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불주사 06화

억울함

자꾸 화가 난다.

by 기억삭제



"아이고 야야. 우짜다가 이랫노?"


불주사가 터진 어깨를 보며 놀란 양호선생님이 나를 의자에 앉히더니 급히 구급상자를 가지고 왔다.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양호선생님이 가져다 댄 알코올 솜이 벌어진 살에 차갑게 내려앉아, 뜨겁게 조여드는 상처가 아파서가 아니었다.


언제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걸 알면서도 연신 미안하다 사과를 한 바보 같은 나에게 화가 났다.


나의 사과가 녀석에게 더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것이 억울해서 화가 났다.


그저 또 둘이 싸웠다는 말만 전한 반장이 얄미워 화가 났다.


피가 난다는 아이의 말에 어쩌다 어깨에서 피까지 나는지 묻지도 않은 담임에게 또, 또, 또 계속 화가 났다.


나의 실수는 사과하게 만들고, 녀석의 행동도 사과받게 해야만 하는 그 간단한 조치조차 하지 않은 담임에게 미치게 화가 났다.


피 흘리는 내게 아무 대처 없이 양호실로 가라는 담임의 말이, 녀석에게 또 얼마나 많은 힘을 실어주는지 알기에 분해서 화가 났다.


피 흘리는 내 어깨를 고자질한 아이를 노려보는 녀석의 야비한 눈빛에 죽도록 화가 났다.


그 아이는 잠깐 녀석에게 시달릴 것이고, 그럼 나를 봐주는 시선은 사라진다는 걸 알기에 짜증 나도록 화가 났다.


쫓겨나듯 양호실로 대피한 내 모습이 녀석에게 또 하나의 조롱거리일 뿐이라는 게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화가 났다.


모든 것으로 인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야 고마 울어라, 괘한타 인자 피는 안 난다."


양호선생님의 정성스러운 치료 덕분에 피도 멈추었고, 쓰라리던 통증도 잦아들었다.


나는 그때 알아버렸다.


피가 나는 상처는 차라리 괜찮다고, 나아가는 것이 눈에 보이니까.


그러나 가슴속 상처는 얼마나 베었는지 그 깊이가 눈에 보이지 않아 얼마나 나았는지, 나아가고는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는 걸.


그렇게 매일 나는 가슴속에 생채기가 나고 있었다.


이런 가슴을 내 보일 데가 없다는 것이 화가 나게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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