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린세스다이어리 살이 빠진다고 당신이 갑자기 여신이 되냐면 그건 물론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파격적인 메이크오버를 떠올려 보자. 우리는 알고 있었다. 치아 교정기를 끼고 뿔테 안경을 쓰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서 못생긴 척해 봤자 변신 전부터 그녀는 이미 아름답다는 것을.
그러나.
당신이 원했던 것 역시 비현실적으로 예뻐지는 것이 아니었다.
당신의 군살은 아주 천천히 당신을 떠나갔다. 아직도 완벽한 이별을 맞이하지 못했지만 확연히 깔끔해진 옷태를 가지게 됐다. 느리지만 꾸준히 줄어든 몸무게와 그보다 더 더딘 속도로 늘어난 근육량은 당신의 걸음걸이에 힘을 주었고 자세를 바르게 했다. 무리한 식단 조절 대신 야식과 과식을 없애자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 의심했던 당신의 대장은 평온함을 되찾았고 수면의 질은 훨씬 높아졌다. 단정하고 건강한 하루하루, 이것이면 충분하다.
당신의 오래된 집 역시 모델하우스로 환골탈태한 것은 아니다.
잡지 속 집처럼 모든 물건을 반듯반듯하게 각 맞춰 진열해 놓지는 않았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을 앞으로 꺼내며 동선은 훨씬 간소해졌다. 필요 없는 것은 과감히 비우자 수납공간들에는 여유가 생겼고 재고 파악은 더 쉬워졌으며 불필요한 소비는 줄어들었다. 부피 큰 가구와 가전을 비워내며 넓어진 공간을 가지게 되면서 가속도가 붙었고 집안은 몰라보게 단정해졌다. 서서히 잔짐들을 덜어 낸 공간에서 이제 당신의 가족은 필요한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스스로 찾아 쓰고 가져다 놓을 수 있는 제 자리가 물건마다 있다는 것, 그 사소한 변화는 당신을 집 안에서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집에 들어오며 현관 앞부터 물건들을 줄줄이 늘어놓던 가족들은 제 자리에 가방을 걸고 정리된 옷장에 옷을 걸며 들어온다. 아무 데나 드러누워 책을 보고 숙제를 하던 아이들은 말끔히 치워진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게 됐으며 읽고 난 책을 책꽂이에 꽂게 되었다. 편히 쉬기 위해 카페를 찾던 당신과 남편은 정돈된 식탁에서 질 좋은 원두로 내린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pixabay 그 과정이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파격적인 변화의 연속이었던 것도 아니오 못 견디게 괴롭고 힘들었던 인고의 시간이었던 것도 아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청소기는 버리고 막대걸레에 걸레를 끼워 닦는다. 야채와 과일들로 아침마다 건강주스를 만들어 먹고 회사까지 한 시간씩 걸어 다니며 살을 뺀다'
이런 건 불가능한 거였다.
유행처럼 번지는 '당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 방법'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의지에 불타 계획을 세우는 순간조차 이건 나에게 무리라는 것을 뻔히 아는 것들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던 당신은 그저 당신의 생활 습관 중 좋지 않은 것을 서서히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만족스러운 자신과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pixabay 미루는 대신 그때 그때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집안일을 줄이는 것임을 알게 되며 전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조금 더 부지런해졌다.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됐으며 운동 후 뿌듯한 기분을 즐기게 되었다. 내게 중요한 것들에 에너지를 쏟게 됐고 지난 시간과 앞으로 올 시간 대신 오늘에 집중하게 됐다.
모델 같은 몸매를 원한 것도 아니요, 집안이 울릴 것 같은 아무것도 없는 집을 바랐던 것도 아니다. 다만 군살과 잔짐까지 갖고 살 필요는 없는 거였다.
당신은 지금
한결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