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불주사 05화

오답

알 수 없는 그들의 세계.

by 기억삭제



"우짜노? 미안타 실수다 실수, 마이 아푸나?"


실수로 잘못 휘두른 내 팔이 녀석의 어깨를 쳤다. 그것도 불주사를 맞은 왼쪽 어깨를, 순간 일그러진 녀석의 얼굴만큼 놀라고 당황한 내가 얼른 사과했다.


고통 속에서 말도 못 하던 녀석이 고개를 푹 숙이고 끙끙거렸다. 이번에는 정말로 우는 것 같았다.


비록 녀석의 비아냥거림이 시작이었지만, 지금 녀석의 말도 못 하는 고통을 알 것 같기에 난 몸을 완전히 녀석에게 틀고, 울먹이는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며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녀석의 고통이 내게도 전달이 되는 것 같아서 순간 녀석이 어떤 아이인지 까먹었다.


나는 정말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하려 안감힘을 썼다. 그러나 어째야 할지 모르는 내 손이 꼼지락거리기만 할 뿐 녀석에게 닿지도 못하고 있었다.


"니 괘한나?"


녀석 주변에서 녀석만큼은 아니지만, 녀석과 어울리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니 진짜 돌앗나? 거를 치믄 우야노?"


"그게 그랄라고 그란기 아이고,"


실수라도 녀석의 불주사 맞은 어깨를 친 건 나의 잘못이기에 목소리는 점점 죽어갔다.


그때 억지로 겨우 참은듯한 축축한 눈에 살벌한 빛을 장착한 녀석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어떤 날보다 강렬하게 인상을 구기고 죽일 듯 나를 노려봤다.


"니 일부러 그란기제?"


"아이다, 내 일부러 그런기 아이고,"


그러나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녀석의 주먹이 내 왼쪽 어깨로 날아와 꽂혔다.


"XX 내가 온제 울었다고 XX이고, XX 봣나? 똑디 봣냐고?"


녀석이 마구 쏟아내는 욕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불주사를 맞은 왼쪽어깨가 미친 듯이 뜨겁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 고통의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멍한 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교실문이 열렸다.




언제 수업종이 울렸는지 참으로 기가 막힌 순간에 담임이 들어왔다.


그들은 늘 그렇듯 별일 없었던 것처럼 분주하게 각자 자리로 돌아가 앉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책상과 걸상이 바닥을 긁어대며 만들어내는 소음에,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흐르는 나의 눈물은 또 그렇게 묻혀갔다.


"머시고? 머시 이리 시끄릅노?"


교탁을 치며 담임이 이유를 묻지만, 언제나 과정에는 관심 없는 담임은, 말 못 하고 끅끅거리며 울고 있는 나를 흘깃 보더니 반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늘 일어나는 녀석과 나의 다툼을 제삼자인 반장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립의 입장에서 말을 하지만, 그 중립적인 이유에는 항상 나의 억울함은 쏙 빠져 벼렸다.


그때 한 아이가 용기를 내주었다.


"쌤요? 야 어깨에 피 나는데예."


그제야 내 왼쪽 어깨에 타들어가는 불이 쉽사리 꺼지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니는 양호실 가고, 나머지는 책 피라."


역시 그랬다.


쌈닭처럼 쪼아대는 녀석을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잡지 않는 것인지, 잡을 수 없는 것인지, 어느 순간 그들 세계로 갑자기 들어온 나는 도통 알 길이 없었다.


녀석의 빈칸을 아무리 채워도 맞아떨어지지 않는 오답투성이었다.


빨간 피가 파란 옷을 뚫고, 까맣게 썩어가고 있었다.


마침 담임의 안일한 대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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