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환자들의 변화는 저녁 식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내과 의사가 말하는 ‘저녁 소식’과 건강 회복의 관계

by 유찬규

“선생님, 요즘엔 아침에 덜 피곤해요.”
며칠 전 진료실에서 만난 48세 여성 환자분이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 오셨을 땐 만성 피로, 속 더부룩함, 불면까지 겹쳐 늘 지쳐 보이셨던 분입니다.
검사 수치도, 위내시경 소견도 비교적 양호했지만, 저는 ‘저녁 식사’에 주목했습니다.

그분은 평소 매일 밤 9시가 넘어서야 저녁을 드셨고, 식사량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늦어졌고, 하루 중 가장 푸짐하게 먹는 끼니가 저녁이었습니다.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들면, 더 먹어야 편해지는 줄 알았다”는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식사가 아니라 소화 기관이 쉬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가볍게라도 줄여보시고, 최소한 3시간은 공복 상태로 잠들어 보세요.”


사실, 그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패턴을 갖고 계시고,
그저 “나이 들어서 그렇다”, “스트레스 때문”이라 넘기시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그 안에 생활 리듬의 작은 균열이 숨어 있습니다.

그 환자분은 몇 주 뒤 다시 내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표정이 훨씬 밝아졌고, “새벽에 자주 깨는 일이 줄었어요”라며 웃으셨습니다.
무언가 특별한 치료를 한 게 아닙니다.
단지 저녁 식사의 시간과 양을 바꾸셨을 뿐입니다.


저는 내과 전문의로서 많은 환자들의 건강을 지켜보아 왔습니다.
약을 처방하고, 검진을 하고, 상담을 하면서도 늘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약보다 더 근본적인 해답은, 언제나 생활습관 안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저녁’은 회복의 골든타임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위장은 밤에 쉬어야 하고, 간, 췌장 등도 밤이 되면 활동을 멈추려는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 시간에 가장 많은 음식을 먹고,
소화기관을 일깨운 채 잠들곤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몸은 쉴 틈 없이 일하고, 아침에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죠.

저녁을 줄이면, 위장이 쉴 수 있고
공복 상태로 잠들면 간과 췌장도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위장 불편감이 줄고, 수면의 질이 좋아지며,
무겁고 피로한 아침이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이건 단순한 이론이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수없이 목격한,
환자들이 보여준 실제 변화입니다.


이 브런치에서는
저녁 식사와 공복 수면이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주는지,
그 안에 숨어 있는 의학적 이유들과,
제가 경험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제로 변화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복잡한 의학 용어보다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습관을 전하려 합니다.

하루 중 마지막 식사가, 내 몸을 회복시킬 수도, 망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저녁이 달라지면, 삶도 조금 달라질지 모릅니다.
그 변화의 시작을, 이 글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건강습관 #저녁소식 #공복수면 #생활의학 #내과 #건강한식사법


이 글은 『저녁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다』(교보문고 퍼플) 중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407012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