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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없다? 좋아하는 것이 많다!

디자인과 학부생이 취향이 많으면 생기는 일 - 조민경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예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예요?"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예요?"


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좋아하는 것은 많은데 갑자기 물어보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기 어려웠다. 이러한 성격은 입시를 힘들게 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다. 좋아하는 음식도 잘 고르지 못하는 나에게 좋아하는 디자인, 스타일, 디자이너를 물어보다니. 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취향이 뚜렷해 보였기에 이러한 사실들은 나로 하여금 ‘내가 디자인을 하는 것이 맞는지’ 까지 생각하게 하였다.


매사 좋아하는 것에서 이유를 찾으라는 말을 들었다. 입시를 준비할 때에도, 대학교에서 작업할 때에도, 전공을 선택할 때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아 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으며 적당히 좋아하는 무언가를 그릴 때마다 정말 내가 애정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나의 취향을 알아보기 위해 많은 것들을 찾아보고 살펴보았다.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봐도 비슷하게 좋았고 비슷하게 싫었다. 수많은 작업을 봐도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적었고 특히 좋았던 작품들은 객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었으며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작품들에서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유명한 작품들에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 어떤 점이 특히 좋다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런 현상은 나에게 취향이 없다는 생각을 더욱 강화시켰다.


전시를 보고 리서치를 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을 모아보니 서로 너무나 달랐다. 색감, 소재, 재료, 기법, 형태 같은 것이 없었다. 친구가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도


"몰라, 그냥 예쁘지 않아?"


이것이 대답의 전부였다. 한동안 나는 예쁘게 보이는 것은 다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전시를 두 손에 꼽지 못할 만큼 보고 나니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일정한 규칙이 보이기 시작했다. 높은 채도, 기하학적 형태, 섬세한 디테일 등 모든 작품에는 아니지만 몇 가지 요소들이 자주 보였다. 나는 취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좋아했던 것뿐이었다. 10가지의 취향에 10가지 작품만 입력했으니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취향을 알 만큼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보니 내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취향을 모르겠다면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모아두고 보면 되는 것이었다.


이런 ‘나'에 대한 고민은 전공에 대해서도 생겨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1년 뒤 시각 디자인 혹은 산업 디자인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디자인을 처음 접한 학생에게 굉장히 큰 고민이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한 방법은 취향을 찾을 때와 같았다. 바로 많은 경험이었다.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좋아하는 디자인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욕심이었다. 디자인을 배우는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좋아한 작업도 있었고 싫어했던 작업도 있었지만 다양한 것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디자인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재미없는 프로젝트 안에서도 재미있는 과정이 있었으며 아무리 재미있는 프로젝트에서도 하기 싫은 과정들이 존재했다. 한 프로젝트에서는 재미있었던 작업이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재미가 없어 그 작업 자체에 즐거움을 느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공통점을 찾아냈다.


가까운 미래를 위해서, 또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나’에 대해 아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과 시도를 강조하는 나이키의 슬로건 ‘JUST DO IT’처럼 많은 것을 해보며 경험하고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앞선 경험에서 느꼈듯 많이 보고 많이 해보자. 내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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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디자인 연합(SNUSDY) 인스타그램 | @snu_sdy.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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