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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Jun 27. 2022

커스터마이징 가전이 별거냐

필요 없다면 냉장고 선반도 뽑아 버려요

 30평대에서 10평대로 20평을 줄인 이사를 앞두고 '작은 집'으로 검색을 하 주20평대가 나온다. '20평대 후반 작은 집고 하지 말자'며 소인배마냥 혼자 욱한다.


 20평 대도 큰 집은 아닐 게다. 그러나 20평대와 10평대는 공간 구성 자체가 다르다. 

 20평 대도 30-40평대와 같이 , 화장실, 다용도실, 베란다 등으로 짜여 있다. 다만 큰 집에 비해  개수가 적고 크기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10평대 집은 거실과 주방, 방과 거실의 경계 불분명하다. 방 외에 베란다, 다용도실, 펜트리 룸 같은 알파 공간 없다. 같은 아파트라도 20평대나 30평대와는 달리 원룸, 1.5룸, 투룸으로 불리는 이유다. 


 방 하나에 거실 하나, 거실과 연결된 부엌,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를 둔 옛 베란다 공간, 작은 화장실 하나가 전부인 지금 작은 집에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쓸 것 같거나, 혹시 몰라 버리지 말고 놔둬야 할 것 같은 물건을 위한 공간은 없다. 지금 당장 사용하는 것들, 가끔지만 분명히 사용하는 것들만 두기에빠듯하다.


  작은 집에 식기세척기를 설치하러 오신 기사님이 설명다. "원래 빌트인 제품으로 나온 게 아니라 상판이 있습니다. 설치하며 뗐으니 보관하다가 이사 갈 때 갖고 가시면 됩니다"  언제 이사를 갈지, 그때 식기세척기를 가져갈지 알 수 없다. 다음 집을 위해 렇게 커다랗고 무거운 상판을 갖고 있을 수는 없다. 바로 수거를 부탁드린다. 가전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며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 집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보관하고 있을 공간은 없다. 망설임은 다.


식기세척기와 싱크대상판 사이 만큼의 거대한 상판을 보관할 공간은, 이 작은 집에는 없다


 의류 건조기에 신발을 말릴 때 사용하는 내부 선반도 설치한 날 바로 비운다. 이사 전에도 건조기를 오래 사용했지만,  신발을 말린 적은 단 한 번. 선반은 가볍지만 부피가  공간을 많차지한다. '새건데', '원래 포함된 부품인데', '혹시 급하게 신발을 말릴 날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가지고 있으려면 건조기 안에 넣어두고 사용할 때마다 선반을 뺐다 넣었다 해야 한다. 매일 그 에너지를 낭비할 수는 없다. 당장 비운다.


 10년 넘게 사용한 800리터 냉장고 작년 어느 날, 갑자기 멈췄다. 5일 후에나 방문이 가능하다 기사님은 대략의 수리비용을 려주며 새로 사는 것을 추천한다. 마침 비자 마음대로 문 색상도, 내부 구조도 고를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가전이 행이다. 외관딱 나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인기가 많다 보니 한참을 기다려야 한단다. 결국 평범한 400리터 대의 냉장고를 구매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냉장고에 한번 들어간 건 잘 먹지 않는 가족 덕에 밑반찬은 거의 없고 은 김치통 몇 개, 우유, 계란, 음료수, 과일과 야채, 물, 그리고 냉장고 냄새 제거를 위 커피 찌꺼기 사과 껍질  담은 스텐 이 들어있다. 장을 본 날은 그득하게 찼다가, 칠 지나면 휑하다. 꽉 차 있으 느라, 텅 비어 있으면 채워 넣 분주한 것이 무한 반복이다.


 별 불만 없이 1년 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느 날 바나나를 넣은 스텐 냄비, 쌈채소를 넣은 바트, 녁에 먹을 보냉팩에 든 고기 이렇게 세 가지 더 넣었 냉장고 내부가 정리 안되고 꽉 차  영 심기가 불편해진다.  


 안 그래도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냉장고 안에 과일 주스, 식혜, 우유, 음료가 많은데 여름이 오니 매일 끓여 마시는 물 기운 달릴 때 마시는 이온 음료도 냉장 보관을 고, 음료수 종류 더 늘은 것이 원인이다.


 냉장고 크기가 작으니 선반 높이도 낮다. 가운데 선반은 반을 접어 넣어 안쪽에 김치통을 두, 높이가 확보된 앞쪽에 음료수들을 놓았는데 몇 개 들어가지 않는다. 개봉한 음료는 세워두고 개봉 안 한 것은 눕혀야 다. 세워둔 음료수를 치워야 김치통을 꺼낼 수 있어 사용하기도 불편하고, 몇 개 넣지 않아도 전면이 차 있으니 부가 꽉 차 보다. 어느 공간에서든 하나를 꺼내기 위해 또 다른 두 개를 꺼내야 하는 것, 불편하고 귀찮다.


두 개였던 선반을 하나로 줄이고 높이를 확보했다

  

  냉장고를 노려보다 가운데 선반을 뽑아버린다. 

 이럴 수가. 몹시 편하다. 음료수를 모두 세워놓기만 해도 한갓지고 넓다. 개봉하지 않은 것은 안쪽에, 지금 마시고 있는 것을 바깥쪽으로 둔다. 밑반찬이 없고 음료수가 많으니 선반 하나면 충분하고 키 큰 음료수를 보관하기 편하게 높은 공간이 필요했는데 1년 넘게 불편하고 복잡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선반 높이 조정했지, 원래 있던 선반 하나를 뽑아 버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선반 하나 뽑았을 뿐인데 나에게 딱 맞는 냉장고가 된다. 사용하기도 한결 편하고 눈도 편하다. 원래 있던 거라도 내게 필요 없는 것은 비워 내고 내 필요에 딱 맞 쓰니, 나를 위한 맞춤 가전이 된다.

 커스터마이징 가전이 별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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