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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작정고전소설읽기 Sep 23. 2024

거품

1장

1)

모든 것이 없어진 자의 모습, 그리고 모든 것을 잃은 자의 모습을 알고 있는가?

거품, 거품처럼 커지다가 펑!, 하고 터져서 완전히 無가 된 그를 아는가?

하! 그것은 정말로 유쾌하다 바로  그 무엇보다 사람을 무섭고 당당하게 만들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 有에서 無가 된 자, 그것이 바로 나다.


2)

나도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니? 나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고 세상이 이렇게 나를 변하게 했다. 내가 변명을 하는 것이라고? 내가 단지 그냥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그래 맞다. 내가 변명하는 거고 분명히 누군가는 그것을 이기고 평범한 사람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거 아나? 그 사람들이 대단한 거지 내가 못난 찌질이는 아니라는 것을?


3)

세상은 비눗방울 거품과 같다, 후후 불면 커지는 거품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 터질 것을 알지만 더 커지기 위해, 남들보다 더 커지기 위해 계속 공기를 넣다가 언젠가는 터지면서 無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無가 된 자를 우리는 "실패자"라고 놀린다, 그 사람이 그전에 얼마나 거품을 크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힘들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터져서 無가 된 거품을 보는 것뿐이니까!


2장

1)

 누구보다 나는 열심히 달렸다 열심히 공부했고 남들처럼 열심히 달렸다. 열심히 비눗방울을 크게 만들었고 남들처럼 똑같이 했다. 하지만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 남들보다 먼저 터졌다. 

 모두들 나를 비웃는다. 나보다 작게 만들었어도 나는 이미 터졌으니깐 이미 좋은 먹잇감이 된 것처럼 나를 놀리고 나를 실패자라고 말하면서 나를 비웃는다, 내 노력? 내 과거 이력? 그런 건 다 상관없다 그냥 지금 상황에 있는 것 오직 내 거품이 터졌다는 것 하나, 모든 것을 잃은 나. 그리고 마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나를 비웃으면서 내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비눗방울에 공기를 넣는 그들. 우습고 역겹고 웃기다.


2)

거품처럼 모든 것이 사라진 나에게 남은 것은 그저 터지기 이전 우람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한 모습을 지닌 거품의 기억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순간은 한순간이고 나에게 남은 것은 無이다. 無라는 상태가 돼서야 비로소 그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다니! 거품이 꺼져야 비로소 진리가 보이는 것이구나! 나는 드디어 알았다. 진짜 거품이 꺼진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거품을 분다는 것이 터지는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진리를 깨닫기 위해 간다는 것을!


3)

하지만, 이걸 알았다고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 거지?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걸 알면 뭐 하나,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는데.

아, 모든 것은 환상이구나

아    , 모든 것은 거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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