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불주사 03화

방관

그들에게 난 이민자였다.

by 기억삭제



같은 네모난 교실이었음에도 딱딱해 보이는 나무.


차갑다 못해 서슬 퍼런 공포감이 맴도는 짙은 초록색 칠판.


정확한 줄을 맞춰 정갈하게 맞춰진 책상과 의자 사이도 그렇게 멀어 보일 수가 없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전학 온 나를, 그들은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내가 앉아야 할 곳을 알려주던 담임의 손끝에 걸린 공기 속에는 그 어떤 것도 살아남을 것 같지 않은 메마름마저 감돌았다.


누군가 새로 전학을 올지 마치 알았다는 듯 덩그러니 비어있던 자리. 그곳으로 나는 그들의 복잡한 시선과 함께 앉혀졌다.


난 그렇게 컴컴한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선 넘어오면 쥑이삔다.”


그 녀석이 처음 한 말이었다.


누가 봐도 공평하지 못한 분할을 한, 공정하지 못한 선의 위치를 그저 물끄러미 쳐다만 보았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자 날아오는 건 주먹이었다. 정확하게 등 가운데 꽂힌 주먹이 온몸으로 파동을 일으켜 아프게 했다.

아프기도 하고 기가막히기도하고, 처음 당하는 녀석의 폭력에 당황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황당함에 얼어버린 나는 눈도 깜빡이지도 못한 채 녀석을 흘겨보았다.


그러자 녀석의 주먹이 이번에는 팔을 스치고 갔다.


또다시 순식간에 날아든 주먹을 막을 틈도, 막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튕기듯 반사적으로 일어선 내 다리는 떨렸고, 고개는 앉아있는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이번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놀란 눈은 녀석을 죽일 듯 노려보고, 정당한 입술은 기계처럼 고자질하고 있었다.


"쌤요 야가 내 패는데예!"


교실 안 모두의 시선이 일순간 잠시 나와 그 녀석에게로 몰렸다. 그러나 그건 갑작스러운 소음에 그들의 반사 신경이 자동으로 반응했다는 걸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그 후 녀석과 나의 어떤 잡음에도 그들은 무신경 무반응이었다.

“고마해라이~.”


기계처럼 고자질한 나의 항의에, 기계처럼 성의 없는 담임의 대처는 갑자기 날아든 녀석의 주먹보다 더 소름 끼쳤다.


등과 팔을 타고 온몸으로 흘러 들어간 충격이 기어이 가슴을 후벼 파기 시작했다. 뜀박질하듯 쿵쾅거리며 귀를 멍하게 하던 심장 소리가 눈꺼풀로 내려앉아 펌프질 했다.


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액체에 관심을 두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이제 그들의 반사 신경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그들 안에서 나는 이민자였고, 녀석은 모두에게 성가신 존재였다.


5년 동안 녀석을 알아온 그들은 아무도 옆에 앉으려 하지 않았고, 나를 위해 비워놓은 것이 아니라 그들에 의해 비워져 있던 자리에 내가 앉은 것이었다.


녀석은 아무것도 모르는 새로운 먹잇감을 찾았고, 녀석의 먹잇감이 된 순간 나는 그들에게서 방관이라는 무관심아래 있어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처음 맞이한 교실의 풍경은, 그렇지 않아도 억지로 끌려오듯 학교를 옮긴 나를 책망하게 만들었다.


버스를 타고서라도 기존 학교에 다니고자 했던 고집을 더 부리지 않았던 나를.


동생과 함께 두 번씩 버스를 타는 번거로움이 위험하다는 부모님께 더 억지를 부리지 않았던 나를.


동생과 상관없이 혼자라도 다니겠다고 끝까지 버티지 못한 나를.

그러나 안다. 이제 늦었다는 걸.


소리를 질러도 들어주지 않는 동굴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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