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식사 리듬이 건강을 망치는 이유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저녁 식사를 조금만 앞당겨보세요”라고 말씀드리면,
열에 아홉은 이런 반응이 돌아옵니다.
“아침은 바빠서 못 먹고요…
저녁에야 가족들 얼굴 보면서 같이 먹을 수 있어서 그때 제일 푸짐하게 먹어요.”
그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건 단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 대부분의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이상하죠.
몸은 아침에 가장 활발히 깨어 있고,
저녁엔 쉬어야 하는 게 자연스러운 리듬인데,
우리는 그 반대로 살고 있습니다.
아침은 허겁지겁 지나가고,
점심은 대충 때우고,
저녁이 되어서야 ‘오늘 제대로 된 식사’를 하게 됩니다.
회사 일 마치고,
학원 끝난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늦은 귀가 후 혼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싶고,
때론 하루의 위로를 맥주 한 캔과 라면 한 그릇에 담기도 하죠.
그렇게 저녁은 점점 무거워지고,
식사는 점점 늦어지고,
수면 시간은 공복 없이 다가오게 됩니다.
우리 몸은 낮에 활동하고, 밤에 쉬도록 설계된 생체리듬을 갖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인슐린 감수성도 높고, 소화 기능도 활발합니다.
반면, 밤이 되면 대사 기능은 점점 느려지고,
췌장도 간도 “이제 퇴근 준비”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우리는 가장 많은 음식을 넣고,
위장을 다시 ‘야근 모드’로 호출하는 셈이 되는 겁니다.
진료실에서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아요”라고 하시는 분들 중
정말 많은 분들이 저녁 늦게, 과식을 하십니다.
그 결과:
위는 음식 소화하느라 계속 움직이고
간과 췌장은 밤에도 야근하느라 쉬지 못하고
수면의 질은 얕아지고
아침엔 머리가 무겁고 속이 답답한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몸의 시계가 엉켜버린 결과입니다.
우리는 일부러 건강을 망치려는 게 아니죠.
그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먹고 자고, 그렇게 살아온 겁니다.
그리고 그 리듬을 조금만 바꾸면,
몸은 다시 조용히 회복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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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저녁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다』(교보문고 퍼플) 중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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