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라면 응당 원플러스원, 사은품 증정, 타임 세일과 같은 상술에는넘어가지 않고 꼭 필요한 그만큼만딱 집에 들여야 할 테다.
그러나 괜한 불안에 견꿈에 시달렸다는 핑계를 차치하더라도 치솟는 물가는 세일이란 말에 귀가 팔랑이게 만든다.
해가 바뀌기 한참 전부터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여전하다.
그전에는 현실과 관계 없이 그래도 마인드는 풍요롭다 했었는데 이렇게까지 팍팍하고 마음마저 빈곤하다 싶은 적은 처음이다 싶다.
외식 예찬론자는 그 어렵다는 '왜식금지'를 마음에 새기며 외식 대신 나의 노동력을 더 투입하며 현실과 타협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외식을 줄이자고 나름 애썼던 두 달 후 가계부를 살펴보니 줄어든 외식비 그대로 부식비가 증가해 합계는 같았다.
집밥을 먹기 위해 자주 장을 봤다. 외식비뿐 아니라 장바구니 물가 또한 무섭게 올랐기에 냉장고에 딱히 집어넣는 것은 얼마 없는데 결제 금액은 컸다. 외식은 몸이라도 편했지 집밥은 준비하고 차리고 요리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는데 똑같은 숫자를 보니 살짝 화가 나기까지 했다. 중간점이라며 반찬을 사다 먹는 방법도 써보았지만 2-3일 먹자고 샀던 반찬을 한두 끼에 싹 먹어 버리기 일쑤라 이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필요한 것만 딱 지니고서도 마음이 풍요로운 미니멀 라이프와거리가 멀어진다.
할인과 1+1에 초연하기가 몹시 힘들어졌다.
주로 대형마트 앱을 통해 온라인 주문을 하는데 오전부터 선착순 쿠폰을 나눠주고 크게 할인을 한다는 날은 필요한 것마저 사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한숨 돌리고 접속했을 때에는 이미 쿠폰은 다 소진이고 물건들 중 할인율이 크다 싶은 것들은 이미 모두 품절이다. 1+1인데 남아있다는 것들은 원래 약 2개 정도의 가격인데 1+1이라고 되어있는 것들이고, 정말 한 개 가격인데 두 개를 주는 것은 같이 줄 한 개의 재고가 없어서 장바구니에 담을 수 없는 제품뿐이다.
그러던 와중에 1+1으로 판매하는 고구마가 남은 것을 발견한 거다.그리고 그 밑에 잔여 수량 얼마 없다는 자그마한 글씨는 노안에도 확 들어오며 이걸 사야겠다 싶었던 게다. 대대적인 할인 행사라고 홍보하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건지며 알뜰한 장보기에 성공했구나 하고 싶은 아주 소박한 마음은 고구마보다 감자를 더 좋아하고, 고구마 두 상자를 쌓아둘 공간도 없는 작은 집에 살며 미니멀 라이프 운운하는 동시에 고구마 두상자를 사게 만들었다.
흠. 고구마 두 박스. 많다. 나는 고구마 부자다!
고구마가 많다면 열심히그리고 매번 아주 맛있게 고구마를 먹으면 되는 거다.
평범한 고구마도 꿀고구마로 변신시키기
고구마는저온에서 오래 가열했을 때 당도가 높아진다.
1. 고구마를 씻어 에어프라이어에 넣는다
2. 에어프라이어의 가장 낮은 온도로 설정하고 30분 익힌다
3. 고온에서 20분을 익힌다. 이것이 끝.
겨울 길에서 드럼통에 구워 파는 군고구마처럼 껍질은 살짝 딱딱하게 벗겨지고 안은 샛노란 고구마를 즐길 수 있다.
평범한 고구마, 심지어 밤고구마까지 꿀고구마로 변신한다. 젓가락으로 찔러놓은 곳에서 꿀이 배어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뜨거울 때 까서 우유와 함께 먹으면 아침 대용으로훌륭하다. 일어나자마자 고구마부터 돌린다. 고온에서 익히기 시작하자마자 집안에서 달콤한 고구마 냄새가 퍼진다. 달달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구워놓은 고구마가 남았다면 이번에는 고구마라떼를 만들자.
카페에서 파는 고구마 라떼 레시피
(고구마 수프 같은 든든함과 꾸덕함을 원할 때는 예전 글을 참고~)
준비물: 고구마, 우유, 버터, 설탕
1. 보통 크기 고구마 2개 껍질을 까 넣고
2. 우유 500ml을 넣고
3. 버터 10g과 설탕 딱 한 티스푼을 넣는다
4. 핸드믹서기로 돌린다
(실리콘 도마나 냄비받침대를 깔면 소음이 적다)
5. 머그잔에 따라 전자레인지로 2분 돌리고 취향에 따라 시나몬가루를 뿌려 먹으면
카페에서 판매하는 고구마라떼 맛.
고구마라떼는 말라붙으면 설거지가 힘들다. 조리 직후에 세제를 조금 넣고 물을 담아 핸드믹서기를 돌려놓으면 그릇도, 믹서기도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
따끈하고 부드러우며 달콤한 고구마라떼를 마시면 아주 적당하게 배가 차고 몸이 따듯해지며 기분도 말랑해진다.
미니멀 라이프와 살짝 멀어진 것 같아도 전혀 개의치 아니하고 이렇게 맛있는 고구마를 저렴하게 잘 샀다며, 아직도 한참 남은 고구마를 보면서 이번에는 무엇을 해 먹을까 이러며 마음까지 부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