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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울 Jun 13. 2022

도시락 반찬은 손도 대지 않고 맨밥만 먹은 이유

미리 하는 걱정, 쓰잘데기 없다

 고등학교 때 학교 근처에 피자 뷔페가 생겼다. 당시 우리에게 피자는 햄버거보다 몇 레벨은 높은 음식. 피자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니! 친구들과 '뽕을 뽑자'며 호기롭게 출동했으나, 느끼함에 피자보다 음료수를 더 많이 먹고 돌아왔다. 아, 이래서 뷔페를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다.


 그런데 한 달 뒤쯤 가게  'OO고등학교 학생 출입금지' 종이가 붙었다. 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는 후문이 들다. 남동생이 다니던, 인근의 남자 고등학교였다. 남자 형제가 없는 친구들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출입금지를 시키냐며 대신 분개했지만, 나는 가게 주인의 마음을 매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남동생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우리 집은  단위로 고기를  샀다. 남동생은 식구들이 앉아 기다리기가 지쳐 먼저 자리를 떠도 꿋꿋이, 지 않을 것 같은 기세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배가 불러서가 아니라 턱관절이 아프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래의 남자 사촌과 셋이 모이면 시간 동안, '이걸 다 먹을 수 있어?'하고 샀던 고기도 부족해 중간에 추가로 기를 더 와가며 어마어마한 고기를 해치웠다. 남자 고등학생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먹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정도는, 에피타이저라고 하자


  당시 남동생의 도시락 통은 거대했다. 앙증맞은 밥통세트인, 칸막이로 아기자기 나뉜 반찬통이 있는 일반 도시락은 택도 없었다. 시장 그릇가게까지 찾아가 구한 아주 커다란 밀폐용기를 통으로, 가정집에서 반찬통으로 쓰는 통 몇 개를 각각의 반찬통으로 따로 들고 다녔다. 그마저도 밥을 설렁설렁 담으면 밥양이 족해 엄마는 밥알의 형태가 가까스로 유지될 정도로 꾹꾹 눌러서 담았다.


  어느 날 엄마가 나를 불러, 남동생이 반찬은 손도 대지 않고 맨밥만 먹고 다며 이번 주에 너무 똑같은 반찬을 싸그런 걸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걱정을 하신다.

  얘가 맨밥이라니, 심각한 일이 틀림없다. 무슨 힘든 일이 있나? 아주 다양한 가능성 있는 원인과 이유가 나의 상상력과 결합하, 갈수록 걱정의 규모와 크기는 커진다.

걱정은 걱정을 낳는다. 이미지출처 pixabay

 어색하고 과하게 상냥한 말투로 묻는 내게 동생은 한다.  수업시간  배가 겁나 고 참을 수가 없더란다. 반찬 먹으면 냄새 때문에 바로 걸리니까  뒷자리에맨밥 몰래 퍼먹 점심시간엔 매점에 갔단다.

  

 몇 시간 동안 아주 쓸데없는 걱정을 해 댔다. 그저 배가 고팠던, 멀쩡하게 학교 생활 잘하고 있던 동생을 순식간에 성적 부진부터 학교 폭력까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고3으로 재창조했다.

이미지출처 pixabay

  미리 계획을 세우고, 예측 가능한 상황들에 대한 대비를 하라고 배웠지만, 돌아보니 옳지 않다. 아주 피곤한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희박한 가능성의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며, 덧붙여 그 상의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까지 미리 고민하는 거다. 이 얼마나 에너지를 낭비하는 행위인가.  


 걱정은 걱정을 낳는다.

 '인생을 계획한다.' 말은 좋다.

 하지만, 내일, 아니 오늘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쓰잘데기 없이 몇 달 뒤, 몇 년 뒤 고민을 끌어와서 하고 있다가도, 그런 걱정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우스웠구나 싶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당장의 사건에 맞부닥치는 게 인생이다.


 그냥 그때그때 내가 제일 마음 편한 선택을 하며 살면 된다. 앞 날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걱정을 사서 하는 어리석은 일 따위는 그만 두자.


 나도 모르게 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면,  떡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신중하게 재고를  파악하자. 이것들로 어떤 맛있는 것을 해 먹을지, 장을 무엇을 볼지를 정을 다해 자.

 것이 백만 배 쓸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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