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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작정고전소설읽기 Sep 24. 2024

성공

5번째 글쓰기 주제:성공

 1)

숫자 하나하나에 희로애락 하는 고등학교 2학년 어느 반의 성적표 확인 시간, 모두들 웃으며 별생각 없이 기다리고 있지만  오른쪽 4번째 줄에 앉아있는 출석번호 13번인 한 남자애만은 그러지 못하고 긴장을 하고 있다. 

"11번.... 12번... 그리고 13번 나와!"

모두들 어느 정도 등수를 예상한다는 표정으로 나갈 때 13번 그 혼자만 떠는 자세로 천천히 앞으로 나가 성적표를 받는다.


2)

123등, 그가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성적표라는 것을 받아봤을 처음 본 숫자였다. 노력이라는 것을 해봤다고 생각했고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고등학교를 와서 처음 보는 시험이라는 것 때문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미친 듯이 공부를 했고 시험을 봤다. 그러나, 그에게 나온 결과는 123등이라는 초라한 결과뿐이었다. 그 성적을 받고 울지도 화내지고 낙담하지도 않았다. 담담했다. 자신이 얼마나 이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기에 그는 수긍하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 납득하고 체념했다.

'그래... 후회 없이 노력했잖아... 나는 열심히 했어...'

그 후 공부를 안 했다. 남들이 다 공부를 하라고 해도 자신은 못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미 실패를 해봤기에 그 길로 가는 것은 똑같은 결과만 낳는다고 생각했다. 눈이 풀렸고 자신이 패배자라는 것을 체념한 듯이 그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살아갔다.


3) 

그런 모습을 안쓰럽게 보던 부모님은 그가 다니던 학원을 다 끊게 만들었고, 남들이 다 노는 겨울방학에 어머니는 아들이랑 같이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 맛보는 휴가였지만 아무 생각 없는 그에게는 그리 달갑게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강한 요구와 부탁은 결국 그의 생각을 바꾸게 되었고 1달 동안 긴 국내여행을 가게 됐다.


4)

여행을 가면서 母子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처음으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부모님의 첫 만남부터 부모님이 결혼하게 된 과정 그리고 그의 육아 이야기... 하나하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은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처음으로 '교류'라는 것을 했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그중 어머니가 그가 태어났을 때 그에게 온갖 정성과 노력을 했다는 것을 들으면서 그의 아들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단순히 내가 실패자라기에는 너무나도 귀한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것을, 내가 포기한다고 해도 어머니, 부모님만은 나를 포기 안 하고 계속 응원한다는 것을, 내가 이렇게 포기해도 끝까지 응원해 줄 분이 바로 "어머니"라는 것을 대화하면서 알았다.

 1달간의 여행은 그에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냥 운전, 구경, 운전, 구경이라는 반복적인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어머니와 나눈 대화들은 하나하나 소중했고 그에게 다시 "목표"를 만들었다.


5)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를 평생 포기 하지 않을 사람이 누군지 알기에,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기에 그리고 누가 내 뒤에서 응원해 주는지 알기에... 

 60점, 75점, 120등... 70등.... 낮아도 그는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다" 이 일념 하나로 쭉 달렸다. 그냥 달리면 언젠가는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달려다. 그것은 단순한 환상이나 꿈같은 것이 아니라 뒤에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오는 확신이자 어머니에게 드리고 싶은 믿음이었다.


6)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부했고 그냥 시험을 쳤고 똑같이 채점을 했다.

"9...... 5점......."처음으로 보는 숫자였다. 자신이마킹을 잘못한 게 아닌지 실수 한건 아닌지 떨리고 불안해서 다시 보고 다시 채점했다. 95점, 똑같이 나왔다. 

 달려가서 어머니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불안했다. 혹여나 내가 잘못 마킹했을까 봐, 내가 실수했을까 봐 걱정하며 어머니에게는 점수를 말하지 않고 그냥 "잘 봤다"라고만 말하고 성적표가 나오는 날까지 기다렸다.


7)

1주일, 시험을 못 봤을 때보다 떨리는 날이었고 부모님께 혼나는 날보다 더 떨리는 시간이 그에게 왔고 그는 떨면서 숫자를 봤다.

"13번, 95점, 전교...... 2등"

그리고 입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꼭 한 번은 내뱉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어머니 앞에서 소리쳤다



"어머니! 저 시험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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