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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작정고전소설읽기 Sep 28. 2024

사형

9번째 주제

&대한민국에서는 현행법상 유족들이 사형집행을 참관하지 못하지만 글에서는 가능하다는 설정으로 글을 써졌습니다


1)


"최종 판결을 내린다. 피고 영수를 사형에 처한다."

사형, 드디어 듣고 싶은 소리가 나왔다. 6개월 동안 이 소리가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도이야... 딸아... 드디어 너를 죽인 나쁜 아저씨가 벌을 받는구나...'

도이한테 이 말을 하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고개를 숙이고 도이가 매일 갖고 놀던 인형을 안고 나는 눈물을 계속 흘렸다.

나의 하나밖에 없는 도이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영수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대로 살해당한 다음 토막되어 산속에 버려졌다. 그 당시 내가 영수의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던 방법은 얼굴이나 신체가 아닌 조각난 발이 신고 있던 신발에 있던 이름표 '도이'때문이었다...

범인은 빠르게 잡혔다. 후회 하나 없이 웃으면서 법정에서도 나를 능욕하면서 그는 죄의식이라는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나서 나는 제발 판사님에게 엄벌에 처하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리고 그것이 먹혔는지 그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드디어.... 어느 정도 도이의 부탁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에.... 눈물이 계속 나왔다.

사형집행이 일어날 때까지 나는 매일매일 그가 갇혀있는 교도소의 급식표를 보면서 어떤 삶을 사는지 봤다. 언제 그가 죽을지, 언제 그가 고통스럽게 죽을지 궁금했다. 내 사랑스러운 딸을 그렇게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조각조각 내버린 그 사람이 언제 벌을 받는지 나는 너무 궁금했다.

가끔 사형수의 생활을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었다 저렇게 편하게 살다니! 저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저런 생활을 하다니, 나는 분노가 차올랐다. 너무 화가 났다. 내 딸은 저런 생활 더 이상 꿈도 못 꾸는데... 저 사람은 어찌 저렇게 잘 살고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괜찮다, 사형일자는 언젠가 다가올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충분히 괜찮아질 거다.. 그것만 있으면 해결될 것이다. 지금 무너진 나, 우리 가족들 모두 그놈만 사형당한다면 괜찮아질 것이다... 그렇게라도 나는 생각해서 버텨왔다.

그렇게.. 하루... 한 달.... 두 달을 보내다가 한통의 전화가 왔다

"내일 아침까지 교도소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이유는 안 말했지만 나는 그것이 집행을 하는 것임을 직감했다. 딸이 갖고 놀던.. 딸의 냄새가 아직 남아있는 그 인형을 차에 놓고 중학교 졸업사진으로 쓸려했던 영정사진을 챙긴다음 그대로 교도소까지 달려간다.

교도소는 오싹할 만큼 조용하고 음산한 분위기였다. 간수들은 나를 보고 천천히 안내해 주기 시작했고 교도소 안에 들어가니 그 음산한 분위기는 온몸에서 느껴졌다. 간간이 보이는 죄수들의 표정들은 모두 오늘 누가 죽는다는 그 불안감을 갖고 있는 거 같았다. 나는 내심 기뻤다. 드디어 끝이구나. 드디어.....


2)

사형집행을 볼 수 있는 자리로 나는 도착했다. 딸을 사진을 안고 나는 사형장을 쳐다봤다. 앞에는 연단이 보였고 그 위에는 목줄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놈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단에 올라온다. 터벅터벅 올라오는 그의 발걸음은 뭔가 긴장한듯한 모습이었고 그는 죽음이라는 것을 직감이라도 한 듯 고개를 숙이면서 올라온다 드디어 죽는구나, 드디어 벌을 받는구나... 진짜 이날만은 고대했다... 

"영수, 당신은 죄를 인정하십니까?"

소장이 그에게 물었다 포박된 그는 떨리는 입술을 뒤로한 채 입을 열었다.

"네... 저의 죄를 인정합니다"

처음으로 듣는 그가 죄를 인정하는 모습, 한을 그나마 풀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저 사람이 죽기만 한다면, 모든 게 다 끝날 거 같았다.

"유언 남길 것인가요?"

"없습니다.."

라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머리에 보자기를 씌운다. 그 후에는 커튼으로 가려져 정확하게는 보지 못했지만, 마지막 보자기가 씌우기 전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릴 거 같은 그의 표정은 생생하게 머릿속에 기억된다.

"....."

(털컥)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바닥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 뚝하고 브러시는 소리가 함께 들리고 그 이후로 계속 침묵이 흐른다. 죽은 건가? 드디어 죽은 건가? 

나는 옆에 있는 교도관한테 물어봤다.

"죽은... 건가요?"

"네 목뼈가 부서지는 소리였습니다. 30분 정도 있다가 시체를 수거해서 여기서 소각할 예정입니다."


3)

'드디어!... 내 가정을, 내 모든 것을 파괴한 그가 죽었다. 너무 통쾌했다. 드디어 죽었다니!' 나는 만세를 외치며 소리 질렀다. '드디어 죽다니! 이제 사랑스러운 내 딸을 볼 수.....'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들고 있던 팔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이게 끝이라고? 아니 이게 진짜로 끝난 것이라고? 대체 어째서? 이게 끝이라는 말인가? 내 딸아이는 고통스럽게 죽었다. 강제로 겁탈을 당하고 폭행을 당하다가 의식을 잃은 후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토막 나서 죽고 말았다. 그런 범죄자가 이렇게 죽는다고? 이렇게 쉽게? 이건 말이 안 된다. 어째서!!! 내가 딸... 내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데 어찌 이렇게 끝날 수 있나? 모든 게 사형집행만 끝나면 정상이 될 줄 알았는데 어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건가. 바뀐 것은 오직 내가 저주하고 욕하던 상대는 이미 죽었다는 것이다... 더이상 복수라는 것을 할수도 무언가를 할수도 없다. 나는 그냥 하고싶은 말을 소리내며 불렀다

"딸아.... 딸아!..."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안으면서 어린아이 처럼 오열했다.사진속 웃는 미소를 단한번이라도 만지고 싶어서,사진속에 있는 딸이 내 이름을 부르는것을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싶어서... 그러나, 더 이상 우리 딸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저 사람이 죽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제야알았기에.... 나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울었다.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서 저 사람이 죽기를 바랐던 것인가... 

너무나도 보고 싶은 우리딸은 그가 죽어도 돌아오지 않는데....

"보고싶다! 내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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