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핑계로 내 몸을 돌보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누구보다 체력이 좋았던 나는 항상 건강할 것이라는 나만의 착각 속에 살았다.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였고 음식도 건강한 재료들로 잘 만들어 먹었으며, 생활에 활기가 있었던 나였다.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 한 번하지 않던 나는 건강을 자부하면서, 웬만해서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았기에 병원을 방문할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생리할 때 통증이 너무 심해서 그 고통이 참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병원을 가야지 하면서 미루고 또 미루어 왔고, 나는 병을 점점 키우는 꼴이 됐다.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 일을 하다 보니 빠질 수가 없어서 병원이 가기 싫어서 등등...
이유도 많다.
통증이 그 한계를 넘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의사 선생님을 찾았을 때는 이미 심각한 상태.
의사 선생님한테 아주 따끔하게 혼났다.
수술 날짜를 빨리 잡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했을 때, 일 때문에 망설이는 나를 보고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왜 이렇게 무모하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수술이 아니에요! 내가 휴가도 취소하고 날짜를 잡는 겁니다."
내가 얼마나 한심하고 답답했을까? 자신의 건강보다 일을 우선순위에 두는 이 여자를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셨을까?
나는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바로 입원하고 수술을 받기로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고 마치 보호자를 잃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수술 전 선생님은 내 이름 생년월일을 내 입으로 말하게 했고 무슨 수술을 하는지도 말하게 했다. 그리고는 밖에 보호자가 있는지도 물었다. 그 보호자가 누군지도 물었다. 나는 하나씩 대답을 하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나를 수술해 줄 선생님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엄청나게 커져서 마치 나의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그 무엇과도 같았다.
아~ 아플 때는 마음이 이렇게 약해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수술 중에 보호자를 불러서 수술 범위에 대해 다시 의논했다고 한다. 막상 들어가서 보니 예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고 했다. 수술대에 누워 있는 나를 깨워서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의사 혼자 판단하기에는 그 후유증이 환자에게 타격감이 너무 커서...
내용은 이렇다. 나는 장기 하나를 적출해야 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 방치하다 보니 장과의 유착이 심해서 정확하게 분리가 어렵다고, 그래서 유착된 장의 일부를 같이 절단하느냐 아니면 유착된 곳을 덜 떼어내느냐 하는 문제이다. 전자를 선택하면 배변주머니를 당분간 차야하고, 후자를 선택하면 그 부분이 다시 자랄 수 있다는 것.
남편은 잠시 생각 후 이렇게 말했단다.
"강의하는 사람입니다. 배변 주머니를 차는 것은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내가 일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아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남편의 그 결정에 고맙게 생각한다. 만약 전자를 선택했다면 나는 남편을 크게 원망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수술은 예상시간 보다 길어져 약 두 배가 걸려 끝났고 나는 장과 목숨을 부지하고 수술방을 나왔다. 퇴원하고도 평상시 체력을 유지하기는 힘들었고, 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전의 체력은 회복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1년에 한 번씩 추적검사를 하는데 수술경과는 좋아서 현재 상태는 아주 좋다고 하였다. 이제는 동네병원에서 검사만 잘 받으면 된다고, 꼭 대학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까지의 진료 기록을 주었다.
혹시 이 글을 끝까지 읽으셨다면, 여러분은 건강할 때 건강 잘 챙기시고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긴다면 미루지 말고 바고 병원에 가기를 바랍니다. 건강은 절대 자부하지도 말고, 병원 가는 것을 미루지도 마세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건강입니다.
예부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말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내가 건강하지 않은데 일, 돈, 친구, 명예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이라도 제 건강 잘 돌보면서 살려고 해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