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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전시, 머리 아프게 즐기는 방법

디자인과 학부생이 알려주는 디자인 전시 보는 법! - 박준희

당신은 전시 관람을 즐기는가? 그렇다면 전시를 ‘어떻게’ 관람할지 고민해 본 적 있는가?

전시 관람의 방법은 다양하다. 전시 대상을 찬미하거나 유의미한 경험을 얻고자 눈이 빠져라 집중하며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전시 취지에 맞게 그 의도를 파악하며 볼 수도 있다. 혹은 그저 흥미로운 대상만 선별하여 보거나, sns에 게시물을 올릴 구상을 하며 감상할 수도 있다.


나는 보통 첫 번째처럼 “예쁘다”를 남발하며 입을 벌리고 열심히 관람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연히 좋은 기회로 ‘디자인코리아뮤지엄’의 전시를 관람하며 복잡 미묘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어 공유해 보고자 한다.




해당 전시 카탈로그에 따르면 이 전시는 한국 디자인 관련 엄선된 사료들을 모두 7개의 시대상으로 구획하여 한국 근현대 디자인 역사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또한 한국디자인 ‘진흥’원 주관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자연스레 기대했던 바가 있었다. 전시 막판의 발전된 또는 발전 중인 한국 고유의 디자인이다. 어쩌면 시각적으로 새롭고 독특한 것들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부푼 마음을 안고 전시를 본 후 나에게 남은 건 너무나 익숙한 공산품과 생활용품뿐이었다. 대체 서울우유 공병이 어떤 가치를 갖기에 전시품으로 그 안에 있었는지 의문이 맴돌았다.


여태껏 많이 관람했던 순수미술이나 한 디자이너의 작품 전시처럼 시각적인 ‘고유함’에서 가치를 찾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음을 깨닫는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한국 디자인’이 아니라 ‘한국적인’ 디자인이었다.


‘한국 디자인’과 ‘한국적인 디자인’은 다르다. 어떠한 색, 형, 문구와 같이 통칭 소재나 기호가 지금의 한국 디자인을 정의하는 핵심이 맞는가? 그것은 ‘한국적인’ 디자인이자 ‘민족적인’ 디자인이지, ‘한국 디자인’ 전체를 정의하지 못한다. 양은냄비와 서울우유 공병이 과연 시각적으로 혁신이어서 해당 전시에 포함된 것일까? 당연히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전시에만 가면 sns에 올릴만한 예쁜 사진을 찍고자, 또는 그냥 깊게 생각하고싶지 않아 전시품의 표면을 위주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디자인코리아뮤지엄’의 전시품은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한국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건축가, 디자이너인 ‘이상’이 디자인한 “기상도”와 같이, 흔히 특정 가치로 높게 평가받는 대상만을 전시한다면 그 전시는 단언컨대 한국 디자인을 담을 수 없다. 디자인을 인간과 사회문화 등의 맥락적인 요인과 분리하여 마치 미술품처럼 위계를 부여하고 독립적으로 바라볼수록 그 정의와는 어떤 설화처럼 멀어지게 된다. 디자인은 예술과 기술 그 어느 한 쪽도 아니기 때문에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디자인은 역사와 사회문화, 독립 이후 산업의 발전, 일제강점기와 그로 파생된 부정적인 면과 필연적으로 결부되어 있다. 한국의 것들이 수출이나 디지털 매체의 출현 등으로 국제 무대에 등장하면서, 마치 대상을 볼 때 당시의 시공간과 주변 환경을 무시할 수 없듯이 표면적인 부분 그 이상의 요인들로 인해 한국 디자인이란 정체성이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전시를 보며 그들의 ‘보여주는 방식’이 나의 ‘보는 방식’을 제한하기를 원치 않았다.


머리 아프게 전시를 관람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은 해당 전시는 상당히.. 전시품을 보여줌에 있어서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취지와 맞지 않게 동선은 얽혀 있었고, 시대 순 구획은 뒤죽박죽이었다. 눈에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선반에 올려진 전시품들은 먼발치에서 조금이나 보일 듯 말 듯 했었다. 이러한 불친절한 상황에서 머리를 굴리는 관람이 아니라 단지 눈만 굴리는 관람 방법을 선택했다면, 머리는 아프지 않았겠지만 얻어가는 것은 크게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체마다 보는 방식이 다르고 여러 가지 방식들이 적용될 수 있다면, 그 권리와 책임은 주체에게 옮겨온 것이다. 서울우유 공병의 생김새만을 보고 내릴 수 있는 평가는 기껏해봐야 ‘음..심플하네요.’ 외엔 많은 의견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는가’ 인 것 같다. 대상 자체보다도, 그것을 보는 방식이다. 전시 주최 측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관람하는 것은 가장 일반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나, 가끔은 머리 아프더라도 다르게 관람하는 시도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디자인 전시는 더욱 그렇다. 나는 디자인을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것’ 이상으로 ‘계획, 언어, 의도’의 학문이라고 표현하는 디자인 학도임에도, 전시를 볼 때 만큼은 그런 사고회로를 돌리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머리 아프니까. 표면에만 매몰되기 너무나 쉽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머리 아플 각오를 해야지만 디자인의 본질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서울대학교 디자인 연합(SNUSDY) 인스타그램 | @snu_sdy.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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