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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Feb 02. 2023

불 없이 만드는 계란 조림, 단백질을 보충해요

 주말 한낮이 되면 손끝이 거추장스럽고 잘만 달려있던 손가락이 불현듯 무겁다. 조금 전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이러는 건 손톱 깎을 때가 됐다는 신호다. 

 참으로 따박따박 자라는 손톱 대신 다른 게 이렇게 꾸준히 자라좋겠다. 그 다른 것이 무엇 되면 제일 좋을지 매번 궁리고 있다.

 

 내가 섭취하는 단백질은 모두 손톱으로 가는 걸까. 

 체중계와 연결된 어플 내 연령 키를 입력 놓았다. 몸무게를 재면 그때마다 BMI와 체지방, 근육량과 수분량, 단백질과 기초 대사량 등을 측정하고 각각의 표준량과 비교해 도달 여부를 보여준다. 인바디처럼 상체까지 인식하고 측정하는 게 아니라 발만 올렸는데 나오는 수치들이라 그다지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특히 상체에 비해 하체 근육이 있다 보니 지나치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도 하다.

 그런 관대함 속에서도 나의 단백질 지수는 아주 간당간당하게 표준에 들어가거나 조금 부족이다. 16.0부터가 표준인데 나의 단백질량은 보통 15대다. 채식만 하는 것도 아니요 중간중간 고기도 챙겨 먹으며 심지어 두부도 자주 먹는데 영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 손톱 말고 내 근육으로 단백질이 부지런히 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부러 단백질을 챙겨 먹는 것는 상당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에서 먹을 때 역시나 가장 만만한 건 계란이다. 계란찜과 계란말이는 요리 쪽에 갖다 붙. 빠른 건 계란프라이다. 동그랗고 예쁘게 만들어 주말 아침에는 호텔조식 스타일이라고 우긴다. 비빔밥에도 볶음밥에도 새 밥에도 1인 두 개씩 올리고는 단백질 부담을 던다.


  계란 프라이마저도 귀찮을 때를 대비 계란 조림을 만들어 놓자. 불도 필요 없다. 

 요리한 그릇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한두 알씩 꺼내먹으면 되는 계란 조림은 편하고 맛있고 단백질까지 풍부한 참으로 기특한 반찬이다. 뿐 아니다. 도시락 반찬으로도 딱이고 샐러드 위에 얹어 먹어도 맛있다.


 언제나 그렇듯, 복잡한 레시피는 안된다.

 계란 삶기와 껍질 까기만 하면 90% 완성이다.


준비물

계란-많이(한 번 3개 정도 먹을 수 있다)

간장, 올리고당(설탕), 물

대파, 마늘(선택)

1. 계란을 삶는다.

2. 껍질을 깐다.

3. 밀폐용기에 간장: 물: 올리고당(설탕)=1: 1: 1로 붓고 젓는다.

4. 계란을 넣는다.

5. 취향에 따라 대파나 마늘 다진 것, 청양 고추를 넣는다.

6. 냉장고에 넣어 하루 이상 숙성시키면 완성


 단 맛이 싫다면 올리고당이나 탕을 간장 대비 0.5~1 사이 비율로 하면 되는데 너무 적게 넣으면 짠맛이 나서 조림 특유의 단짠단짠 한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양파나 청양고추, 깨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숙성시킬 수도 있지만 남은 간장 양념을 따로 활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버리게 되어 장이 너무 탁하게 되는 것은 잘 넣지 않고 마늘 다진 것과 대파만 넣는다. 깨 역시 미리 뿌려 두는 것보다 먹을 때 뿌려 먹는 것을 선호한다.


 완숙도 좋지만 반숙을 했을 때 쫀득거리는 노른자의 풍미가 상당히 좋다. 노른자가 흐를 정도로 살짝만 익혀 만드는 것도 좋지만 껍질 깔 때 힘들다. 

 

 계란만 삶았다 치면 자꾸 터지는 바람에 3천 원을 주고 산 계란찜기는 전자레인지에 넣고 완숙은 9분 30초, 반숙은 7분 정도면 예쁘게 계란이 쪄진다. 신혼 때 구입했는데 닭 볏의 빨간색이 좀 벗겨졌지만 여전히 작동이 잘 된다. 4개씩 세 번을 돌리며 한 번은 완숙, 한 번은 반숙, 한 번은 그 사이로 익혔더니 어떤 것이 걸릴지 몰라 은근히 재미나다. 물론 이런 게 없어도 냄비에 넣고 삶으면 된다.


 계란 껍데기는 키친타월 한 장 깔아 두고 가로로 길쭉하게 놓고 살짝 눌러서 한 바퀴 굴린 후 까면 쉽게 까진다. 키친타월 위에 껍질을 놓고 한꺼번에 키친타월 채로 싸서 버리면 처리 편하다.

 계란을 쏙쏙 건져 먹고 남은 장은 간장과 올리고당만 조금씩 더 부어 두세 번 재사용하기도 한다. 그쯤 되면 아무리 기특해도 좀 물린다. 그때 버리고 또 생각이 나면 새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


 특히 여름에 불을 쓰지 않고도 장조림을 만들 수 있몹시 편하다. 장조림 한번 만들면 집 안에 간장 냄새가 가득 차는 게 싫다면 사계절 적극 추천이다.

 삶은 계란을 까는 정성에 단 요만큼의 공정만 더하면 만들 수 있는 계란 조림.

 단백질, 손톱에만 주지 말고 내 몸 안에 챙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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