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불주사 04화

불주사

폭발하는 불.

by 기억삭제



국민학교 6학년 학기 초에 BCG 예방접종을 한다.


당시만 해도 단체로 맞히는 예방접종에 공급이 모자란 주삿바늘을 불에 달구어 재사용했다. 그래서 우린 그걸 불 주사라고 불렀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불 주사의 공포는, 주삿바늘의 뾰족함보다 불에 달궈진 뜨거움이 더 강렬했다.


그 강렬한 불주사를 맞는 날, 내가 속한 6학년 1반은 제일 먼저 오전 첫 시간에 예방접종을 맞았다.


불에 달군 주사로 맞아서 그런지 종일 어깨가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밴드를 붙여주었는데도 주사 맞은 부위가 옷에 쓸리는 것처럼 따가웠다.


수업시간 내내 왼쪽 어깨가 신경 쓰였다. 그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아이들은 벌겋게 달아오른 어깨를 서로 까보이며 누구 자국이 큰지 대보는 쓸데없는 몸짓으로 자기들끼리 웃기도 하고 온종일 난리였다.




"니는 살이 뚜꺼브서 바늘이 드가다 말데?"


녀석의 빈정거림이 또 시자 되었다. 그러든가 말든가 난 다음시간 준비를 위해 책상 안에 책을 꺼내며 대꾸도 하지 않고 내 할 일을 했다.


"오데 보자 자국이 있는가? 읍는가?"


그러더니 녀석이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간 녀석의 말도 안 되는 손찌검에 상당히 발달된 나의 반사신경이 다행히 녀석의 손을 막았다.


"미칫나? 니가 만다꼬 보는데? 느므 어깨에 바늘이 드갔는지 말았는지 알아 머하낀데?"


나는 녀석을 죽일 듯 쏘아보며 소리쳤다.


"거바라 안드갔제? 살이 뚜거버서?"


나는 대꾸하지 않고 그저 녀석을 습관처럼 태워 죽일 듯이 노려만 보고 있었다.


"맞네, 마자! 아까 내가 본기~"


노려만 보고 반응이 없는 나를 더 자극시키기 위해 녀석은 한껏 비꼬는 표정과 건들거리는 몸짓으로 약을 살살 올리기 시작했다.


"바늘이 꼬부라지드만, 니 무러내야 되는거 아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도 알고, 내 화를 돋아 나오는 반응에 더 큰 폭탄을 던지려 하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어린 객기의 참을성은 그리 길지 않았다.


"보기는 믈봐? 주사 맞고 아파가 낑낑대믄서 울고 있든기~"


말로 하면 언제나 한수 위인 나였다. 그러나 말로 안되면 온몸으로 달려드는 것이 녀석이었다.


그리고 나는 녀석처럼 비열하게 없는 말을 지어내지는 않았다.


정말 주사를 맞은 녀석이 아팠는지 어깨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걸 보았다. 잠깐 고개를 숙였던 그때 울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녀석이 먼저 비아냥 거리는 그 순간부터 나에게 녀석은 울어버린 것이 되었다.


언제나 소리 높여 싸우는 우리의 말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해도 그들의 귀에 날아가 박혔고 못 들은 척 하지만, 말싸움에서 나의 승리로 돌아가는 날에는 나를 향해 살며시 웃어주는 여자 아이들도 하나씩 생겨났다.


울었다는 나의 말에 몇몇의 시선이 우리에게 몰렸고, 그들의 비웃는 시선을 느낀 녀석이 여느 날과 같이 악을 쓰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날 같은면 내 오른편에 앉은 녀석의 왼팔이 바로 날아왔겠지만, 녀석도 주사를 맞은 왼쪽 어깨는 버거웠던 모양이었다.


녀석의 오른손이 날아 올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바로 옆에 있는 왼팔보다 오른팔이 날아오는 간발의 차이는 내게 방어를 위한 찰나를 주었다.


내 오른팔은 녀석의 바로 옆에 있었기에 재빠르게 오른팔을 들어 녀석을 향해 방어태세를 준비한다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왼쪽 어깨의 균형감이 무너지면서 녀석의 왼쪽어깨를 치고 말았다.


그 순간 나는 아득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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