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러 나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뇌에게 주지를 시킨다. 어쩐지 몸이 아픈 기분이다. 건강을 위해서 하는 건데 무리하면 오히려 몸살이 오며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게 아니냐며 희박한 가능성들을 자꾸만 떠올린다.
무리가 될 만한 운동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내 깨닫는다. 이를 악물고 무게를 늘려가며 근력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요, 조금 있으면 진짜 쓰러질 것 같은 단계까지 하냐면 그것은 더더욱 아니다. 스트레칭 수준의 요가와 뛰는 것도 아닌 걷기 뿐이다. 심지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돌아오지 않는가.
'운동'이라고 말하기 약간 애매한 레벨의 신체활동만 하면서 그걸 또 가기 귀찮다고 이렇게 안 가야 되는 이유를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애를 쓰는 거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납득이 되는 이유는 역시 없다. 그럼 이제 포기하고 나가면 되는데 이제 대놓고 그냥 누워서 쉬는 것이 나의 몸과 마음을 더 평안하게 하는 방법일 것 같다고 질척거린다.
이렇게 머리 굴리는 시간에 몸을 일으켜서 나가면 되는데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워진 엉덩이를 소파에서 떼면 이제 제일 어려운 단계는 통과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그것만 하면 그게 운동의 90프로다.
막상 나가면 고민하느라 느리작거렸다며 오히려 조금이라도 늦을까 봐 파닥파닥 움직인다. 광합성해야 하는데 벌써 해가 지냐며 아쉬워한다. 해가 반짝거릴 때 앓는 소리를 내며 나가지 않을 핑계를 찾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역시나 나의 몸은 아픈 것이 아니었다. 이 정도의 신체활동은 생존을 위해 매일매일 몸을 꼭 움직여주고 사용해줘야 한다는 딱 그 선이다. 분명 운동을 하면 무리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오히려 개운하고 기분이 둥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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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해야겠다결심했으면 두뇌활동은 멈추고 신체활동만 하자.
머리를 써봤자 오늘 운동을 가지 않을 창의적인 이유를 만들어 낸다. 일단 운동화를 신고 나간다. 그럼 다 한 거다. 지금까지 잘했는데 오늘 하루만 뺄까 싶어 하루 빠지면 내일 빠지는 건 더 쉽다.
한창 다이어트에 열을 내던 몇 년 전 하루 만보를 위해 밤중에 아파트 계단까지 오르며 꽉꽉 채운 것이 몇 달이었는데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은 일단 정신을 추스르자 했지만 이제 보니 그때 만보 걷기를 꾸준히 했다면 더 빨리 회복되었겠다는 생각을 하는 당신.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하루 7 천보의 걸음을 매일 걷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하루 걸음 양을 나타내는 그래프에는 선이 되지 못한 점들이 많다. 주말 이틀이 늘 고비다. 점 두 개.
주말에 집정리에 매진하기도 했고 가끔 쉬는 것도 필요했다며 핑계를 대 본다. 그러나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엔 무조건 나가고 보자 하고 몸을 닦달해 밖으로 나왔을 때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었어야 했다 싶었던 날은 없었다. 특히 이 가을은 너무나 짧아서 가을 주말은 무조건 외출이다 했더니 짧은 가을을 나 혼자 길게 늘여 마음껏 즐긴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만 뺄까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든다면, 이유를 생각하지 말고 이후를 생각하자.
100가지 이유를 만들어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와 운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를. 늘낙지처럼 소파에 붙어 찌뿌둥한 몸과 뾰족해진 신경을 느끼며 그냥 나갈 걸 그랬다 하는 나와, 나서기는 귀찮았지만 왔다 갔다 코에 바람을 넣고 몸을 움직이고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을 쓰고 돌아오며 오늘 게으름 피우지 않고 나오길 잘했다 하고 스스로를 칭찬해 준 그 마음을.