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불주사 07화

부작용

나를 갉아먹는 병.

by 기억삭제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필시 친구의 괴롭힘이란 병을 낫게 해주는 약은 선생님이어야 했다.


그러나 처방이 잘 맞지 않는 약에는 늘 부작용이 존재했다. 나의 담임의 처방은 언제나 과한 부작용을 일으켰다.

일시적으로 겁을 주듯 형식적인 혼이 나면, 녀석은 더 사나워졌다.


힘이 실리지 않은 담임의 말은 녀석에게 귀찮은 잔소리일 뿐이었다. 어떤 날은 그 처방초차 내려지지 않은 날이 많았다.


제대로 된 처방도 약도 없는 병은 더 큰 상처로 도졌다.

결국 그 녀석을 감당하는 건 온전히 나의 몫이 되어버렸다.



주먹이 날아오면 주먹으로 답을 주었다. 그러면 보란 듯이 발이 날아왔다. 입으로 날아드는 것을 입으로 막으면 온몸으로 덤볐다.


무슨 짓을 해도 똑같아질 수가 없었다. 밟을수록 꿈틀거리는 것이 녀석에게는 오히려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네모난 상자 속 그들에게도 녀석과 나의 전쟁은 재미있는 하나의 쇼로 전락하고 있었다. 일상처럼 벌어지는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그들에게 비친 녀석과 나의 모습은, 마치 헤어지지 못하는 부부가 습관처럼 싸움을 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서로가 무슨 짓을 해도 부부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부부만 아는 은밀함이 되어,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려 하지도, 말리려고 하지도 않았다.

여자의 무기는 눈물이고, 남자의 무기는 패기였던가.


터진 눈물이 싸움을 멈추면, 독이 오른 패기가 다시 무섭게 달려들었다.


이유가 있어 괴롭히는지, 심심해서 그러는, 더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마주치면 흘기고, 때리고, 꼬집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서로에게 쏟아냈다.

정말 하루하루가 끝나지 않는 미치광이의 발광 같았다.


물면 같이 물어버려야겠다는 오기로 다짐했던 마음도 슬슬 지쳐갔다.

방어를 위해 시작한 공격이 어느새 공격만을 위한 공격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이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조차 가물거릴 지경이었다.


악착같이 잘 버틴다고 생각했던 내 구겨진 얼굴이 점점 녀석을 닮아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렇게 무수히 받았던 칼날도, 맞서면 날렸던 칼날도, 그 끝은 오롯이 나에게로만 향하고 있었다.


네모난 상자 속 어디에도 내 온몸에 박힌 칼을 빼주는 의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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