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3와 젤라틴

by 발돋움

모닝 루틴이 있다. 건강보조식품 먹기.

아침에 눈을 뜨면 부스스 걸어가 식탁 옆 벽장의 문을 연다. 스피룰리나, 오메가 3, 프로폴리스.

눈을 감고도 톡톡 털어내 먹을 수 있을 만큼 일상이 된 행동이라 거의 가수면 상태로 알약을 꺼내기 위해 무심코 알루미늄 필름을 눌렀다. 그때 평소와 다른 끈적한 질감이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반쯤 감긴 눈의 시선이 손에 채 닿기도 전에 비릿하고 강렬하게 풍기는 어취가 공복의 비위를 마구 뒤틀어 놓았다. 욱~~.


오메가 3이 이렇게 까지 비렸다고?!

헛구역질을 참으며 잠을 번쩍 깨운 놀라움은 아무렇지 않게 꿀꺽 삼켜질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역대급 악취를 품고 있었던 오메가 3보다 그런 존재를 완벽하게 은닉시킬 능력을 갖춘 젤라틴에 쏠렸다.


투명하고, 쫀득하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아무 맛도 없고, 냄새도 없는 여리디 여린 젤라틴.

그런 녀석이 강력한 어취를 완벽하게 감춰준다. 감춰서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여린 게 아니라 억세다. 부드러운데 불굴하다. 말랑말랑한데 견고하다.


이런 보드라움이 어쩌면 가장 강력한 무언가 일지도 모른다.

강해 보이는 모든 것들보다 더 강인한 것들.


열 번 비누칠 끝에 손끝에 남아 있던 어취는 몇 가닥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인간들에게 몸에 든 기름만 빼앗기고 죽어간 물고기들의 한까지 서린 듯 골이 울리는 냄새는 적어도 오늘은 나와 함께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할 듯하다.


오늘은 왠지... 하리보를 먹어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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