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우리는 아침을 굶고, 저녁을 많이 먹게 되었을까
– 왜 우리는 아침을 굶고, 저녁을 많이 먹게 되었을까
“오늘 아침, 뭐 드셨어요?”
진료실에서 이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아침은 못 먹었어요.”
“커피 한 잔 마셨어요.”
“시간이 없어서요…”
그런데 같은 분들께 이렇게 다시 물으면, 오히려 웃으며 답합니다.
“저녁은 푸짐하게 먹었죠. 가족이랑 같이요. 그리고 야식도 살짝…”
이것은 단순한 ‘식사 습관’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어떤 방식으로 피로를 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삶의 리듬이자 신호입니다.
현대인의 하루는 보통 아침의 분주함으로 시작됩니다.
출근 준비에, 아이들 등교 챙기기에, 교통 체증과 업무 시작의 압박까지.
아침 식사는 그 와중에 가장 쉽게 ‘희생’되는 시간입니다.
반면, 저녁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간입니다.
일이 끝나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시간.
그 시간에 식탁 앞에 앉은 우리는 말 그대로 하루를 위로받고 싶어 집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푸짐한 식사를 하고, 때로는 술 한 잔, 라면 한 그릇, 치킨 한 마리에 마음이 가곤 하죠.
이건 단지 음식 때문이 아닙니다.
보상 심리입니다.
힘들게 버틴 하루의 끝에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것이죠.
이런 식사 구조는 많은 사람에게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몸의 생체 리듬과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몸은 낮에 활동하고 밤에 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대사는 활발해지고, 위장은 소화를 준비합니다.
이때 음식을 먹으면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밤이 되면, 우리 몸은 ‘쉼’을 준비합니다.
소화기능도 느려지고, 인슐린 감수성도 떨어지며, 지방은 쉽게 저장됩니다.
즉, 밤에 많이 먹는 식사일수록 살이 되고 피로가 되고, 회복을 방해합니다.
하루를 버텨낸 우리는 저녁이 되면 더 많이 배고픕니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만이 아닙니다.
신체의 호르몬도 여기에 관여합니다.
아침 공복 상태가 길어지면 몸은 에너지 절약 모드로 전환되고,
점심 이후 폭식 충동이 커집니다.
게다가 밤에는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렙틴’은 줄고,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은 올라갑니다.
결과적으로 몸 자체가 “지금 먹어!”라고 신호를 보내는 셈이죠.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 본능에 매번 따라가다 보면, 결국 건강은 서서히 무너지고 맙니다.
많은 분들이 식단의 ‘종류’에 집중합니다.
현미가 좋다더라, 단백질을 더 먹어야 한다더라, 간헐적 단식이 어떻다더라…
물론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진료실에서 정말 많이 느끼는 건,
‘언제’ 먹는지가 ‘무엇’을 먹는가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아침에 대사가 활발할 때 잘 먹고,
저녁에는 활동량이 줄어드는 만큼 가볍게 마무리하는 식사.
이 단순한 원칙 하나만 잘 지켜도,
속 쓰림, 체중 증가, 만성 피로, 수면 장애 같은 문제들이
놀랍도록 개선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아침을 거르고,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다가
저녁에야 비로소 무너져버리는 식사 패턴.
당신의 몸은 아마 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먹는 건 좋은데… 제발 좀 일찍, 가볍게 줘.”
오늘 하루를 돌아보세요.
당신은 언제 가장 많이 먹었고,
언제 가장 많이 지쳐 있었나요?
그리고
당신의 몸은 지금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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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저녁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다』(교보문고 퍼플) 중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체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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