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안에 3kg 감량.
100일 동안 물건 1000개 비우기.
바짝 마른 장작에 토치로 불을 지피듯 화르륵 당신의 의지를 불타게 했던 문구들. 시도한 횟수를 헤아리려다 포기한다. 성공한 횟수는 그러나 명확하다. 단 한 번도 없었다.
다이어트도, 미니멀 라이프라고 쉽게 이름 붙인 정돈된 삶도 애초에 이런 단기 플랜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다. 빠짝 다가간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겠지만 몹시 짧았고 다시 돌아갔을 때의 상실감과 패배감은 더 컸다.
@pixabay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그때까지만 어떻게든 살을 빼자는 게 아니다. 내놓은 집을 부동산에서 보러 온다는 그 날짜에 맞춰 그날 하루만 반짝 깨끗한 집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다. 당신에게 필요했던 건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니었다. 당신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생활의 변화였고 유지였다.
건강에 직결되는 적정 체중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언제나 편히 쉴 수 있도록 나의 공간에 지금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사는 것, 모두 장기전이다. 월간, 주간 계획도 아니다. 나 자신을 가꾸며 단정한 하루하루를 보내자는 결심에 수반되는, 계속해서 의식하고 노력해야 할 과제다.
온전한 일상을 누리면서 무리 없이 지치지 않게 진행할 수 있는 방식만이 가능하다.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천천히 바람직한 생활 습관을 만들고 꾸준히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 그것이 답이었다.
당신은 굳이 아침을 밥으로 챙기겠다며 스트레스받는 대신 견과류를 넣은 요거트와 스무디, 삶은 계란과 시리얼등을 질리지 않게 돌아가며 먹는다. 점심시간 직원들과 하나하나 메뉴를 맞추고 꼭 알 필요 없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제 사양한다. 오롯한 휴식의 시간을 보낸다. 당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천천히 혼자 즐긴다. 이 사소한 변화는 당신 삶에서 회사가 차지하던 비중을 확 줄여주었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근본적인 이유는 나의 가족이었는데 왜 그걸 망각했을까.
만족스러운 한 끼는 식탐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왔다. 식사대용이란 것은 없었다. 식사는 식사다. 당신은 굶지 않는다. 저녁도 먹는다. 단, 양은 줄인다. 속도를 늦췄고 배가 부르면 의식적으로 멈췄다. 식사 중간 괜히 입이 궁금해서 먹는 간식은 없앤다. 8시 이후는 먹지 않는다. 딱 그것만 한다. 그러나 매일 꾸준히 한다.
길쭉하게 누워 자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언제 이렇게 컸나 뿌듯하다가도 이들을 위해 내 건강은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밤들이 있었다.
지금 당신에게 건강보다 중요한 이슈가 또 있을까. 건강검진 때마다 주기적으로 검진하라는 항목이 늘어났고 갑작스레 병마와 싸우게 되었다는 소식은 이제 당신 부모대가 아니라 비슷한 연령대의 지인들에게서 들려왔다. 체중계 위의 숫자 자체가 갖는 의미는 이미 당신에게 퇴색했다.
@pixabay 체중감량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신체활동량 증가를 목표로 삼는다. 걷자. 몇 번 가지 못한 헬스장을 다시 등록하지는 않았다. 러닝머신 벨트를 한없이 돌리는 것은 지루하다. 가족들과 함께 동네 한 바퀴씩 도는 새로운 재미에 빠졌다. 주말에는 자전거다. 초등학교 때 마지막으로 탔던 자전거를 다시 시작한다. 고맙게도 당신의 몸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빌려 이곳저곳 다니다 동네 사람들만 안다는 맛집에 들렀다 집에 온다. 여행이 별거였던가. 행복하게 함께 걷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 아니었던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단정해진 집안이 당신을 맞이한다.
언제나 제자리에 갖다 둔다. 그게 정리정돈의 전부였다.
제자리를 만들기까지가 오래 걸렸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장소를 정해 물건을 비우기 시작하며 같은 종류의 물건들을 가장 쓰기 편한 곳에 모아 두었더니 저절로 제 자리가 정해졌다. 그 뒤로는 어질러지는 것 자체가 줄었다. 이제 당신은 물론 가족들도 처음부터 제 자리에 둔다.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치운다. '나중에 한꺼번에'는 없다. 집안의 잔짐을 많이 비워냈지만 비우기는 여전히 계속된다. 그러나 이제 소요되는 시간은 매우 짧다. 더 이상 쓸모없는 것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망설이지 않고 비워낸다.
생각 없이 들였던 조잡한 수납가구 속 채워진 물건을 비우고 폐기물 스티커를 구입해 붙여 재활용장에 내다 놓기를 몇 차례 하며 물건을 비우는 것에 에너지와 시간 심지어 비용까지 상당히 드는 것을 당신은 깨달았다. 이게 무슨 돈지랄이냐 중얼거린 적도 있다. 그러나 그 덕에 당신은 지금 더없이 소비에 신중하게 된다. 물건을 구매하며 이것이 차지할 공간과 버릴 때의 수고를 고려한다. 물건이 쌓여있을 때의 든든함 보다 비울 때의 개운함이 더 커졌음을 느낀다. 비우는 양은 많고 새로 들이는 것이 줄자 당신의 공간은 점점 단정해진다. 큰 짐들이 빠지며 넓어진 공간이 주는 기쁨은 당신을 미니멀 라이프 재미에 빠지게 한다.
농담처럼 이번 생에는 글렀다 말했던 다이어트와 미니멀 라이프가 당신의 일상 속 습관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가. 그러나 그 많은 실패의 경험들은 결국 당신에게 적합한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게 했다.
그리고 당신은 알고 있다. 당신의 일상 속 깊이 배어 든 이 습관은 계속해서 유지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