면서 그리고 용감한 성격이 되는 방법으로 그녀의 성격은 점차 변화했다. 

이때 가장 큰 도움을 준 애가 바로 우목이었다. 우목이는 설윤이의 남동생의 장례식에 계속 있어주면서 설윤이 곁에서 계속 위로해 주고 그 누구보다 슬퍼했다. 그때 설윤이는 처음으로 우목이 가 단순한 친한 남자아이가 아닌 하나밖에 없는 또 다른 남동생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에 대한 애정이 강해졌다. 그런 우목이 가 점점 자신을 피한다는 사실에 설윤이는 크게 낙담했다.

'대체 왜 그러지... 내가 사고 쳤나...'

라는 고민을 계속하며 하루하루 보냈다

그러면서 설윤이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하나밖에 없는 그 소중한 동생이랑 멀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동시에 자신을 싫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곁으로는 평소같이 지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나약해져 갔다.

이건 사실 우목이 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잊기 위해 멀리하기 위해 피하는 길을 선택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머리는 온통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자신이 진짜로 그녀를 좋아하는 것인 가 하는 두려움이 계속 그를 덮쳐왔다.

그렇게 가을 낙엽이 떨어질 동안 그들의 마음도 서서히 떨어져 갔다.


4)

"우목아 우리 설윤이랑 캠핑 가자!"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우목이는 크게 놀랐다.

"네? 대체 왜요?"

지금 이렇게 서먹해진 사이에서 만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한 우목이는 격하게 반대했다.

"곧 설윤이 남동생 기일이잖아... 여기 있으면 괜히 그 생각 만나고 괴로울거같다고 설윤이 어머니가 말하더라, 설윤이도 아마 속으로는 그럴 거고 그래서 우리가 차가 있잖아? 같이 캠핑 가는 거지."

나름 이유가 있어서 우목이는 차마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설윤이의 행동들이 얼마나 동생을 그리워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동생이 생일 선물이라고 줬던 반지를 항상 자신에 손에 끼고 다녔고 반대손에는 동생이 늘 끼던 반지를 끼고 있었다. 또한 기일만 되면 동생의 재가 뿌려진 산에서 한참 동안 누워서 울었다. 우목이는 그런 서윤이의 모습을 보며 중학생에게 동생의 죽음이라는 것은 너무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어머니의 생각에 납득했다.

"네 알겠어요..."

차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는 캠핑을 가는 것을 동의했다.


5)

신나게 달리는 자동차, 그리고 그 안에서 신나게 떠드는 설윤이 어머니와 우목이의 어머니, 그러나 대비되는 설윤과 우목이의 표정들...

"너희 뭐 최근에 싸웠니? 표정이 왜 그래?"

순간 표정이 움찔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쳐다봤다

"?...."

우목에게 또다시 보이는 선명한 설윤이의 빛나는 눈빛.

'아름답다....'

처음 그 눈빛을 봤을 때랑은 비슷하지만 다른 감정이었다. 우목이는 내가 진짜로 뭔가 있구나라는 것을 여기서 처음 깨달았다.

우불구불한 길을 한참을 지나 낙엽이 다진 어느 한 야산에 도착한다.


6)

설윤이 와 우목이 아버지가 같이 텐트를 다 치고 나서 텐트에 있으라고 아이들을 넣고 밖에서 어른들끼리 수다를 떤다. 우목이 가 처음으로 설윤이 눈에서 별을 본 이후로 처음으로 갖는 둘만의 자리. 가을의 찬바람 보다 더 차가운 공기가 이들 사이에 있었다.

"미안해..."

우목이 가 말을 하자마자 설윤이는 그동안 참았던 서러움이 마음속에서 터져 나왔지만 참고 담담하게 말했다

"무서웠어... 너도 내 동생처럼 떠날까 봐... 정말로.. 무서웠어"

우목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건지 꺠달았다. 이별을 겪은 이에게 또 다른 이별을 줄수도 있었다는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하고 입을 연다.

"사실은...."

"얘들아!!! "

갑자기 어른들이 문을 열고 소리친다.

밖에 나와봐 첫눈이 내리고 있어!"

그 소리에 놀라 우목이 와 설윤은 그대로 나와서 첫눈을 감상한다.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작은 알갱이들, 그 알갱이들이 살포시 땅에 누워 서서히 쌓인다. 어른들은 모두들 행운이라고 칭찬하며 웃고 아이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눈을 감상한다.

우목이는 천천히 쌓이는 눈을 보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봤다. 아름다운 눈송이들이 떨어지는 것이 마치 별처럼 반짝였고 그 광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정말 이쁘지 않니? 설윤아?"

하면서 설윤이를 봤을 때 설윤이의 눈이 첫눈과 같이 반짝이는 것을 느꼈다. 

'아.... 내가 눈처럼 설윤이를 이쁘다고 생각한 것이었구나'

그동안 설윤이의 눈이 왜 빛이 났는지 우목이는 드디어 이해했다. 그녀를 이쁘다고 생각한 것, 그녀를 처음으로 여자로 느꼈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리고 우목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고, 차가운 눈이 떨어지는 사이에서 따뜻한 온기를 보이는 설윤이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한마디를 했다.

"좋아해.."

설윤이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없이 자신 왼손에 있던 동생의 반지를 빼서 우목이에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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