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관계 앞에서 망설이고,
여전히 말을 꺼내기 전에 몇 번이나 고쳐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달라졌다. 예전처럼 나를 먼저 숨기지는 않기로 했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나를 줄이는 선택은
생각보다 익숙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이 정도는 내가 참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방식. 그 덕분에 관계는 겉으로 무난했고, 나는 크게 다치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자주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는 그 사라짐을 모른 척하지 않기로 했다.
불안을 느낀다는 건 내가 이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고, 마음이 흔들린다는 건 그만큼 진지하다는 증거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거창한 변화 대신, 이 정도의 다짐을 남긴다.
완전히 솔직해지지는 못해도, 완전히 당당하지 못해도,
적어도 나를 지우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지는 않겠다고.
불안을 없애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그 불안을 이유로 내 마음을 없던 것처럼 취급하지는 않겠다고. 관계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거라지만, 그 안에서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는 아직도 불안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을 숨기기보다 조금 덜 숨기는 쪽을 선택한다. 그게 지금의 내가 관계 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