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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Jul 29. 2023

사는 게 개떡 같거나!

 시인의 시어

sns로 세상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더니!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의 시에 대해 쓴 내 글을 보았다며! 본인이 그 저자라며! 남반구에 살며 시인이란 이름을 달고 살고 있는 그녀가 내 글에 댓글을 단 것이다.


시인을 사칭하는 이는 아닐까? 잠시 의심이 스쳐갔다.


먼 이국땅에서 외롭게 살고 있다는 그녀가 개인 번호를 알려주며 바로 자신의 댓글을 지우고 개인 톡을 하자고 요청했다. 잠시 잠깐, 이 절차가 맞는 건가? 다시 한번 의심이 스쳐갔다.


카톡으로 몇 마디 주고받으며 삼십여 년의 세월을 건너뛰며 근황을 물었다. 왜 그곳으로 가신 건가요? 에 단돈 100만 원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고 하는 말로 사유를 대신했다. 더 묻지 못했다. 육아로 바쁜 어느 해 우연하게 길에서 마주치고 30여 년이 흘렀다. 그녀는 안암동에서 로뜨레아몽이란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며 시낭송회를 열기도 했다. 우이동에 거주하는 시인들이나 고대학생들이 시를 읽기도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었다. 그녀의 사랑을 요구하며 가게 앞에 술병을 내던지던 취기의 학생들이 떠올랐다. 나의 남자 친구도 그중 하나였다.


청정국 뉴질랜드 소도시에 그녀가 와인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기사를 검색을 통해 알아본 적이 있었다.

모든 게 멈춰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더욱 고립된 그녀가 타지에서 겪을 외로움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런 근황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그녀가 맞는 걸까? 사칭을 하며 접근해 올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예전에 잘못 걸린 전화, 여러 차례 하다가 인연을 들먹인 어이없는 경우를 기억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던 사이 그녀가 카톡을 보내왔다. 주고받기를 마무리를 할 즈음이다.

"사는 게 개떡 같거나 뭐 그럴 때 소식 주고받아요!"


시인이 맞는구나! 사는 게 개떡 같거나!

사는 것을 거침없이 들먹이기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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